#11 1달러의 추억

뉴욕 거리 예술가들

by Baker Lee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발가벗은 카우보이 Naked Cowboy 가 있었다. 손바닥만한 삼각팬티를 입고 커다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기타를 메고 징 박힌 부츠를 신은 그는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돈을 벌었다. 자유의 여신상 흉내를 내며 석고상처럼 가만히 서 있던 행위예술가도 관람객들에게 구경값을 받았다. 난 이렇게 서 있을테니 너희는 재밌게 구경하고 재미의 크기만큼 나에게 성의표시를 하라는 듯이. 돈 받는 행위가 당당해서 나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기분이 좀 나쁜 때도 있었다.


사람들로 복잡한 메이시스 백화점 앞을 지날 때였다. 횡단보도 건너편 토끼탈을 쓴 사람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랑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찍고나서 돈을 받는 거다. 이미 아이들은 토끼에게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으니, 이거야말로 울며 겨자먹기였다. 달랑 토끼탈 하나로 관광객 주머니를 노리다니!


그에 비하면 수많은 거리 예술가들은 얼마나 신사적인지. 지하철에서 만난 4명의 흑인 연주자들이 그러하다.

각자 악기와 의자를 들고 출입문 바로 앞 좁은 공간에 둥그렇게 자리잡은 그들은 연주를 시작했다.



When the night has come and the land is dark ~~~~

좁은 지하 공간에 울려 퍼지던 블루지한 벤 E 킹의 노래. 한정거장 남짓 흥겨운 리듬을 타고 지하철이 움직였다. 음악이 끝나자 그들은 들어올 때처럼 순식간에 짐을 챙겨들고 플렛폼으로 사라졌다.


또다른 지하철 예술가 춤꾼들. 그들은 지하철 좌석 사이 좁은 통로를 무대로 춤을 추었다. 바로 코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니 승객들은 공중제비 도는 춤꾼 발에 맞을까봐 움찔움찔 했다. 다들 시선이 곱진 않았다. 그런 모습이 낯설고 신기해보였던 우리에게만 깊은 인상을 남긴 공연이었다.


주황색 라인과 노란색 라인이 만나는 34번가 지하철 환승역에서 노래를 부르던 흑인 여성도 기억난다. 늘어진 티셔츠와 통 큰 바지를 입은 뚱뚱한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쩌렁쩌렁했다. 반원형으로 늘어선 사람들은 몸으로 박자를 맞추며 그녀의 노래를 열심히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우리가 돈을 넣으니 그녀는 자신의 사진과 경력,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형편없는 프린터로 뽑은 듯한, 글씨마저 알아보기 힘든 종이 한 장과 토끼랑 찍은 기념사진 그리고 마음 속에 남은 다양한 선율. 지금 나에게 남은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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