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가 사랑한 미술관

MOMA

by Baker Lee

여행 떠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ART 내 손으로 그리는 명화> 를 보고 따라 했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비슷하게 흉내내보는 미술 활동으로, 작가 이름까지는 외우지 못했지만 작품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나 저거 어디서 본것 같은데' 할 정도의 효과는 볼 수 있었다. 바로 모마에서.



철사에 호일을 둘러 표현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삐적 마른 조각상을 알아보았고, 옥상 바닥에 전지를 깔고 붓으로 물감을 흩뿌려 흉내낸 잭슨 폴락 그림을 아는 척 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마네킹 처럼 서서 인증샷을 찍었지만 사실 얼마나 유명한 그림인 줄은 미처 몰랐을 아이들. 몇몇 작품은 알아도 대부분 모르는 그림이니 사실 미술관은 지루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5살 짜리에게는. 그림 감상하라고 군데군데 놓인 소파가 아이에겐 침대일 뿐이었다.


다행스러운건 첫째는 영어 듣기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모마는 무료로 대여해주는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가 따로 있었다. 총 17개의 작품 해설을 담고있어 3층부터 5층까지 흩어져있는 작품을 찾아 모험을 시작했다.

앙리 루소의 <꿈> 을 설명할 때는 밀림 속을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흐른다. 해설자는 동물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정글 속에 어떤 동물이 숨었는지 묻는다. 우리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그림 속 동물을 찾아본다. 그러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음악은 사라진다. "밀림 속에 벌거벗은 여인이라니?" 그래서 그림의 제목이 꿈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화실>을 보며 앙리의 실제 화실은 하얀색이었다는 걸 귀뜸해 주기도 하고 조르쥬 솨라의 그림은 수많은 작은 점이라는 걸 알려주기위해 그림 가까이 가거나 멀리 떨어져볼 것을 권유한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쉽고 재밌게 구성이 되어있어 영어능통자가 아니라면 어른이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당시 모마는 현대카드만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난 신용카드도 아닌,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백화점 카드를 가지고 가서는 공짜표를 얻었다.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무료입장 시간에 맞춰 가거나 기부입장 하겠다고 해야 좀 저렴하게 들어갈 수 있는거에 비하면 모마는 우리에게 황송할 만큼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이 있고 앙리 루소의 꿈 같은 그림이 걸려있으며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가 눈 앞에 펼쳐지는 이 멋진 공간, 화장실 한쪽 벽면에는 거울로 비춰보아야 읽을 수 있는 글자(Mirror Writing)를 써놓은 유머러스한 감각을 가진 매력 덩어리, 모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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