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울먼 스케이트장
빅토리아 파크 안에 있는 울먼 스케이트장에 여름이면 작은 놀이공원이 들어선다. 햇빛 따갑던 여름, 저 멀리 놀이기구가 보이니 아이들이 신 났다. 지하철 역에서 센트럴파크를 걸어오느라 지친 다리에 힘이 났는지 '그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놀이동산에 들어가려면 먼저 빅토리아파크 입장권을 사야하고 놀이기구를 타려면 자유이용권을 끊어야한다. 아이들끼리 타도 괜찮다 해서 입장료는 3장, 자유이용권은 2장을 구입했다.
나무와 빌딩들 틈에 자리잡은 놀이동산은 꼭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놀이동산과 닮았다. 다른 점은 생각만해도 어지러운 회전그네를 포함한 13개 정도 되는 모든 놀이기구가 5살짜리 아이도 혼자 탈 수 있을만큼 난이도가 낮다는 것.
초록색 밴드를 찬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놀이기구 탐험에 나섰다. Enter 와 Exit 만 알면 끝!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줄을 선 곳에 서서 차례차례 입장하고 놀이기구가 한바퀴 돌면 나오기를 반복했다. 재밌다 생각하는 놀이기구는 무한정 탈 수 있는 이런 멋진 곳이라면 몇번이고 오겠다는 투지에 불타는 눈빛들이 멀리서도 감지된다.
놀이기구는 아이들 차지, 그늘막 의자는 부모들 차지였다.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하여 눈으로 아이들을 쫓다가 엄마한테 달려와 물을 달라 솜사탕을 사달라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아이들을 맞이했다. 놀이공원 내 물가를 보니 미리 간식을 좀 챙겨올 걸 하는 후회를 하며 지치지도 않는 아이들 체력에 감탄했다.
놀이기구 중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게임이 두개 있었다. 물총쏘기와 두더지게임이다. 참가비는 3불. 최대 5명이 경기를 해서 1등에게 인형을 주었다. 최소한 3명이 있어야 게임 시작이니 결국 9불 모아 인형 하나 주고 끝나는 형태다. 2명만 모이면 한 명 더 모아서 얼른 게임을 시작하려고 계속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큰딸이 두더지게임을 진정 하고 싶어했으나 소원은 들어줄 수 없었다.
넝마같은 커다란 주머니를 깔고 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Fun Slide를 타다가 둘이 손을 잡고 내려오는 바람에 작은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팔에 약간의 타박상을 입고 안전요원에게 손 잡고 내려오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
6시 폐장시간이 가까워지는데 아이들은 갈 생각이 없다. 퇴근시간에 걸리면 갈때 무지 막힐텐데 하는 건 엄마 걱정일 뿐. 장장 5시간을 보내고 햇빛에 그을린 아이들은 맨하튼에서 뉴저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 좋아하는 인형놀이도 안하고 둘 다 골아떨어졌다. 엄마 따라 뉴욕와서 이렇게 재밌었던 곳은 처음인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