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맵 남해 워케이션 EP.2
워케이션의 목적지와 일정이 정해졌다. 다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 차례다. 이번 남해 워케이션에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 노마드 워커들이 편안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안고 가는 것. 이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우리를 친밀하게 느끼는 걸 목표로 했다.
워케이션의 이상적인 일과 휴식의 비율을 6:4로 잡았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오후에 고정적으로 배치했다. 주도적으로 기획해야 하는 건 4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노마드 워커들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화이트보드 앞에 네 명이 서서 아이디어를 휘날렸다. OFF THE CITY라는 컨셉 아래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팡팡 튀어나왔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재밌겠다!"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최소한 네 명의 눈으로 봤을 때 신선하고 재밌는지 끊임없이 재어봤다.
어느 기획이 그렇듯 아이디어를 발산할 때는 재밌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이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을 구체화할 때 어려워진다. 촌맛대전, 팜프라 밥푸라, 노마드 시네마.. 보기에는 말랑말랑한 프로그램이지만 허술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기나긴 말씨름이 시작됐다.
4:4로 팀을 이뤄 요리대결을 하는 '촌맛대전' 프로그램이 특히나 화두였다. 디테일을 더하는 한단계마다 몇 시간씩 회의가 이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 : 심사하는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B : 당연히 맛이 들어가야죠.
C :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B : 그럼 라면을 끓여 와서 스토리텔링을 잘하면 이기게 되잖아요.
D : 거기서 누가 라면을 끓여 와요.
A :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그럴 수도 있죠.
B : 그러니까 맛이 기준이 되야 하는 거 같아요.
A : 그런데 사람마다 맛 기준은 다른 거 아닌가요?
...
B : 승패가 나뉘는 게 괜찮을까요?
A : 대전인데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B : 지는 팀이 느끼게 될 기분이 걱정돼요.
C : 재미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진다고 기분이 나쁠까요?
B :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건데 이기고 싶잖아요.
...
C : 참여자들이 만든 요리가 양이 적으면 어떻게 해요?
A : 4인분씩 만들어 오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C : 4인분 양 맞추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B : 그럼 우리도 요리를 하나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요?
A : 촌맛대전인데 우리까지 참여해서 요리를 만드는 그림이 괜찮나요?
...
네 명의 상상이 덧붙여져서 끊임없이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상대의 우려에 '왜 거기까지 생각하는 거야?' 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고, 나의 걱정이 공감받지 못할 때는 답답하기도 했다. 결론이 나지 않아서 네다섯 시간 동안 미팅이 이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기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찾아온 노마드 워커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불편하지 않을까? 어색하지 않을까? 혹시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는 온갖 걱정이 노마드 워커들을 위해 나온다는 이해.
끝없는 물음표에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며 디테일을 더해갔다.
그럼, 문제의 프로그램 '촌맛대전'은 어땠을까?
참가자분들과 음식 메뉴를 구성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팀워크가 생겨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촌맛대전을 너무 진심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고, 상대 팀의 음식을 맛보고 보는 것으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즐기는 식사 타임이 된 것 같아요.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