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여행은 어떻게 될까?
일주일 동안 제주도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휴가철이 바로 지나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평소라면 이 시즌에도 제법 여행자들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제주도가 텅텅 비어있다.
일단 어느 핫플레이스를 가도 줄을 서지 않는다. 이전부터 가고 싶어서 집어놓은 포도뮤지엄은 전세 낸 듯이 관람했고, 오전에 가지 않으면 줄 서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는 9.81 파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웨이팅 필수라는 맛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번에 대기 시간이 길어서 돌아 나온 메밀국수 가게도, 티켓팅 수준이라는 이상순의 디저트카페도 어렵지 않게 먹었다.
한 번은 지인이 운영하는 쌈밥집에 갔다. 10년 가까이 운영한 곳이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또 처음이라고 한다. 7~9월까지 성수기 시즌에 바짝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근근이 장사를 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사람이 없으니 수많은 식당과 카페도 텅텅 비어있을 수밖에.
숙소는 더 어렵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워케이션 전문 숙소. 세심하게 잘 디자인했다고 생각한 숙소가 주말인데도 텅텅 비어있다. 다른 팀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숙소인데 일 년 만에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아는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예약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스트하우스에 당일 예약한 사람이 수두룩 했다. 매번 만실이었지만 요즘은 널널하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여행지라는 제주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선 여객수는 259만 명인데 반해 국제선 여객수는 638만 명으로 여행수요가 압도적으로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 8월 여객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휴가 시즌이 더해지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놀자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국제선 인기 취항지는 오사카 35%, 후쿠오카 21%, 도쿄 16%로 줄줄이 일본이 차지했다. 해외여행객 10명 중 7명이 일본을 방문한 셈이다. "제주도 갈바엔 일본 가지"라는 말이 진짜였나 보다. 다 일본으로 갔다.
이 시점에서 국내 워케이션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국내 워케이션을 떠나려는 충분한 수요가 있을까?
해외여행에 비교해도 매력적인 국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주제가 뾰족하지 않으면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칼을 갈아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