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관계로 만난 K 대표님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사적인 자리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업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밥을 사주고 싶다고 했다. 밥을 먹고 옆 카페로 자리를 옮겼을 때 K 대표님은 유럽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인간관계로 시달렸다고 했다. 힘들었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몇 년 동안 유로피안들과 어울리며 배운 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마음'이라고 했다. 누군가 잘 되었을 때 시기와 질투가 아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유럽 친구들에게 그 마음을 받았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내가 너를 그렇게 응원하고 싶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K 대표님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덧붙였다. 다음에 놀러 오면 스파게티도 만들어주겠다며.
작고 작은 한국 땅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학교에서는 옆자리 친구들과 경쟁하는 법을 배웠다. 남들보다 등수가 높게. 남들보다 먼저. 하나의 기준으로 줄 세우기를 하니 경쟁하고 시기하는 수밖에. 라운드는 짧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라이벌을 많고. 대학 진학부터 취업까지 참여할 수 있는 건 제로섬 게임뿐이었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나와보니 게임의 방식이 다르다. 시장에도 수많은 플레이어가 있지만 라이벌 때문에 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 오래 살아남는 게 룰인 게임이다. 이기고 지는 건 없다. 그저 한 발씩 한 발씩 자신의 길을 나아가면 된다. 끝이 없는 게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일까? 요즘 주변에는 순수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 많다. 나중에 무언가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진심 어린 도움과 응원을 건네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걱정했다. 이렇게 큰 도움을 받는데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을까 하며 부채의식이 생겼다. 때때로 의심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도움을 준다고? 포장지를 벗겨내면 시꺼먼 무언가가 들어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도움을 받고 열어보면 적절한 도움을 줘서 기뻐하는 표정만이 담겨있다.
수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요즘,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우리의 모임에 찾아오는 노마드 워커들, 협업 관계로 만나는 기업까지도 기쁘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만드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도움이 의심과 걱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여겨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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