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를 읽고
노마드랑에서 열린 북클럽에 참여했다. 한 달 동안 두툼한 벽돌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다. 첫 책은 모임장 케이님이 선정한 <콘텐츠의 미래>. 처음 보는 낯선 책이었다. 하지만 제목에 ‘콘텐츠’가 들어간 터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의 미래>라는 제목은 마치 앞으로의 콘텐츠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상과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원서의 제목이 책 내용을 잘 담고 있는데, <The content trap>이다. 즉, 콘텐츠(제품)를 만드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알려준다. 콘텐츠(제품)가 아닌 본질인 '연결 관계'에 집중하라고 안내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드는 수많은 사례와 이론도 비즈니스에 맞춰져 있다. 콘텐츠 에디터, 콘텐츠 마케터보다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에게 더 추천할만하다.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시점에 만난 <콘텐츠의 미래>는 보물함 같았다. 그런데 이건 마치 해저에 깊이 묻혀 있는 보물함이라 파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라 열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러면서 적용해 볼 가치가 있었던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한 가지는 '연결의 힘'이다. 사용자 연결, 제품 연결, 기능적 연결에 대해 파트별로 다루며 줄곧 연결을 강조한다. 특히나 첫 파트에서 다룬 사용자 연결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노마드랑 자체가 사용자 연결의 최정점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연결에서 핵심은 '긍정적인 연결 관계'를 만드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부정적인 연결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커뮤니티의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고, 나쁜 행동을 찾아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위챗의 사례가 인상 깊었다. 위챗의 앨런 장은 연결 관계를 맺는 제품에 관한 원칙을 밝혔다. 세 가지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나오는 요구, 당신이 주는 피드백과 친구들이 주는 피드백에서 나오는 요구,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얻는 존재감에서 나오는 요구이다.
올해 노마드랑의 핵심 프로젝트였던 커뮤니티 멤버십 '프렌드십'은 4개월 동안 50명의 멤버가 가입을 했다. 이 역시 사용자 연결을 위해서 기획(자세한 내용은 여기)된 것이다. 운영진과 참여자의 1:1 관계에서 진정한 커뮤니티로 거듭나는 단계였다. 비로소 사용자 연결을 위한 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은 것은 다음으로 '긍정적인 연결 관계'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서로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연결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노마드랑에서도 '코워킹클럽', '코-워케이션'과 같이 Co를 붙임으로써 함께 하는 활동에 중요한 가치를 매기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언급한 '코-크리에이션'이라는 개념이 와닿았다. 긍정적인 연결 관계를 만드는 최상의 방법은 공동 창조가 아닐까? 작게는 콘텐츠부터 크게는 프로덕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벌리는 것이 노마드랑을 한 발 전진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콘텐츠와 프로덕트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다. 하지만 막상 무언가 만드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사용자 관점에서 멀어지는 일이 잦다. 본인의 좁은 관점에서만 바라보거나, 제품에만 주목을 해서 특징을 나열하거나, 관성대로 일하곤 한다.
이번에는 노마드맵의 콘텐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노마드맵은 3년 전 기획한 공간 소개 콘텐츠를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실상 새로운 기획 없이 관성대로 만들어오고 있는 것. 현재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이 채널의 사용자를 누구보다 가까이에 두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도가 필요하다.
바로 프렌즈(프렌드십 멤버)와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구했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는 공간을 소개하는 주체가 프렌즈가 되는 것. 예를 들어서 A가 평소에 즐겨 찾는 플레이스를 소개하거나 자신의 작업실을 자랑하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노마드맵 운영자 한 명의 시선이 아닌, 다양한 프렌즈의 시선을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유사한 콘텐츠 채널과도 분명한 차별점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마법의 특효약 같은 방법은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시작한다. 즉, 책에 나온 사례가 성공했을지라도 이를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선택, 그다음 선택, 또 다음의 선택이 연결돼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마다 전후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한다.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이 시점에 새겨들을 내용이다.
문득 '자동화'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최근 많은 사업가들이 AI를 활용하여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주목하고 있다. 눈을 부릅 뜨고 자동화할 부분을 찾는 이들처럼, 노마드랑에서는 하나라도 프렌즈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밖이 아닌 스스로 찾아내는 해답을 하나씩 만들고 싶다.
혼자라면 범접하지 못했을 책을 완독했다. 이 역시 연결이라는 힘이 있어 가능했다. <콘텐츠의 미래>를 읽은 1개월의 시간 덕분에, 내년에 나아갈 방향을 어렴풋이 잡아보고 있다. 한 달간 북클럽을 운영해준 케이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