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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커넥터 이지 May 30. 2023

나쁜 리더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팀장의 탄생>을 읽고



혼자서 일할 때, 둘이서 합을 맞출 때, 셋이 되어 균형을 찾아갈 때, 그리고 넷 다섯 여섯이 되었을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거대한 파도를 맞은 것처럼 출렁거린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거센 파도를 한 번 맞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무언가 대비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지?


돌이켜보면 제대로 '리더'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동아리에서도, 회사에서도, 살짝 한걸음 빠져있는 부리더 역할을 했다. 어릴 때부터 직감적으로 알았던 거 같다.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는 건 수많은 역할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남들이 싫어하는 잡일부터 머리가 터질듯한 복잡한 일까지 기꺼이 맡고 싶다. 잠을 못 자도 괴롭기보다 뿌듯하다. 노마드워커들이 걷는 길을 단단히 만들어보자는 말에 모인 팀원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스스로 빛을 내면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이 타이밍에 필요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페이스북 디자인 부사장 줄리주오의 <팀장의 탄생>이다. 내가 찾고 있는 조언이 적혀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열었다.




관리자가 하루 동안 처리하는 수많은 업무를 '목적', '사람', '프로세스'라는 세 개의 바구니에 나눠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미팅만 하는 날이 잦아진다.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올라온다. 그 일을 내가 안 해도 될까? 손 놓고 있어도 돌아가나? 

관리자로서 임무가 '목적', '사람', '프로세스'라면 당연히 된다. 팀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팀원들과 대화하고, 팀의 일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든다. 이걸 해야 한다. 목적, 사람, 프로세스, 이게 리더의 업무다!




개척자 리더의 유리한 점. 팀이 성공하려면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유익한 정보와 노하우를 모두 파헤쳐서 팀원들에게 전수해야 한다. 신생팀인 만큼 초반에는 팀원들과 함께 팀의 목표, 가치관,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이때는 관리자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 나는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가?
- 내가 일이 잘 처리됐다고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 나 혼자였을 때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 이 업무 분야에서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 팀이 성장 중인 현재 새롭게 필요한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팀에서도 개척자라는 표현을 쓰길 좋아하는데, 마침 책에서도 개척자 리더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개척자 리더는 선구적으로 도전했던 일이 팀 단위의 활동으로 발전한 경우를 말한다. 노마드맵의 케이스와 일치한다. 


초반에 합을 맞출 때 팀원들과 목표, 가치관, 프로세스를 정립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10단계가 있다면 1단계 이야기해 본 정도. 머리에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지도 못했다. 떠오르는 대로 물어볼 때마다 대답했을 뿐이다. 

최근 한 달을 돌이켜보면 급한 일에 치여 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팀원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따로 떼어놓아야겠다.




이상적인 면담은 마치고 나서 팀원이 유익했다고 생각하는 면담이다. 팀원이 좋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관리자인 당신은 팀원들의 멀티플라이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당신이 팀원 앞에 있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새롭고 유익한 관점을 제시하고, 자신감을 키워준다면 팀원이 더 크게 성공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담을 잘하는 비결은 뭘까? 준비가 관건이다. (...)

- 최우선순위를 확인한다
- 좋은 성과의 기준을 일치시킨다 
-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회의 잘하는 법. 회의를 끝낼 때 "마치기 전에 이후 절차를 확인할게요."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회의가 끝난 후에는 논의된 내용, 구체적인 실행 사항과 책임자, 다음번 확인 일정 등을 요약한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보내자. 


내 피드백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대화가 끝날 때까지 피드백이 잘 전달됐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몇 가지 대응법이 있다.
첫째는 구두로 확인을 받는 것이다. "자 우리가 오늘 한 이야기를 서로 동일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해 봅시다. 오늘 무엇을 알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둘째는 대화 내용을 메일로 요약해서 보내는 방법이다. 그렇게 둘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문서화하면 논점이 명확히 정리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참고하기도 좋다.
셋째는 팀원이 똑같은 메시지를 여러 경로로 여러 번 듣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팀원의 유독 성장이 더딘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일대일 면담을 할 수도 있다. 피드백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360도 피드백을 실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팀원들이 진실을 더 편하게 말하도록 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반대 의견을 환영한다는 태도를 강조하고 그런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자. 팀원들 앞에서 당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당신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반대하면 반대한다고 말하세요. 그래서 내 의견이 뭐냐면..."처럼 논의를 유도하는 표현을 쓰자. "만약에 지금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하는 식으로 직접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면담, 회의, 피드백 잘하는 법도 상세히 적혀있다. 이건 검색해도 안 나오는 꿀팁이다. 하나씩 적용해 보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놓는다.




위임의 법칙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첫째, 조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과 둘째,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의 교차점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팀원이 당신만큼 잘할 수 있거나 당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위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보 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일, 위임. 나에게도 가장 어렵고 곤란한 일이다. 위임을 잘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지 어떻게 잘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는데, 저자가 분명하게 말해준다. 

조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과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의 교차점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한다. 이를 위해 팀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나와 팀원들의 업무적인 강점도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힌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고정 마인드셋으로 살면 두려움이 행동을 지배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비난에 대한 두려움, 사기꾼으로 발각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주도권을 잡는다. 성장 마인드셋으로 사는 사람은 진실을 알기 위해 피드백을 요청한다. 그게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상황 : 현재 작성 중인 제안서를 존이 보여달라고 한다.
고정 마인드셋 : 아직 다듬지도 않은 걸 어떻게 보여줘? 괜히 이미지만 안 좋아지지.
성장 마인드셋 : 존에게 피드백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니, 존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줘서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자. 


<마인드셋>이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이 나온다. 구체적인 상황과 두 가지 마인드셋의 사고방식이 예시로 담겨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거였구나'하고 깨달았다. <마인드셋>이라는 책도 리스트에 넣어놨다.



탁월한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결점에 대해 배우고, 머릿속의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법을 배우고, '배우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내가 어떤 가면을 쓰거나 변장을 하지 않아도 지금 모습 그대로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된다는 믿음,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친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리더라면 부족한 부분을 고르게 배우고 채워가야 한다. 배우는 법을 배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배움으로써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길러야 한다. 더욱 부지런히 배워야 나에 대한 믿음이 쌓이겠다.




마이클 번게이 스태니어의 추천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다. 


처음 팀장이 되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나를 고생시킨 그 나쁜 팀장처럼 되고 싶지 않다. 둘째, 어떻게 해야 그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그 방법을 알려주는 명쾌한 책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리더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어떤 팀장은 일을 못해서, 어떤 팀장은 욕심만 부려서, 어떤 팀장은 결정을 못해서,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반면교사의 사례만 수두룩했는데 <팀장의 탄생>은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하나씩 적용하고 유지하다 보면 나쁜 리더는 되지 않을 거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필독서가 된 이유를 알겠다.



노마드맵의 초창기 모임부터 찾아와 준 M님이 주신 책이라 더욱 뜻깊다.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리더로 첫걸음을 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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