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을 읽고
스타트업 스테이션에서 창업 교육을 들으면서 성장, 성장, 성장을 끝도 없이 듣는다. 스타트업 신에서 말하는 성장은 J커브, 스케일업, 투자, 상장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숫자로 평가받는 시장에서는 따질 수밖에 없는 가치들이다. 그런데 모든 브랜드가 같은 모습으로 성장을 해야 할까?
우리의 목표는 1등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 '맞다'라고 여겨지는 방식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 PMF를 찾고, 린하게 시도하고, 단시간 내 숫자를 만들어 내어 투자사를 찾아다니고, 투자금으로 몸집을 키우는 이런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을 읽고 응원을 받았다. 기존의 방식과 달리 성장한 브랜드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자신만의 가치를 믿고 밀고 나간 브랜드들이다. 그들이 찾은 그들의 옳은 방식을 배웠다.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서비스로 만든다. 시장의 크기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길을 만들어가는 선구자가 되어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성장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어느 날 고개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그러했다. '나'에서 '우리'라는 관점으로, '성장 지향성'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태도 또한 크게 변화했다.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소비자들이 정보 생산과 탐색의 주체가 되어 제삼자의 관여 없이도 스스로 브랜드를 찾아내고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동안 큰 브랜드를 성장시켰던 기존의 방식은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 반대로 작은 브랜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작은 브랜드는 큰 브랜드의 방식으로 큰 브랜드와 싸워서는 안 된다. 큰 브랜드와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세상은 달라졌다. 언제까지 과거의 방법론에 매몰되어 있을 것인가?
작은 브랜드에게 기회가 왔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어떤 브랜드가 '작은 브랜드'인가? '작은'은 절대적 크기나 규모의 개념이 아니다. 상대적 개념으로서 '작은'을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기대어 비교할 것이 있다는 것인데, 그 상대가 바로 '큰 브랜드'이다. '큰 브랜드'는 상징적 개념이다. 빠르게, 가능한 한 크게, 최대한 넓게 성장해 온 브랜드나 기업을 통칭하는 것으로 하자. 그렇다면 작은 브랜드의 정의는 '느리게, 적게, 좁게'가 될 것이다.
느리게, 적게, 좁게
매출이나 이익을 위해 덤벼들지 않는 태도, 내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결국 나를 찾을 것이라는 자신감 같은 것이다.
역으로 자신감이 있으려면 내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치열함이 필요하겠지만, 후회가 남지 않을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큰 브랜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의 발견 - 그것에 맞는 브랜드 개발 - 소비자 설득 - 시장의 확장'이라는 흐름을 따라 성장해 왔다. 올버즈의 경우를 보면 이와는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발견 - 그것을 브랜드로 실현 - 소비자 공감 - 브랜드 심화'라는 과정을 거치며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노마드맵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발견'에서 시작했다. 처음 시작의 이유를 잃어서는 안 된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남이 해오던 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답습이라고 한다. 답습은 쫓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개념을 만들어낼 필요도,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앞선 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 앞서가는 브랜드를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방법이다.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자를 뒤에 출발한 자가 느린 속도로 따라잡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답습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인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 '그 방법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등의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면서 그것이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옳은 생각은 복제되는 순간 효력을 잃기 시작한다. 오리지널과 오리지널을 닮은 것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너무 분명하지 않은가? 웃긴 농담은 되풀이되는 순간부터 재미를 상실한다. 생각 역시 그렇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함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란 뜻이다. 그 익숙함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의 잠을 방해하지 않고 수백만 가지의 의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큰 고민 없이 그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one of them이 되어버린다.
맞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나오는 데는 수백 가지의 물음이 거친다. 왜 만드는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이 방법이 최선일까. 수없이 고민한 끝에야 새로움이 나온다. 우리가 만든 걸 따라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에 자신감이 있다.
협업 상대와 힘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보다 영향력이 큰 상대로부터 도움을 받기 원한다. 처지가 어려운 두 브랜드가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럴 때에는 자신과 정신적 지향점이 비슷한 브랜드를 찾아 '정신적 연대'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크기의 균형점이 아닌 정신의 균형점을 찾아 협업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정신적 연대가 가능한 협업 상대는 누구일까?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속성이 성장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성장시킬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벌 기업의 성장 신화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도전 정신만 가지고 불가능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작은 브랜드는 규모나 크기의 경쟁에서 큰 브랜드를 이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얼마든지 큰 브랜드를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작은 브랜드만의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 헬리녹스의 성공사례를 보면 작은 브랜드가 어떻게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두 가지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기술의 진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집중을 통한 전문성이다.
'덕업일치',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박이추 선생처럼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되어 비즈니스의 문제나 위기를 잘 해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 즉 고객이나 소비자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어 브랜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은 성공하는 작은 브랜드가 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전문성과 차별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자리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최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진정성을 보여준 다음에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가져가야 할 전문성은 무엇인가? 단 한가지 차별적인 전문성을 집중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글 폰트만으로는 너무 심심하니 뭐라도 하나 그려 넣자는 디자이너의 주장에, 사장님은 "그럼 아무거나 넣어라. 물개라도 상관없다."고 했단다. 디자이너는 진짜로 물개를 그려 넣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이렇게 '그냥' 했지만, 브랜딩을 위한 내부의 노력은 전혀 다르다. 브랜드가 가야 할길을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것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것이다. 이렇게 내부에서 탄탄하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드의 매장에 들어가 보면 느낌이 다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나 빵도, 매장의 레이아웃도, 일하는 사람도 하나하나 모두 브랜드 그 자체이다. 브랜드는 멋진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체가 그래야 한다.
폼 잡지 않는다는 것은 허술하게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 브랜드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이다. 치열하게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내부의 몫일뿐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쿨내 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사람, 그런 브랜드가 점점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일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내부 팀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실수는 할 수 있어도 후회가 남으면 안 된다. 밖에서는 평온하게 보일지라도 물안에서는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해야 한다. 내부의 경험치 능력치가 쌓여야 겉으로 보기에 단단한 브랜드로 여겨진다.
'이 브랜드를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비전이나 철학이 없다면 당신은 브랜드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반드시 겉모습이 아니더라도 당신 안에 내재된 가치들이 브랜드에 반영되어야 한다. 옳다고 생각한다면 고집도 부리고, 타협도 거부해야 한다. 당신이 브랜드다.
브랜드는 새집처럼 온갖 것들이 뭉쳐져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심축은 브랜드 리더가 만들어야 한다. 견고한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차이가 그것이다.
브랜드 리더가 중심축을 만들어야 견고한 브랜드가 된다.
모든 브랜드가 한 곳을 바라보고 전력 질주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등이 하나밖에 나올 수 없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랜드마다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하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작은 브랜드는 그렇게 존재하고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성장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크기 지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브랜드,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크기'로 회귀하려는 성장 욕구를 '깊이'라는 기준으로 상쇄해야 한다. 깊게 자라는 작은 브랜드가 늘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깊이를 지향하는 성장이 되길.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은 브랜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