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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May 16. 2024

행동하는 사람이 배운다

프리드리히 니체

히조 작가의 '하지 않는 삶' 책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을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0에는 무엇을 곱해도 0일뿐이다."


여기서 0은 내가 하지 않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유익한 정보를 듣고, 이를 내 지식으로 만들어도 실천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0과 다르지 않다.


내가 글을 직접 쓰지 않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작가가 한 문장을 쓰기까지, 각 문장을 연결하기까지 커서의 무수한 깜빡임을 바라보게 된다는 거다. 타타타탓 소리를 내며 신나게 쭉 타이핑을 하다가도 급 멈춰서 방금 쓴 문장을 바라보고 지우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공을 들인다. 독자가 만나는 글은 작가가 많은 시간을 들여 자신이 쓴 문장을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며 고민한 결과다. 그걸 알고 나니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이 정도 글은 나도 쓰겠다.'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는 부끄럽게도, 누군가가 쓴 글을 보면서 쉽게 평가하고 판단했다. 하지만 직접 쓰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제는 누군가의 글 속에 담긴 시간과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감탄과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으면, 응원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내가 쓰는 사람이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세계다. 여전히 다른 사람의 노력을 쉽게 보고 무지한 말을 뱉는 사람이었겠지.



글을 쓰기 시작하니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의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빠한테 대학 입학 선물로 받았던 DSLR 카메라, 이로 인해 나의 세계가 넓어졌었다. 사진에 빛을 담아날 때와 조리개를 조절했을 때의 차이, 셔터스피드와 노출값을 다르게 했을 때의 느낌. 이런 카메라에 관련한 지식을 배우는 시간도 즐거웠지만, 나의 일상이 달라졌던 게 가장 인상 깊다.


사진을 배우고 카메라를 손에 쥐니 내가 보는 모든 게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눈을 사로잡는 것들을 담아내기 분주했다.

'와 저런 돌 너무 예쁜데?' 찰칵.

'구름의 모양이 개구리 같은걸?' 찰칵.

'햇볕에 비친 나뭇잎과 나뭇가지의 그림자 예술적이야!' 찰칵.

걸음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한 걸음 떼면 거기에서 또 새로운 풍경과 피사물을 발견하곤 했었다.


사진에 이어 글쓰기가 나의 세계를 넓혀간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생각하며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나의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해본다. 그러다가 어떤 생각과 글감이 떠오르면, 코끝과 귀를 빨갛게 만드는 찬 바람 속에도 주머니 속에 녹여둔 나의 손의 열기를 희생하며 핸드폰 메모 어플에 그 순간의 생각을 기록한다. 일상이 바뀌며 넓어진다. 보이는 모든 게 생각으로 이어진다.


글을 써야지, 여전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나는 0의 상태에 머물러있었을 것이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강연을 들으며 아무리 곱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0이다.


내가 무언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행동하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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