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레이닝 1
나에게 여러가지 가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나를 잘 몰랐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 아이를 키우며 그제서야 나는 내가 내향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조금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입사 즈음부터 눈치챘던 것 같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나온 사회는 내향인에게 가혹했다. 내가 먼저 나서서 말을 걸고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곳.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에 당혹감을 느꼈던 것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기간이었다. 다행이도 그 많은 인원들 사이에서 나는 어찌저찌 몇명의 파워 외향인에게 간택당했다.
그 전까지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관계들에 둘러싸여 지냈는데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은 새롭게 만나는 종류의 고통이었다. 그때부터였나보다. 내 마음 속 서랍에 차곡차곡 가면을 쌓아간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가면을 꺼내들었다. 말 없이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머리를 풀가동시켜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끝없이 말하는 투머치토커 앞에선 최고의 방청객이 되었다. 이마저도 만나는 사람의 반경이 적을 땐 자주 쓸 필요가 없었는데 불특정 다수를 많이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가면생성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집으로 오면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어느 정도 관계를 쌓아가면 내 가면은 좀 더 발랄해진다. 오지랖은 가면으로도 숨길 수 없어서 비실비실 삐져나왔다. 그러다보니 나를 외향인으로 보는 이들도 늘어갔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던 어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이젠 기뻐도 웃고 화가 나도 웃고 슬퍼도 웃는다. 가슴이 답답해지도록 부아가 치밀어 올라도 웃고 배신감에 치가 떨려도 웃는다. 그렇게 나는 사회적 동물이 되었다. 적당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어른이라는 존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