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에세이 트레이닝 1

by 이지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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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교복입은 내가 나온다. 까만 치마에 까만 조끼, 까만 마이를 입은 로타리 흑돼지란 별명을 가진 여고의 학생. 별명답게 우리 학교는 그 지역에 유명한 로타리 근처에 위치해있었고 맥도날드는 그 로타리 어느 구석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늘 품고 있었다.


학교 생활이라곤 집 학교 학원밖에 없던 우리가 잠시의 일탈을 누릴 수 있는 곳은 맥도날드였다. 야자시간 전에 저녁먹고 잠시 들려 아이스크림 하나, 친구들 여럿이 가서 콜라 리필 여러번. 쥐꼬리만한 용돈으로 가성비 행복을 누리는 우리의 아지트였다.


때로는 몇몇 친구들의 연애현장을 키득거리며 지켜보기도 하고 때로는 펜팔에서 썸으로 진행되는 대면현장을 마주하기도 하는, 바야흐로 고딩들의 삶의 현장이 나타나는 팔딱팔딱 살아있는 곳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니 나의 맥도날드는 생기를 잃었다. 감튀를 쌓아놓고 전투적으로 먹던 친구들도 사라지고 콜라를 리필해 먹을만큼의 간절함도 없다. 백원 하나까지도 세어가며 주문하던 열여덟의 나는 고민없이 카드를 내미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케찹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던 힘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쓰고 있는 생기 없는 어른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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