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에세이 트레이닝 1

by 이지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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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던 즈음을 떠올려본다. 20대 후반, 내 한 몸 잘 건사하면 되는 시절 교회 수련회에서 그 당시 한창 핫하던 아이폰을 만났다. 여러가지 아이폰에 대한 썰이 돌던 시기였는데 하얗고 정갈한 디자인의 아이와 만남이 강렬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도 아이폰이 들어왔다.


스마트폰을 구매한 가장 큰 이유는 지도였다. 길치에게 가장 큰 희소식이었던 지도. 이것만 있으면 모르는 곳 찾아갈 때도 쉽게 갈 수 있겠지! 그렇게 네비게이션을 빙자한 스마트폰이 나에게 찾아왔고 당연히도 스마트폰은 네비게이션 외의 용도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난 새로운 기기를 만나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20대의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네일아트나 화장품엔 도통 아는 바가 없었다. 내 욕심은 오직 DSLR과 최신 스마트폰, 그리고 주변기기였다. 고가의 물건들이어서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알아보고 또 고민하고 알아보며 내 방엔 캐논 DSLR과 아이폰, 그 당시 정말 흔치 않았던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차례로 입주했다. 사진을 찍고 싸이월드에 공유하고 아이폰에 블투키보드를 연결해서 트위터를 하던 20대의 나. 벌써 18년 전의 모습이다.


지금은 휴대폰 기종이 어디까지 나왔는지도 모르고, 요즘 유행하는 기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카메라 역시 한참 전에 처분했다. 트렌드와 신형기기를 쫓던 20대 후반의 나는 몇년도 기종인지도 모를 휴대폰을 케이스도 바꾸지 않고 그냥 저냥 들고 다닌다. 20대의 내 스마트폰에 가득했던 셀피는 40대가 되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나를 닮은 다른 얼굴들이 차지한 내 사진첩엔 그마저도 음식사진과 책 사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세월을 쌓아간다는건 무뎌진다는걸까 나 아닌 다른 곳에 마음을 쏟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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