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에세이 트레이닝 2

by 이지인북

딸기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곳곳에 딸기 음료 포스터가 보이고 베이커리마다 딸기 디저트가 전시될 즈음, 마트에 들어서면 향긋한 딸기향이 나를 반긴다.
알이 굵고 하나 하나 예쁘게 싸여 있는 귀한 딸기님을 지나 올망졸망 모여있는 딸기바구니도 지나 내 손에 들리는 것은 늘 알이 작은 딸기 무더기였다.
햐안 스티로폼 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빈 틈 없이 꽉 차 있는 꼬마 딸기들. 꼬마딸기를 데려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싸니까.

딸기를 씻고 꼭지를 따다 보면 딸기가 반, 꼭지가 반이다.
꼭지 한무더기를 뒤로 하고 그릇 가득 들어찬 딸기와 포크 세개를 들고 아이들을 부르면 순식간에 와르르 달려온다.
우당탕탕 딸기를 입 속으로 우겨넣는 빠른 속도의 포크를 보고 있노라면 시트콤이 따로 없다.
한 녀석은 딸기 물이 흐를새라 잽싸게 휴지로 입을 훔쳐가며 먹는다.
한 녀석은 본인 입에 들어가기도 바쁜데 고새 예쁘고 개중에 알이 큰 놈을 골라 내 입에 넣어준다.
한 녀석은 입으로 먹는지 옷으로 먹는지 모르게 얼굴이며 손이며 온통 딸기 물이 그득하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는게 이런 기분인걸까.
둘째와 막내가 번갈아가며 챙겨주는 딸기 몇개를 받아먹고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 배에서 태어났건만 세 녀석은 그렇게도 달랐다.
입에도 손에도 조금이라도 묻는걸 싫어하는 첫째와 달리
막내는 광고에 나오는 꼬맹이마냥 온 얼굴에 무얼 먹었나 티를 낸다.
얼굴에만 묻으면 다행이게. 식탁과 손과 옷 역시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흔적이 가득하다.
너무 맛있어! 외쳐대며 헤헤 웃는 모습을 보면 아이고 저게 뭐야… 싶다가도 따라 웃는다.
물론, 옆에선 조신하게 티슈로 닦아가며 말 한마디 없이 먹는 첫째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지만 말이다.
말 많고 시끄러운 둘째는 그 전투중에도 굳이 엄마를 챙긴다. 엄마는 안먹어도 괜찮아, 말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내 입으로 우겨 넣는다.
그런 누나를 보며 막내도 함께 내민다. 고마워 이제 너네 먹어, 하며 옆을 돌아보면 여전히 말없이 한 손에는 티슈,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열심히 먹는 첫째가 있다.
그래, 너는 참 여전하구나. 너답다 우리 아들.

생딸기도, 딸기주스도, 딸기잼도
제각기 모양도 맛도 다르지만
봄을 알리는 반가운 향기는 같은게지.
똑같지 않아서, 너는 너 다워서
너희를 만나는 나의 봄은 늘 향긋하다.

매거진의 이전글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