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레이닝 2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한국에 돌아온지 3년, 이민가방 이고 지고 돌아왔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우리 집엔 여기저기 구석마다 짐이 늘어났다.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없다보니 정리 1순위가 책이었는데 아이들 어릴적 함께 읽던 책들을 한 권 한 권 꺼내 펼쳐보며 책장 앞에 주저앉아 그렇게 울었다. 추억은 남았지만 추억을 떠올릴 매개체는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꺼내보지 않아 먼지가 두껍게도 쌓였던 책들을 그렇게 하나 둘 쌓아 노끈으로 묶고 작별했더랬다.
보내고 온 책들에 그리 미련이 남아 이제는 읽지도 않을 그림책을 한동안은 사모았다. 차마 새 책은 사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길과 추억이 묻어있을 중고를 뒤적여 고이 모셔왔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의 책 욕심도 커가며 그림책을 비롯한 소설, 인문, 사회, 과학, 수학, 철학, 역사 등등의 책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입성했다. 먼지가 쌓일 틈도 없이 책장을 들락거린 책도 있었지만 우리 집에 찾아온 이후로 한번도 환영을 받지 못해 뽀얗게 먼지가 쌓이고 심지어 거미까지 놀러오는 책도 생겨났다.
그리고 엊그제,
그렇게도 미루고 미루던 그림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해도 언젠가는 또 데려올 수 있는 책이야, 라며 하나씩 꺼내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책장에 다시 꽂기를 반복한다. 이 책은 이래서 좋아했었는데 이 책은 이 부분이 재미있었지 이 책은 이런 내용이어서 큰 맘 먹고 샀었는데… 어느 것 하나 사연 없는 책이 없다. 먼지가 쌓인건 책이지 책에 스며든 사연은 아니기에 후후 불어 제 색깔을 찾은 책들은 슬금슬금 다시 책장으로 돌아간다. 내 마음에 세월이 더 많이 쌓이면 이정도쯤은 기억 저 편으로 보내도 미련없다 하며 정리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