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에세이 트레이닝 2

by 이지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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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wanna build a snowman~?


같이 눈사람 만들자며 문을 두드리던 안나에게 엘사는 차갑게 말한다.

Go away Anna.


항목이 눈사람만 아닐 뿐,

우리 집에선 늘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차라리 문을 두드리면 다행이지.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가는 소리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가, 아서라.

거긴 대한민국 중2가 사는 방이라고.


엄마, 형아가 내 머리 때렸어!

엄마, 오빠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온갖 컴플레인이 들려올때 깊은 한숨과 함께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엄마가 여러번 말했지.

인류가 외계침공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대한민국 중2는 외계인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지!!


사실 우리집 중2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잠그지도 않고

눈을 부라리며 엄마에게 대들지도 않는다.

동생들에게도 아주 상냥한 편이다. (물론 대한민국 중2 기준이다.)

이런 순딩이에게도 중2병이 올까 싶었는데

스물스물 우리 아이에게도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것이 보인다.


정해진 규칙은 꼭 지키고 룰을 벗어나지 않던 아이가

어느새 휴대폰 사용 시간이 늘어가고 컴퓨터 게임 시간도 늘어간다.

아직은 사소하고 귀여운 증상들이다.

이정도는 넉넉한 엄마의 마음으로 웃어줄 수 있다.

언젠가는 더 큰, 나는 상상하지도 못한 그 무언가가 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지금 어떤 모습이어도 훗, 웃을 수 있는 여유의 가면을 쓰고 있다.

다섯번 말할 것을 삼켜가며 무언의 제스쳐로 던지는 요즘,

너의 중2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나도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


같이 눈사람 만들래~ 제발 좀 나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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