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레이닝 1

by 이지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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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무 빈 틈이 없어보여.”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그 말을 던지는 교회 오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너는 부족한게 없어보인다고. 뭔가 부족해보여야 아 내가 말도 걸어보고 찔러도 보고 뭘 좀 도와주기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알아가고싶다, 하고 남자들이 생각하는데 넌 그냥 너 혼자로도 너무 괜찮아보여. 하나님만으로 완전 만족하는 사람 같아.”


이건 칭찬인지 비난인지 놀리는건지…


“아닌데? 나 안그런데?” 라며 변명했지만 그렇게 보인다는걸 뭐 어쩌겠나. 깜빡증이 중증상태인 내가 16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걸 보면 그날의 그 말이 강렬하긴 했던 모양이다.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속이 얼마나 물러 터진 순두부인지,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에 못자국이 얼마나 많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인다는걸 어쩌겠어, 내 마음을 차갑게 얼리던지 겉으로도 따뜻한 사람이 되던지.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된다는건 어나더레벨에게 주어지는 특권 같은건가보다.


빈 틈이 없는 사람이고 싶었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그 유명한 K 장녀가 아닌가. 가정의 생계 압박이 내 두 어깨 위에 있는것도 아닌데 아무도 지우지 않은 짐을 스스로 지고 살던 시간이 있었다. 도움을 청한다는건 도와주겠다 말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어려운 일이다. 내 앞가림 못하면서 남 일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기 위해 ‘너나 잘해, 너부터 잘해’를 수없이 되뇌였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선, 일단 내 삶에 빈 틈이 없어야했다.


완벽한 사람을 꿈꿔왔지만 완벽한 사람일 수는 없었다. 완벽함을 자랑하고 싶어 메꾸던 틈은 아니었는데 그 틈이 나의 숨구멍인 것을 알게된 것은 막아도 막아도 생겨나는 삶의 균열을 발견하면서였다. 틈을 가리울수록 내가 나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할 수 없어. 흠이 있다는 것은 흠이 아니야.’ 이제는 이 말을 되뇌인다.


내 삶에 새겨진 멋진 옹이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여유를 가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부러 넓힐 이유는 없지만 부러 메꿀 이유도 없다. 고목의 구멍에선 새로운 생명들이 쉬어간다. 비를 피하는 새가 깃드는 곳, 바람을 피해 다람쥐가 머무는 곳,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곤충들이 들르는 곳. 내 틈이 넓어질수록 타인의 쉴 곳이 될 수 있음을 아는 나이. 나의 틈을 비웃거나 얕잡아보지 않는 이들에게 내어주는 공간으로 그 자리를 열어두어본다. 너무 많이 소문나면… 없는 틈이라도 만들어 낼 일이다. 신장개업 전단지 없이도 성황을 이루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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