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권 Nov 05. 2021

동명이인


페이스북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보다 훨씬 잘생긴 동명의 변호사분이 계신다. 


이분이 법관으로 재직하시던 시절 우리 가족이 신세를 진 일이 있다.  


신혼 시절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던 철없는 관종 이었던 나는

그 분을 발견하여 아내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결혼을 하여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드게임 만든답시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매우 수상쩍은 사람이 경영하는 블랙기업에  무려 어머님 돈으로 투자까지 하면서 취직을 하는 바람에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마이너스 통장을 끼고 살았다.


첫째를 낳고 

아이를 위해 그림책 전집을 사주고 싶었던 아내는

눈여겨 보아놓은 비싼 번역 그림책 전집을 사기위해 중고나라를 눈팅하던 중 

거의 반값(그래도 40만원돈)에 올려놓은 사람을 발견하여 내게 송금을 하라고 요청했다. 


내가 송금을 하고 며칠이 되도 그림책이 오지 않아서 고민하던 아내는 어느 순간, 

자기가 말로만 듣던 중고나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착하게 사기꾼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 통장에 송금인으로 찍혀있는 우리 남편이름 네이버에서 검색해보고 조용히 그 돈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놔라' 

(현명하게도 아내는 자기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바로 입금문자가 왔다. 


지금은 판사를 그만두시고 울산에서 변호사를 개업하신

정희권 변호사님의 건강과 성공을 항상 기원하고 있다. 


페북 친구신청을 한지 오래 됐는데 받아주질 않으신다.

아마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메달 같은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