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미묘한 진도에서 해남

진도에서 해남까지

by 이지 EZ

※주의-개인적인 감정으로 이편은 굉장히 성의 없을 수 있음.


그런 제안을 하지 말아야 했다.

설마 지금도 가끔 그 사건 때문에 한밤 중 이불킥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2006년, 호주 여행을 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그다지 이성적으로 개방적이지는 못했다. 남들 한 번씩 사귈법한 외국인 남자친구는커녕 한국인 남자친구도 만들지 않았(못했?)으니까. 인생 한 번이야 하고 덤벼들 수도 있겠지만 꾸미는 방법도 이유도 모르던 청춘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번에는 우수영까지 데려다 주셨던 분 한분이 오늘은 한가하다며 내 목적지인 해남까지 데려다 주겠다 했다. 순수한 호의라면 마다하지 않으리 하며 얘기하다가 부산에 아는 형이 있고 원래 한두 달 있다가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프로젝트가 끝나 쉰다고 말했다. 방향도 같고 하니 같이 이동해요...라고 말했다가 봉변당할 뻔했다. 세월호에 분향하러 진도 들렀다 해남으로 이동했는데, 본인도 분향하겠다며 쫒아와 틀린 방향으로 훅 이동하더니 내 시간을 다 까먹고는 분향도 하지 않았다. 또한 자기 멋대로 기름값을 내지 않나, 자기랑 같이 다니면 좋은 2인실 호텔에서 묵을 거리고 하지 않나. 그날 금방 가겠다고 하고는 해진후까지 미적미적 버티더니 설마 했던 쌍팔년대 멘트를 하심이다. “이상하게 듣지 말고 숙소비가 아까우니 같은 방을 쓰자.”?!!!!!! 신세 지기 싫어서 예정에 없던 5만 원 넘는 전복 갈비를 사드렸고, 내지 않아도 되는 짜증으로 본인 방 잡게 만들었으며, 일부러 부산을 빠르게 지나치고 울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후에 본인은 부산이고 친구들 기다리니 부산으로 내려오라고 카톡으로 명령을 하셨다. 결국 자기 멋대로 진도를 나가 버린 그분 덕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카톡 차단을 시전 했다. 미묘한 진도에서 해남. 남자들이여, 아무리 급해도 그렇게 먼저 진도를 나가버리지 말자. 여자들은 의연하고 여유로운(돈 말고, 아.. 돈도 포함인가?) 남자에 더 끌린다.



해남 우수영 관광지

1597년 충무공이 이룩한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옛 성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1986년 국민관광지와 1991년 명량대첩 기념공원으로 조성은 개뿔 사진을 남겨오지 않았다. 일단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는데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그냥 멍 때리고 단체사진 찍고 이동했다. 역사적으로 의미고 있는 곳임에는 분명하니까 가면 한 번은 들러보자.



해남 땅끝마을

이곳을 얘기하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냥 땅끝 마을이라고 하면 여행자, 특히 내일러들과 자전거, 스쿠터족의 최종 목적지이다.

나에게도 그러했다.

해남 땅끝마을이라고 크게 쓰여있는 비석에서 사진 하나 찍어야 '아 내가 스쿠터를 타고 대한민국의 끝까지 이동을 했구나' 하고 만인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

단지 그날 나의 기분과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마냥 즐겁지 않은 상황에 하루 더 지체할 여력이 없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의 풍경이었건만, 풍경을 다 볼 시간도 없이 급하게, 마냥 급하게 이동을 하게 되었다.









전복 갈비탕

비록 여행을 하면서 매끼를 챙겨먹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식사를 사진을 찍고 식당의 이름을 기록해 놓고 있었다. 한 끼 정도의 식사는 사치를 부리며 먹자라고 생각을 하며 그날도 무엇을 먹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남 땅끝까지 이동해주신 나의 번뇌감인 그분 덕분에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다. 음.... 음식 맛도 역시 같이 먹는 사람의 영향을 받는가 보다.


가격: 52000원


땅끝 푸른 모텔

해남 땅끝마을에서는 풍경보다 푸른 모텔에서 묵었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는다. 웹서핑을 하다가 해남의 숙소는 펜션 모텔 게스트하우스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것으로 보여서 개중 평이 나쁘지 않으면서 바다에 가까운 곳을 찾게 되었다. 모텔에 체킨 할 때 카운터를 보셨던 남자분이 꽤 젊어서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인가 했더니 사장님이라고 하신다. 내일러들이 오기에나 휴가철에나 조금 이른 시즌이었기에 숙소가 꽤 한가해서 사장님이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분 언변이 보통이 아니다. 해남 토박이로 해남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해남 관광사업 진흥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나중에 해남에 큰 기여를 하실 분 같았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셔서 말을 걸고 대화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가격: 모텔 온돌방 평일 기준 30000원

예약문의: http://www.xn--l00b16g8ymw8f9pillj.com/

Tip: 나는 먹지 못했지만 사장님에게 문의하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전복요리를 먹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덤으로 소라를 얻어 술안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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