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사 이지의 스쿠터 국내일주
그래,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준비할 것은 용기이다.
사실 이 여행을 위해서 머릿속에서는 평생 준비만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약간의 용기만 더 있었다면 어린 나이에 경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스쳐지나 갔다.
나이가 들어서 편한 것이라면 단지 쓸모없는 절차는 과감히 생략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아, 딱히 돈이 넉넉해서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30이 넘은 나이에 왜 스쿠터냐고 묻는다면 그냥 적당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겠다.
어쨌든 가방을 지고 하루에도 몇십 키로 앉아서 달릴 수 있는 체력은 아직 있지만,
내 몸이 소중해 몸 사릴 정도의 속도를 유지할 자제력은 있다고 판단되니까.
그리고 아직까지 뺨에 닿는 바람 한 조각이 좋을 때니까.
더 늦지 않게 떠나고 싶었다.
용기가 준비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시속 20km의 자전거족의 민망한 타이즈와 새 부리 같은 헬멧은 불시의 사고에 가능한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보호해준다. 그런데 시속 60km 이상 스쿠터를 타며 맨몸 주행이라? 세상에 안녕을 고하는 각오로 탄다고 밖에. 뭐 굳이 그렇게 타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사고가 나면 고생하는 것은 나 뿐이 아니다.
내 경우 헬멧을 썼어도 사고 후 약간의 두통이 남았다. 헬멧보다 머리 스타일이 중요한가? 나중에는 스타일을 낼 머리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1. 오토바이 보험 - 기왕이면 자손 처리되는 것
자손(자기신체사고 보상-30만 원 대) 포함 오토바이 보험은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해지하면 남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전국 여행을 위해 잠시 타고 말 라이더라면 더 더욱 권유하고 싶다. 사고는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2. 헬멧-풀 페이스(턱분리 가능헬멧)
보통 반모 혹은 오픈페이스를 많이 쓰고 다니는데 역시 실력이 출중하지 않다면 풀 페이스 헬멧을 추천한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바닥에 넘어져서 갈린 자국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10만 원 아끼려다 몇천만 원 단위로 깨지는 수가 있다.
3. 장갑, 라이더 부츠(발목 위로 올라오는 것), 라이더 재킷
5월과 6월 사이에 한 여행인데도 바람이 불면 생각보다 춥다. 하지만 그에 앞서 넘어지면 역시 크게 다친다. 바닥에 갈린 상처도 문제지만 뼈마디가 쑤시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의류점에서 파는 라이더 재킷은 사실 스타일만 쫒아한 것이라 실제로 라이더 재킷의 기능(방풍+방수+보호)은 거의 하지 못한다. 인간의 몸은 사실은 참 약하는구나 하는 것을 몸소 느끼고 싶지 않다면 중고나라에서 구매를 하던지 지인에게 빌리던지 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여행이든 짐이 가장 골칫거리이다. 스쿠터의 경우는 짐이 바깥으로 노출되어있어 곁을 떠나기 불안하다. 때문에 많은 스쿠터 여행자는 짐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간 여행을 해야 하는 경우는 아무리 줄여도 한계가 있다. 이때, 전에 사두었던 쇠그물망과 열쇠로 짐문제 해결! 덕분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장시간 돌아다녀도 짐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더불어 디오 125도 넉넉히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 짐 보관용 - 팩세이프(쇠그물망+열쇠), 끈
오토바이 투어용 가방들은 비싸다. 한철 쓰고 말 것이라면 팩세이프로 짐을 감싼 뒤 리어 캐리어에 감아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맘 먹고 도둑질하면 장사 없다.
2. 응급처치용 - 구급함, 맥가이버칼(응급+호신용),
데오덤을 사서 맥가이버칼과 함께 가지고 다니면 상처 크기에 상관없이 쓸 수 있다. 소화제, 두통약, 진통제 등도 챙겨가면 좋다. 병원이나 약국이 없는 곳에서 치료가 필 요할 때에는 보건지소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3. 지도 - 다음 지도, 무제한 데이터
지도는 지방으로 갈수록 다음이 자세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다음, 네이버 둘 다 다운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것과 자전거도로를 참고해서 이동을 하면 좋다. 에그는 지방에선 거의 무용지물이니(콤팩트 에그기준) 무제한 데이터를 신청해서 가자.
4. 기타 - 비옷(스쿠터용은 상하 분리된 것)
봄과 여름 사이에는 달리다 보면 쏟아지는 비가 뼈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닐판초우비는 어떻게 입던 달리는 순간 찢어지며 바지가 젖게 되니 질긴 재질의 상하 분리된 비옷을 추천한다. 지방에서는 작은 마을에서도 오토바이를 고쳐주는 곳은 하나씩 있다. 초보의 경우 타이어에 구멍이 난 부분을 찾는 것도 매우 힘들기 때문에 펑크 키트 살 돈으로 센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125cc 기준, 배기량이 큰 경우는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