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by 이지 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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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야한 영화씬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듯 하지만, 나는 다른 것보다도 동생의 영화평에서 섹스신에서의 탕웨이 겨털이 충격적이었다는 후기가 뇌리에 남았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사실 섹스신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그려놨는지였다. 집중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지라 2시간이 넘는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제국주의 시절에 일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중국인들의 사고는 한국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극 중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시작한 탕웨인데, 그녀의 미모와 완벽주의는 어떤 집착까지 만들어 냈다. 나는 탕웨이가 친일파였던 양조위를 죽이기 위해 연기한 모든 것이 단지 일본을 증오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완벽함, 일본을 증오하는 동료들이 가진 분노에 대한 의무가 더 컸기 때문이다.

아, 한없이 외로운 적에게 사랑, 혹은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상황이 일어날 줄 알면서도 내뱉은 탕웨이의 한마디에 뒤가 빠진 듯 절실하게 도망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면서, 젖어있는 탕웨이의 눈에 가슴이 아팠다. 사랑은 숭고하다고 하지만, 감정이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은 비단 남자에게 해당되는 일만은 아니었다.

눈앞에 보면 혹시 흔들릴까 탕웨이의 사살 서류에 사인하던 양조위의 번민하던 얼굴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른 이성이 보이는 얼굴이었다.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이던 탕웨이와 비어있는 탕웨이의 침대를 쓰다듬던 양조위의 아련함이 공허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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