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새로운 길을 그리워하다.

변산반도, 백제불교문화 도래지, 백수해안도로.

by 이지 EZ

처음 본 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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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고 나서 정말 처음 본 길을 달려 본 적이 있었던가? 이제껏 달렸던 길은 알게 모르게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길이었다. 여행을 꿈꾸며 뒤져왔던 책자들이나 블로그 그 어딘가에 한줄씩은 나와있었던, 그래서 스쳐 지나가면서 한장의 사진이라도 보게 되었던 길. 여행을 시작하던 중 정말 처음으로 본 길을 달렸던 것 같다. 처음은 군산에서 추천 받은 변산반도와 영광의 최초 불교 도래지라는 곳을 들러야 하겠다는 생각만 한 채로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목포.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달리는 길이 범상치 않다 라고는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에 다다랐다. 직진으로 쭉 뻗은 길은 없었지만, 꼬불 꼬불 펼쳐진 길이 나름대로 운전하는 재미를 주었다. 어느 정도 갔을까? 집도 없고 절도 없이 도로만 이어진 어느 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보였다. 뭔가 있나 보다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조망대가 있었고,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이 조용하고 운치가 있었다. 사람들은 크게 떠들지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지도 않고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하는 것을 보듯이. 어느 순간 그 무리에서 외따로 스쿠터를 타고 나타나 헬멧을 벗고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내가, 커피 한잔의 호의를 제안받으며 구경을 당하는 생경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길 밖에 서니, 그 길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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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네 팥죽집 팥칼국수 : 7000원

게으른 몸뚱이를 이끌고 어물쩍 어물쩍 달리다 리 단위의 어느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시간은 이미 정오쯤이라 먹을 것이 필요했는데 제대로 된 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동네 한바퀴를 빙돌다 찾아낸 곳이 주택에서 하는 식당 현미네 팥죽집. 팥칼국수는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쩐지 당겨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른 점심에 한 사람은 받지 않는 다며 한번 거절당했다. 실망하고 뒤돌아서 나가던 때마침 단체가 들어와 끼어서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밥을 먹게 되었다. 와아!!! 팥칼국 수의 맛도 맛이지만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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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백제불교문화 최초 도래지

영광 법성포를 검색하면 굴비가 연관검색어에 첫 번째로 딸려올 정도로 만인에게 굴비로 유명하다. 그런데 법성(法 聖)이라는 지명이 성(聖)인 마라난타가 불교(法)를 설법하러 온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도래지라는 것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곳은 입구부터 생소한 건축양식이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로 만들거나 대리석을 균일하게 쌓아 만든 건물이 아닌 작은 돌들을 켜켜이 쌓아 만든 건물이었다. 인도에서 최초로 넘어온 곳이니 만큼, 인도의 간다라건축양식을 써서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오묘한 색감을 내는 건축물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아서 절에 온 기분보다는 마치 이국에 온 듯 한 느낌이 든다. 그 정상에는 4면 부처님이 서 있는데, 이곳을 벗어난 꽤 먼 곳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웅장하게 서 계시다. 부처님 완성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했으니, 아직 공사 중일 것이다. 그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딱히 종교적인 곳을 들린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드라이브를 하는 한 코스로 들러도 좋을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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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바다전망대

백제 불교 도래지를 돌아 나오며 그 커다란 부처님이 어디까지 보일까 궁금했다. 바다를 타고 계속 달려가는데 장애물들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10분 정도 지나니, 저 멀리서 마치 피규어만큼 조그마하게 석상이 보였다. 풍경을 하나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제대로 떠나왔구나 하고는 해변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범상치 않아 보여서 어딘가에 스쿠터를 대고 경치를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주차되어있는 차들이 보였다. 커다란 안내판 한편에 스쿠터를 묶어두고는 앞의 전망을 바라보니 오밀조밀한 섬들과 바다가 눈에 들어 왔다. 이렇게 멋진 곳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니!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곳에 멈출 수 있는 여유를 준 사람에게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만 있다면 커피 한잔을 사주고 싶다는 어르신의 친절함에 한 번 멈추어 섰다가, 여유롭게 이어지는 풍경을 보면서 지금 이곳은 이 정도면 딱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도 말고, 덜도말고. 딱 여기까지만.


TIP : 칠산전망대는 영광 백수해안도로 중간쯤 있으므로 네비에 백수해안도로를 찾는 게 좋다. 다른 블로그를 참조해보면 어딘가에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곳도 있고, 산을 타고 오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도로를 이용했으므로 산을 타는 길은 다른 블로그를 이용해 정보수집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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