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포.
예전 여행을 했을 때 잠시 고민의 기로에 빠진 적이 있다. 보성에서 목포로 갈 것인가 아니면 순천을 거쳐 통영으로 이동할 것인가에 대해서. 당시에는 보성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가 순천만의 해질녘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해서 그날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가는 그녀를 꼬드겨 같이 이동하느라 순천으로 갔지만, 전라도에 많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목포는 여행에 관한 미지의 동네 같았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 구수한 사투리와 조폭(?!)이 이전에 가진 목포의 이미지라면, 지금은 유달산 정상에 올라가 보이던 바다와 시가지의 극명한 대조가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약간의 위험한 이미지도. 아마도 목포에 다시 갈 때는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할 것 같다.
1935
고우당 다음으로 마음을 졸이며 예약했던 숙소가 1935인데 순전히 우연히 보았던 어떤 기사에서 1935를 알게 되었다. 숙소가 번화가 한가운데에 예상하기 힘든 곳에 있어서 찾기가 좀 어려웠다. 거기에 경사를 지고 올라가야 하는 좁은 길이라 큰 오토바이는 들어가기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입구에 춘화당 한약방이라는 이름이 보이고 그 옆에 있는 카페에서 체크인을 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단지 스쿠터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마당 한편에 있던 꽃들을 한쪽으로 치워야 했던 번거로움(!)도 있다. 한옥 스테이를 진행한다고 해서 살짝은 온돌방에서 잘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한옥 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도미토리룸의 2층 침대에서 자야했다. 방의 규모는 넓지 않았지만 일본 양식이기도 하고 한약방으로 운영되었던 건물이라 구조가 독특했다. 보통 방은 사방이 벽으로 되어있고 한쪽 벽면에만 여닫이 문이 달려있는데, 내가 묵었던 방은 두 면만 벽이고 나머지 두 면은 미닫이 문이 벽을 대신하고 있었다. 양쪽의 미닫이 문을 보며 과연 보안은 안전한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마른 빨래 냄새가 나던 깔끔하고 정갈한 풍경에 그 생각은 곧 사그라들었다. 좋은 곳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니까.
가격: 도미토리 1인 25000원, 한옥스테이 3인 기준 10만 이상.
예약문의: 061 - 243 - 1935 / 010 - 9173 -1935 (전화 문의는 10:00 AM~ 10:00 PM)
위치: 전라남도 목포시 죽동 44-1번지
여행을 자주 하는 누군가는 어떤 도시에 도착했을 때 항상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본다고 했다. 그 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낯선 도시를 보는 것이 기분이 좋다고. 목포에서 한 것중 잘 한 것이 있다면 유달산 공원에 갔던 일이다. 뭔가 돌고 도는 느낌을 받으며 도착한 유달산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컸다. 먼저 들렀던 곳은 조각공원인데, 많은 조각들이 계단식으로 전시되어 있어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 더운 것을 참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는데, 다행히도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았다. 5월에 가죽잠바를 입고 산길에 오르다 보니 무척 더웠다. 산행을 좋아라 하진 않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닌 45분가량의 시간이 지 나고 일등바위에 올라갔을 때, 눈앞엔 바로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가 하늘을 경계 짓는 선하나를 무심히 쳐다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도회지의 풍경이 있었다. 상반된 두 풍경을 보면서, 문득 2006년의 호주가 왜 그리도 좋았었는지 떠올랐다. 그렇게 바위에 걸터앉아 상반된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또 추억을 반추하다 사람들이 그곳에 차오르기 시작하며 현실로 돌아왔다.
이쯔야, 그리고 식사
허기지고 지친 상태로 도착하니 멀리 가서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안 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했 다. 그래도 아무 곳에서나 먹고 싶지는 않았다. 1935에서 추천해 달라고 하니 유명한 음식은 많지만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고 했다. 반쯤 포기상태로 주변만 뱅뱅 돌다가 들어간 곳이 이쯔야였다. 사실 일식은 못해도 평타는 치는 곳이 많아서 선택하기도 했는데, 웬걸?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익숙한 메뉴 가츠동을 시키고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날도 식사는 곤혹스러웠다. 먹었는지도 모르게 뚝딱 사라진다는 꽃게살 비빔밥을 먹고 싶었으나 다 2인 기준이었다. 가격도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프랜차이즈 분식정도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겸허한 자세로 유달산에서 얻은 백설기나 뜯기로 했다. 훌쩍.
식사: 가츠동 - 7000원
황금모터스
엔진오일의 강박이 생겼다. 출발 전 센터 아저씨가 몇 킬로 이상 가면 엔진오일을 갈아 주라고 말씀하셔서 이제쯤 당연히 들러야겠거니 하고 목포에서 웹서핑을 하고는 황금모터스에 들렀다. (이 모든 정보는 바이크 마니아에서 나왔다.) 센터 주변에 엄청 크고 좋은 오토바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이.... 엔진오일 마개를 열지 못한다. 크고 아름다운 오토바이들 사이에서 처음 본 저가형 스쿠터라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멍 때리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짜장면을 시켜준다는 누군가, 여성 라이더가 떴다는 소릴 듣고 달려왔다는 또 누군가. 마냥 지체할 수가 없어서 대충 떠나려고 하니까 많이 타 보신 분이 계기판을 쓱 보고 바늘 같은 것으로 엔진오일을 쓱 훑더니 이 정도는 한참 타도 괜찮다고 한다. 또 다른 분들은 혼자 다니는 것이 걱정이 되었는지 마침 있던 모임이 파투 났으니 해남 우수영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 속에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자칫 심심할 뻔했던 길인데 동행해 준 분들한테 고맙기도 했고, 낯선 이에게는 어느 정도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가를 알게 되는 좋은 경험도 하게 해주어 깨달음을 얻었다.
특별히 조치가 취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비의 정확한 비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꽤나 큰 규모이고, 때를 잘 맞추어 가면 동호회 사람들에게 유용한 여행 정보나 기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