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영어책 이야기 (2)

제2절 마법의 나라로 초대

by 백지

1. 해리 포터: 호그와트로의 초대

1) 해리 포터는 알아야지

아이가 영어에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마침내 우리도 마법 세계의 문, 《해리 포터》 시리즈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워낙 방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이다 보니, 처음부터 원서로 읽기엔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겠다싶어 영화를 먼저 보기로 했다. 인물이 많고 서사가 복잡할수록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과 주요 인물들을 먼저 익히고 나서 책으로 넘어가면 수월했다.

첫 번째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을 본 날, 아이는 호그와트의 신비로운 분위기, 마법 수업의 생동감, 그리고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세 친구의 끈끈한 우정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특히 11살 생일에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해리의 이야기는 아이에게 상상력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1권의 제목이 영국에서는 《Philosopher's Stone》이지만 미국에서는 《Sorcerer's Stone》이라는 점이었다. 미국 출판사들이"sorcerer"가 "philosopher"보다 더 마법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우리가 '헤르미온느'로 알고 있던 Hermione의 실제 영국식 발음이 '허마이오니(Her-my-oh-nee)'라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이는 이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조차 재미있어했다.

영화는 《마법사의 돌》에서 시작해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 《혼혈 왕자》를 거쳐 마지막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함께 감상했다. 이야기의 규모가 커지고 인물들의 감정도 깊어질수록, 아이는 영어 속 미묘한 표현에도 시나브로 분간해내는 능력이 생겼다. 아이는 특히 퀴디치 시합이 인상 깊었던 1편과, 트라이위저드 대회가 펼쳐지는 4편을 가장 좋아했다.

영화뿐 아니라 오더블(Audible) 앱을 통해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가 낭독한 오디오북을 들었고, Joshua Cashill 선생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Inglês Essencial'에서 공개되는 해리 포터 관련 영어 학습 콘텐츠도 함께 보았다. 이 글을 쓰는 현재는 3권 《아즈카반의 죄수》 내용이 진행되고 있어,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와 영어 표현을 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처럼 영화와 오디오북,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언어 표현을 익힌 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원작 책을 한 챕터씩 읽기 시작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이 장면! 영화에서 봤던 거야!"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에 흥분과 기대가 가득했다. 영화에서는 시간 제약상 생략되었던 세부 묘사와 인물들의 내면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 그걸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영화와 책을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를 해나갔다. 해리 포터와 초챙에 대한 장면이 특히 그랬다. "왜 이 장면은 영화에선 빠졌을까?" "책에서는 이렇게 묘사했는데, 왜 영화에선 다르게 표현했을까?" 이런 질문을 아이가 스스로 던졌고, 우리는 함께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 속 책과 영화 간의 차이를 함께 탐색해 나갔다.

해리 포터와 아이가 이미 좋아하던 다른 영국 콘텐츠들 간의 연결고리는 아이가 영어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호리드 헨리》 오디오북에서 듣던 성우의 목소리(미란다 리처드슨)를 해리 포터 영화 속 특정 캐릭터(리타 스키터)에게서 다시 만나거나, 다른 영국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는 무척 반가워했다. 아이의 관심은 캐릭터를 넘어 배우 정보까지 찾아보는 것으로 넓혀나갔다. 아이는 마치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배움을 통해 성장해 가는 해리, 론, 헤르미온느처럼, 우리 아이도 해리 포터의 세계 속에서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펼쳐나갔다.


2) 해리 포터의 발자취를 따라서: 마법 같은 영국 여행

《해리 포터》 시리즈를 책과 영화로 모두 접하며 마법 세계에 푹 빠진 아이와 함께, 우리는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다. 바로 책과 영화 속 마법 같은 장소들을 실제로 찾아가며 해리 포터의 세계를 몸소 느껴보는'마법 찾기 여행'이었다.


2-1. 마법의 시작점: 에든버러

마법 여행의 시작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Edinburgh)였다. 이곳은 호그와트 성과 다이애건 앨리의 배경에 영감을 준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작가 J.K. 롤링이 해리 포터 이야기를 처음으로 써 내려간 장소이기도 하다. 에든버러의 중세적인 골목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단숨에 우리를 마법 세계로 끌어들였다.

우리는 마법 지팡이를 손에 쥐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워킹 투어에 참여했다. 충견 바비의 동상 앞에서 시작된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에든버러 곳곳을 누비며 해리 포터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그레이프라이어스 커크야드(Greyfriars Kirkyard)라는 역사 깊은 교회 묘지였다. 그곳 묘비들 사이에서'볼드모트(Thomas Riddell)', '맥고나걸(William McGonagall)', '무디(Moodie)'처럼 소설 속 인물들과 동일한 이름들을 발견했을 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실제로 J.K. 롤링이 이곳 묘지에서 캐릭터 이름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묘지를 나와 길을 건너면 보이는 엘리펀트 하우스(The Elephant House)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였다. 한때 J.K. 롤링이 앉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원고를 썼다고 알려진 이 카페에 꼭 가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몇해전 화재로 이 곳은 붉은 셔터문이 내려와 있었고, 카페는 다이애건 앨리의 실제 모델이라고 손 꼽히는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에 옮겨 자리잡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걷는 코스는 마치 영화 속 마법 상점가를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오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요크의 샘블스 거리(The Shambles) 또한, 중세의 좁고 구불구불한 정육점 골목길로, 양쪽에 나무로 된 돌출 상점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그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들과 좁은 골목은 마치 마법사들이 몰래 다니는 비밀 통로 같아,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를 떠올리게 했다.


2-2. 옥스퍼드, 런던 곳곳에 스며든 마법

다음은 마법학교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옥스퍼드였다. 이곳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촬영지였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는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 론, 헤르미온느를 처음 만나는 입학 장면의 계단을 제공했다. 또한 칼리지의 그레이트 홀은 호그와트 대연회장의 영감을 제공한 장소로, 거대한 천장과 고풍스러운 분위기, 긴 식탁이 놓인 홀에 들어섰을 때면 정말 마법 학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런던에서도 해리 포터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리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그리드와 해리가 마법사 세계로 가는 입구인 리키 콜드런 펍으로 향하는 장면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유리 지붕과 철제 기둥으로 이루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공간이 마법적인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었다. 영화 속 리키 콜드런의 입구로 사용된 불스 헤드 패시지(Bull's Head Passage)의 파란색 문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데스 이터들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내셔널 갤러리 옆 국립 초상화 박물관에서는 맥고나걸 교수 역을 맡은 매기 스미스와 작가 J.K. 롤링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레스터 스퀘어에서는 해리 포터 관련 기념품들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고, 근처 레고 스토어에서는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들을 재현한 대형 레고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런던의 두 기차역이었다. 먼저,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하늘을 나는 포드 앵글리아가 이륙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웅장한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외관이 그 자체로 마법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 역 건너편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로 떠나는 마법사들의 출발점으로 유명한 킹스 크로스 역이 위치해 있다. 1852년에 개장한 킹스 크로스 역은 런던에서 가장 붐비는 기차역 중 하나이면서 해리 포터의 가장 유명한 촬영지 중 하나였다. 특히 9와 3/4 플랫폼이 그 중심인데, 역 내부에는 실제로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벽을 통과하는 듯한 카트를 미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팬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지어져있었다. 플랫폼 주변에는 해리 포터 관련 공식 기념품과 굿즈를 판매하는 상점도 있어 마법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킹스 크로스 역 근처에는 해리 포터 팬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특별한 공간, 미나리마 하우스(House of MinaLima)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해리 포터와 판타스틱 비스트 시리즈의 그래픽 디자인을 맡았던 미라포라 미나(Miraphora Mina)와 에두아르도 리마(Eduardo Lima) 두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작업실 겸 갤러리였다. 영화 속 마법 세계의 포스터, 신문, 편지, 상점 간판 등을 실제로 디자인한 원본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마법 세계의 시각적 세계관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2-3. 유럽까지 이어진 마법의 흔적

해리 포터의 마법은 영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이어졌다.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은 J.K. 롤링이 포르투갈에 머물던 시절 자주 찾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특히 렐루 서점의 계단과 호그와트 계단 사이의 유사성은 부인할 수 없어 해리 포터 애호가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J.K. 롤링은 렐루 서점에 매료되어 이 서점의 이미지 중 일부, 특히 빨간 나선형 계단을 해리 포터 이야기에 접목시켰으며, 이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도서관에 영감을 주었다. 붉은 융단 계단과 목재 서가,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은 마치 마법 학교의 도서관을 현실로 옮겨놓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해리 포터를 따라 떠난'마법 찾기' 여행은 단순히 책과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실제 공간에서 이야기를 체험하며 마법을 현실로 끌어오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이에게 영어는 더 이상 교과서 속 어려운 언어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살아 숨 쉬는 도구임을 실감하게 되었고, 영국과 유럽의 문화와 연결되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


3) 해리 포터 스튜디오

우리는 마법 세계에 푹 빠져 있던 아이와 함께 런던 인근의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 런던- 더 메이킹 오브 해리 포터(Warner Bros. Studio Tour London - The Making of Harry Potter)를 방문하며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스튜디오로 향하는 차 안에서부터"진짜 호그와트에 갈 수 있다고?"라고 외치며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책과 영화로만 보던 마법 세계로 직접 들어가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영화 속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거대한 우크라이나 아이언벨리 드래건 모형이 천장에 매달려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들어선 그레이트 홀에서는 그날이 생일인 방문객이 직접 문을 여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공간이 펼쳐지자 아이는"나도 오늘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호그와트에 막 입학한 신입생처럼 두리번거렸다. 천장에 촛불 대신 조명 장치가 빼곡히 달려 있었지만, 아이는 그것조차도 마법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여기서 해리가 처음 모자 쓰는 장면 찍었지!"라고 정확히 기억해 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아이는 신나게 이곳저곳을 누볐다.

스네이프 교수의 마법약 교실 세트에 들어서자, 선반 위에 줄지어 놓인 수많은 약병들에 시선이 멈췄다. 'Essence of Snake', 'Dragon's Blood' 같은 영어 라벨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아이는 모르는 단어도 문맥 속에서 의미를 추측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기발한 단어들은 특히 흥미로웠는지, 여러 번 웃으며 따라 말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진의 세심한 디테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린 스크린 퀴디치 시합 체험 코너도 무척 인상 깊었다. 평소에는 낯선 사람 앞에서 말도 잘하지 않던 아이가, 스태프의 영어 지시에 따라 몸을 기울이고 손을 들며 빗자루 타기에 몰입하는 모습은 무척 놀라웠다. "Put your left hand here!", "Good, now lean forward!" 같은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었지만, 아이는 상황을 통해 스스로 이해하고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으로 익혀가는 순간을 경험했다.

투어의 마지막, 거대한 호그와트 성 모형 앞에서는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게 재현된 모형을 보며 아이는 작지만 강렬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제 책 읽을 때 이 장면이 생각날 것 같아." 그 말 한마디에, 오늘의 경험이 아이 마음속에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스튜디오 투어 후, 아이가 해리 포터 책을 대하는 자세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설명이 기다며 지루해하던 장면도"여기 내가 봤던 장소야!" 하며 집중해 읽었고, 익숙한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더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4) 해리포터 저주받은 아이

우리 가족은 영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온종일 해리포터와 함께하는 하루를 계획했다. 바로 런던 웨스트엔드(West End)에서 공연 중인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이었다.

아이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했지만, 아직 책 전권을 다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영화와 오디오북, 레고 협업 도서, 그리고 미나리마(MinaLima) 디자인이 돋보이는 플립북 시리즈를 넘기며 이야기의 세계를 즐겨왔다. 그러던 중 《저주받은 아이》 뮤지컬 소식을 들었고, 아이는 “꼭 보고 싶다”라고 우리가 영국에 머무는 동안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넣었다. 이 공연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하루에 두 번, 오후 2시와 저녁 7시에 나뉘어 상연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 공연을 영국 생활의 '클라이맥스'로 아껴두었다가 마지막 즈음에 보기로 했다.

공연을 보기 전, 서울에 계신 할머니께서 생일 선물로 보내주신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한글 번역본 1, 2권을 받았다. 아이는 마치 대본을 준비하는 배우처럼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정리하고, 시점과 배경, 상징을 이해하려 애썼다. 이야기는 해리 포터의 아들 ‘알버스 세베루스’와 드레이코 말포이의 아들 ‘스코피우스’가 시간 역전 장치(Time-Turner)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1 편의‘마법사의 돌’ 이야기나 호그와트 입학 첫날 ‘분류 모자’ 장면, 4편에서 펼쳐지는 ‘트리위저드 토너먼트’의 위험천만한 도전들과 세드릭 디고리의 죽음은 이 뮤지컬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공연 전후로 이 장면들을 중심으로 다시 이야기하며 작품의 구조와 감정의 흐름을 곱씹었다.

공연 당일, 런던의 팰리스 극장(Palace Theatre)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 압도적인 외관에 숨이 멎을 뻔했다. 극장 외벽을 휘감은 해리 포터 마법 세계의 상징들—호그와트, 마법지팡이, 플랫폼 9와 3/4 등—이 현실과 마법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아이는 첫 연극 공연을 앞두고 눈을 반짝이며 객석을 둘러보았다. 마치 진짜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느낌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1부 공연에서는 시간 여행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마법 같은 무대 장치와 실제 마법처럼 느껴지는 특수 효과들이 무대 위에서 일어날 때마다 아이는 “어떻게 한 거야?”라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대사, 그리고 음악 없이도 전해지는 감정의 흐름은 아이에게 새로운'이야기 체험'의 장을 열어주었다.

잠시 극장 근처에서 식사를 한 후 다시 돌아와 저녁 7시부터 이어진 2부는 긴장감과 감동이 극대화된 시간이었다. 특히 과거를 바꾸려는 알버스와 스코피우스의 시도가 점차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아이는 무대에 몰입한 채 숨소리조차 줄이며 지켜보았다.

“스크루지처럼 시간을 여행하네,” 하고 공연이 끝난 후 아이가 말했다. 이전에 함께 읽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속 '타임슬립'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선택과 책임, 우정과 성장이라는 이야기를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비교하고 연결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를 통해 아이는 ‘읽는 해리 포터’에서 ‘보는 해리 포터’로, 그리고 ‘느끼는 이야기’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연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처음 경험한 날, 아이는 단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이 아니라, 무대 위와 아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마법 같은 하루’를 보냈다.

이날 하루는 해리 포터와 아이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주었고, 언젠가는 스스로 해리 포터 책 전권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읽어나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


2. 고전 판타지 속으로: 오즈 마법사와 앨리스 이야기

1) 오즈의 마법사와 위키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마법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지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마법 세계의 이야기들로 눈을 돌렸다. 그 첫 시작은 고전 명작인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영화였다.

《오즈의 마법사》는 캔자스에 사는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비로운 오즈의 나라로 떨어진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다. 여행길에서 그녀는 지혜를 원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원하는 사자와 만나 친구가 되고, 함께 온갖 역경을 헤쳐나간다. 마법사의 성에 도착하여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이미 자신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 그리고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 고전 이야기는 아이들의 필독서인 《윔피 키드》 시리즈에도 흥미롭게 등장하며, 아이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도왔다.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Wicked)》를 만나면서 우리의 마법 세계 탐험은 더욱 깊어졌다. 우리는 런던 빅토리아 역 바로 앞에 위치한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Apollo Victoria Theatre)에서 이 환상적인 뮤지컬을 직접 관람했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서쪽 마녀 '엘파바(Elphaba)'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녀가 왜 '사악한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로, 기존 동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의 내면과 숨겨진 진실을 찾는 내용이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우리는 프리퀄(Prequel), 스핀오프(Spinoff) 같은 개념과 뮤지컬 곡을 뜻하는 넘버(Number)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엘파바'의 이름이 《오즈의 마법사》 원작자인 L.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의 이니셜 L.F.B. 를 알파벳으로 발음한 것에서 따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2024년 11월 뮤지컬 영화 《위키드》1편을 관람했고, 2025년 가을 개봉 예정인 2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오즈의 마법사》와 《위키드》를 통해 다양한 마법 세계와 그 안에 담긴 상상력을 경험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또 다른 기묘한 상상력의 세계, 바로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이 커졌다.


2) 옥스퍼드에서 만난 앨리스의 흔적

옥스퍼드를 여행한 날, 우리는 유서 깊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Christ Church College) 안을 거닐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 길을 따라 들어선 그레이트 홀(The Great Hall)은 영화 속 호그와트 식당의 실제 모델로, 마치 해리 포터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홀의 입구에서 좌측으로 다섯 번째 창문에 박힌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였다.

화려한 유리 조각들 사이로 작은 소녀 앨리스의 초상과 원더랜드의 캐릭터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 속 앨리스는 바로 실존 인물인 앨리스 리델(Alice Liddell)이었다. 그녀는 이 칼리지의 학장 딸이었고, 루이스 캐럴—본명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이 수학 교수로 재직하며 가까이 지냈던 바로 그 소녀였다. 앨리스가 거의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도지슨을 처음 만났다.

옥스퍼드는 그저 고요한 대학 도시, 해리포터의 촬영지만이 아니었다. 이곳은 한 수학 교수의 기발한 상상력과 한 소녀의 순수한 호기심,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 속에 쌓인 시간의 결이 뒤섞여 위대한 동화를 탄생시킨 이야기의 고향이었다. 책을 통해 읽었던 상상의 세계가 현실의 장소와 생생하게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현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 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근데, 이상한 나라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질문 하나에 우리는 다시 앨리스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어느 날 오후, 앨리스가 시계를 든 하얀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뛰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상한 나라는 정말 기묘한 곳이었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변하고, 말하는 동물들과 기상천외한 인물들을 만나는 논리와 비논리가 뒤섞인 그곳에서, 앨리스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모험을 헤쳐나가며 스스로를 찾아갔다. 그리고 결국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단지 오래된 동화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 기묘한 나라를 상상 속에서 여행하고 있으며, 그 출발점인 이상한 나라로 가는 문은 이 조용한 도시 옥스퍼드의 어느 창문 아래, 골목 어귀, 그리고 오래된 가게 안에서 계속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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