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영어책 이야기 (1)

제1절 상상의 나라로 초대

by 백지

1.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 세계

1) 로알드 달, 세상을 뒤집는 이야기의 마법사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이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로알드 달의 세계로 우리도 드디어 발을 들였다. 그의 작품들은 재치 있는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가득했다.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BFG》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책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어린이들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주었다. '어른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와 같은 메시지는 그의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사실 로알드 달의 책들은 캔터베리 도서관에서 몇 권 빌려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림책보다 두껍고 글자도 작아서 아이가 선뜻 손대기 힘들어했다. 그러던 중2학년 담임 가르시아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트윗 부부(The Twits)》와 《멋진 여우 씨(Fantastic Mr. Fox)》를 읽어주셨다. 그날 이후 아이는 비로소 로알드 달 특유의 유쾌한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 짜릿한 반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트윗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심술궂은 트윗 부부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짓궂은 장난을 치며 살아가는 이 부부는 못된 장난들 때문에 점점 더 괴팍해지고 결국 동물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당하게 된다. '마음속이 추하면 외모도 그렇게 변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멋진 여우 씨》는 영리한 여우 씨가 가족을 위해 농장주들의 닭, 오리, 칠면조를 훔치자 탐욕스러운 보기스(Boggis), 번스(Bunce), 빈(Bean) 세 농장주가 여우 씨를 잡으려고 온갖 술수를 쓰는 이야기이다. 여우 씨는 땅속 깊이 굴을 파고 다른 동물들과 힘을 합쳐 농장주들을 따돌리며 위기를 모면한다. 가난한 동물들이 함께 식량을 나누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지혜와 협력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려주었다. 이 작품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멋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함께 보았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참여한 영화 《BFG》도 함께 보았다. 거인 나라에서 유일하게 착한 거인 BFG와 고아 소녀 소피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이 이야기는 꿈을 심어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로알드 달의 책들을 읽고 영화로도 접하면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그의 작품 대부분에 퀸틴 블레이크(Quentin Blake)가 그림 작가로 참여했다는 점이었다. 퀸틴 블레이크 특유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세계를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게 했다. 그 작가의 이름을 알고 난 후 런던 과학박물관 3층 식당 벽면을 길게 채운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 그림이 그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2) 책벌레, 똘끼, 마법 소녀 마틸다

줄리아 도널슨의 책을 통해 체싱턴 놀이공원을 즐긴 것처럼 로알드 달(Roald Dahl, 1916~1990) 작가를 알게 된 후 우리는 런던에서 세 번째로 보는 뮤지컬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틸다》를 선택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우리는 1996년 영화판과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마틸다 뮤지컬》 영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익혔다. 《라이온 킹》 때처럼 등장인물 관계도도 미리 그려보며 인물들의 관계와 성격을 파악했다.

이야기의 주인공 마틸다 웜우드(Matilda Wormwood)는 독서에 대한 비범한 열정과 탁월한 지능을 가진 소녀로 무관심한 가족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따뜻하게 지원하는 담임 선생님 미스 허니(Miss Honey)와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엄격하고 가혹한 교장 선생님 미스 트런치불(Miss Trunchbull)이 주요 인물이다. 미스 허니(꿀)와 미스 트런치불(곤봉)의 이름은 그들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데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마틸다의 부모님은 마틸다의 특별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 이야기 속 갈등을 심화시킨다.

책과 영화를 함께 보기를 즐겼기에 아이는 뮤지컬 관람 전 이미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였다. 덕분에 공연 시작 전 영어로 캐릭터 이름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보였고 뮤지컬을 훨씬 더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다.

마틸다는 영국에서'노티(Naughty)', 즉 우리말로는'똘끼'라는 표현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어른들의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지혜와 용기로 세상을 바꾸려는 기발하고 천재적인 아이를 뜻한다. 무엇보다'책벌레'로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마틸다의 모습은 아이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마틸다》 뮤지컬 공연은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책으로 가득 채워진 거대한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무대 세트에 아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실제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두 시간 넘는 공연 내내 노래와 스토리에 푹 빠져들었다.

뮤지컬 관람 경험 덕분에 원작 책을 읽는 것이 한층 쉬워졌다. 집에 돌아온 후 우리는 원작 동화 《마틸다》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한 번에 단숨에 읽지는 못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자주 책을 펼치고 글을 따라 읽는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렇게 영화, 뮤지컬, 원작 독서의 순환을 통해 한 작품을 깊이 있게 경험하니 아이의 즐거움과 호기심은 더 커졌고 책과 이야기 세계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마틸다》를 다층적으로 만난 이 경험은 아이가 영어를 통해 이야기의 깊이를 발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어주었다.


3)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윌리 웡카: 이야기의 연결과 확장

로알드 달의 상상력 넘치는 세계를 탐험하며, 우리는 그의 대표작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영화인 《웡카》를 만났다. 이 영화는 앞서 극장에서 봤던 《패딩턴 인 페루》와는 다른 시간적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프리퀄(Prequel)이란, 기존 작품의 이전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뜻한다. 즉,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의 시작이나 그 배경을 설명하며 본편에서 알 수 없었던 인물의 과거, 사건의 원인 등을 다루는 작품인 셈이다. 《웡카》는 바로 그런 영화이다. 우리가 잘 아는 괴짜 초콜릿 장인 윌리 웡카가 어떻게 해서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장이 되었는지, 그의 젊은 시절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웡카》는 2021년 9월에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올리비아 콜맨이 캐스팅되었으며, 초콜릿에 대한 비범한 재능과 꿈을 가진 젊은 윌리 웡카가 세상에 없던 마법 같은 초콜릿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다. 초콜릿 카르텔의 방해와 여러 역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초콜릿 공장을 세우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웡카》 영화가 한창 흘러가던 중, 아이가 갑자기 속삭였다. "저 사람 수녀님이야! 패딩턴 3에서 나왔던 그 수녀님!" 《웡카》에서 여관 주인 미시즈 스크러빗(Mrs. Scrubbit)을 연기하던 배우를 단번에 알아본 것이었다. 두 캐릭터는 성격도 분위기도 전혀 달랐지만, 아이는 배우 올리비아 콜먼(Olivia Colman)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올리비아 콜먼은 실제로 《패딩턴 인 페루》에서 페루의 곰 은퇴 요양원을 운영하는 캐릭터로 출연했다. 우리는"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라며 배우의 놀라운 연기 변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덕분에 캐릭터와 배우, 그리고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해 나갔다.

《웡카》를 보던 날, 아이는 평소보다 훨씬 더 몰입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한 장면에서 갑자기 손을 화면에 가리켰다. "여긴 리든홀이야. 해리 포터에서 디아곤 앨리 나왔던 곳!" 그 장면은 런던의 리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이었고, 아이는 해리 포터의 흔적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있었다. 잠시 뒤 또 다른 장면에서 아이는 다시 반가운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여긴 옥스퍼드야! 해리 포터의 복도, 크라이스트 처치 맞지?" 웅장한 고딕 양식의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는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트의 복도와 식당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이자, 《웡카》 속에서도 인상적인 공간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윌리 웡카가 엄마를 다시 만나는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아이가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감정이 올라왔는지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도 옥스퍼드야… 그 엄마 기다리던 장면, 저기서 찍었지?" 그 장면은 옥스퍼드의'래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 앞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아이는 예전에 옥스퍼드를 여행하며 지나쳤던 그 둥근 건물을 기억하고 있었고, 영화 속 따뜻한 재회 장면과 자신의 기억을 겹쳐보며 감동을 더했다.

이 모든 순간은 책과 영화, 그리고 우리가 직접 다녀온 여행이 하나의 촘촘한 연결 고리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 아이는 단지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자신이 실제로 걷고 보고 만졌던 장소들이 어떻게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녹아드는지를 직접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가 현실과 만나고, 현실이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이러한 연결의 즐거움은 이후 책을 읽을 때도 계속 이어졌다. 《Marge in Charge》 시리즈를 함께 읽던 중, 아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가 등장하는 구절을 발견하고는"여기 웡카 나왔어! 진짜 찰리 이야기야!" 하며 무척 반가워했다. 초콜릿과 마법, 그리고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들이 다양한 매체와 실제 장소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큰 기쁨과 흥미를 안겨주었다. 익숙한 이야기와 장소의 반복된 만남은 아이가 이야기 속에'참여'하도록 만들었고, 이 마법 같은 경험은 아이에게 영어 학습 이상의 깊은 감동과 지속적인 동기를 심어주었다.


4) 윌리 웡카가 되다

2025년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이 다가오면서, 우리 아이는 어떤 책 속 캐릭터로 분장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해리 포터는 아이들 모두가 사랑하는 캐릭터였기에 다른 인물로 변신해 보기로 했다.

"호리드 헨리는 어때?", "마틸다는?" 여러 캐릭터를 고민하다, 글 속 개성을 의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우리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윌리 웡카'로 결정했다. 윌리 웡카에 몰입하기 위해 먼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책을 읽고 영화도 함께 감상했다.

그리고 윌리 웡카의 상징인 모자와 망토를 직접 준비하며, 마침내 로알드 달이 오랜 시간 살며 글을 썼던 그레이트 미센든(Great Missenden) 마을에 위치한 로알드 달 박물관(Roald Dahl Museum and Story Centre)으로 향했다.

로알드 달 박물관에서 우리는 작가의 흔적과 창의성의 공간을 직접 체험했다. 로알드 달이 실제로 사용했던 의자, 책상, 연필 등 그의 작업실(Writing Hut)을 재현한 공간을 보고, 나만의 애니메이션 만들기, 작은 작업실 만들기 같은 놀이형 학습에도 참여했다.

로알드 달 소설 속 등장인물이 그려진 키재기 그림판에서 아이는 자신의 키를 재보기도 했다. 마틸다보다 키가 크고 BFG의 소피와 비슷하다며 신기해했고, 키 2m에 가까웠다는 로알드 달 작가의 압도적인 키도 체감했다. 정원에 설치된 마틸다 동상 앞에서 아이는 책 속 마틸다처럼 당당한 표정과 팔 동작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눈을 반짝였다.

아이의 눈빛과 입에서는 궁금증이 쏟아져 나왔다. "이게 진짜 로알드 달이 쓰던 연필이야?",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 문을 디즈니에서 기부했다고?" 책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과 창작 과정 자체에도 깊은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박물관에서 배운 정보를 또박또박 설명하며"로알드 달은 전투기 조종사였대!", "어릴 때 사고로 코를 다쳤대!" 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한 권의 책이 주는 배경지식과 박물관 체험의 학습 효과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다.

박물관 관람 후 그레이트 미센든 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주유소 앞에서 사진도 찍고, '마틸다' 카페에 들러 핑거 푸드 간식을 즐겼다. '마틸다'라는 이름 자체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쉬었다 가고 싶은 느낌을 주는 듯했다.

그렇게 아이는 윌리 웡카로 변신했다.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들을 초콜릿 공장으로 초대하는 다섯 장의 황금 티켓과 초콜릿도 준비했다. 학교에서는 먹는 것을 다른 아이들과 나눌 수가 없었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리는 것으로 했다.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어떤 캐릭터가 많았냐고 물으니, 남자아이들은 해리 포터, 여자아이들은 헤르미온느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히어로 캐릭터나 엘사, 백설공주 같은 디즈니 공주 캐릭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독특했던 캐릭터로는 초록색 얼굴의 엘파바, 버섯 모자를 쓴 버섯돌이가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가장 기뻐했던 것은 바로 한 친구가 윌리 웡카와 짝을 이루는 찰리 버킷으로 분장하고 왔던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문학 작품을 다양한 책과 영화, 공연과 연결하고, 박물관, 카페를 직접 방문하는 경험은 책 읽기를 입체적인 체험 학습으로 확장시켰다. 이제 아이는 단순히 책 속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책을 경험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배워가고 있었다.




2. 현대 동화의 마법사: 데이비드 월리엄스와의 만남

1) 우주에서 시작된 설렘: 《Astro Chimp》

'현대의 로알드 달'이라 불리는 영국의 인기 작가이자 코미디언인 데이비드 월리엄스(David Walliams). 그의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하고 있으며, 우리 가족 또한 우연한 기회에 그의 마법 같은 작품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데이비드 월리엄스와의 첫 만남은 아이가 학교 도서관 북 페어에서 《Astro Chimp》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엉뚱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고, 침팬지가 우주로 떠나는 이 기상천외한 모험에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평소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관심이 많던 아이에게 이 책은 마치 맞춤옷처럼 완벽한 이야기였다. 책 속의 유머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했고, 간결한 문장 속에 담긴 재치와 따뜻함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책을 다 읽은 아이는 주저 없이 말했다. "이 작가 책 또 읽고 싶어!"

아이가 보여준 뜨거운 반응에 우리는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연감(Annual) 책과 함께 또 다른 우주 이야기인 《스페이스보이(Spaceboy)》를 구입했다. 연감은 그의 다양한 캐릭터들, 짧은 이야기, 퀴즈와 활동 등이 가득 담겨 있어 작가의 세계를 가볍게 탐색해 보기 좋은 안내서였다.

《스페이스보이》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외로운 우주견이 다양한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며 펼쳐지는 따뜻한 모험 이야기이다. 유머러스한 전개 속에'다름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것'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아이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데이비드 월리엄스 특유의 풍자와 따뜻한 감성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제법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 읽은 아이는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

그다음으로 읽은 《로보독(Robodog)》 역시 아이가 무척 좋아했던 책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주인공 로보독의 모험을 따라가며 아이는 용기와 우정, 그리고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 무렵 함께 본 영화'월~E'도 아이가 로봇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러한 독서 여정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담 스토어(Adam Stower)의 그림에도 익숙해졌다. 《스페이스보이》와 《로보독》의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그린 아담 스토어는 아이가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든든한 다리 역할을 했다. 유머러스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표현으로 유명한 그는'세상에서 가장 나쁜' 시리즈 중 《The World's Worst Monsters》와 《The World's Worst Superheroes》에도 참여했다. 익살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그림은 월리엄스의 재치 있는 글과 만나 큰 시너지를 내며, 책 속의 상상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책들은 아이에게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웃음 속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하고 스스로 독서의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2)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시리즈와 갱스타 그래니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며, 우리 가족은 그의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시리즈를 하나씩 읽어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선생님들(The World's Worst Teachers)》,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들(The World's Worst Children)》, 《세상에서 가장 나쁜 부모들(The World's Worst Parents)》,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괴물들(The World's Worst Monsters)》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각 권이 짧은 챕터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한 권 안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기 다른‘나쁨’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덕분에 아이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에피소드를 골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디오북과 함께 감상했을 때는 이야기에 생동감이 더해져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갱스타 그래니(Gangsta Granny)》와 그 후속 편 《갱스타 그래니 스트라이크스 어게인(Gangsta Granny Strikes Again!)》은 우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런던탑(Tower of London)은 아이와 함께 실제로 방문했던 장소였기에, 주인공 벤과 할머니가 왕관 보석을 훔치려는 모험을 떠날 때의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졌다. 후속 편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익숙한 전시실과 유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다시 등장하자 아이는"우리 여기도 갔었잖아!" 하며 반가워했고, 마치 다시 그 공간 속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장소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독서 경험이 더욱 풍부해졌다.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큰 즐거움을 준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로알드 달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퀸틴 블레이크(Quentin Blake)가 그림을 맡아, 특유의 생동감 있고 유머 넘치는 화풍으로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The Boy in the Dress》, 《Billionaire Boy》 《Mr Stink》는 블레이크의 그림 덕분에 더 깊은 감정과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 블레이크의 그림을 보며 자연스럽게 로알드 달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는 두 작가의 세계가 그림이라는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 후 데이비드 월리엄스는 토니 로스(Tony Ross)와 함께 여러 작품을 완성했다. 로스는 《Horrid Henry》 시리즈의 그림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위트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체로 월리엄스의 이야기를 한층 더 유쾌하게 완성시켰다. 《Gangsta Granny》, 《Awful Auntie》 등은 모두 토니 로스의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 덕분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비드 월리엄스는 각기 다른 그림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유쾌한 이야기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시키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물한다. 그의 책들은 우리 가족에게도 큰 즐거움과 의미를 안겨주었다. 익살스러운 이야기 속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그의 글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키워주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천천히 함께 읽어가며, 어떤 새로운 인물과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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