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첫 번째 만화책, 챕터북 그리고 일기장 (2)
1. 첫 번째 만화책: 글 반, 그림 반
1) '도그맨'과의 만남: 첫 장편 영어 책 완독의 성취감
1학년이 끝난 후, 아이의 영어 소리 내어 읽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자 다음 단계의 독서를 준비했다. 그림책에서 한 단계 나아가 글 위주의 긴 이야기에 익숙해지도록 그래픽 노블과 챕터북을 선택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 형식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풍부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챕터북은 그림책이나 만화책보다 글의 비중이 훨씬 높아 장편 소설로 가기 전 중간 단계의 책이다. 챕터북은 짧은 챕터로 나뉘어 있어 아이들이 긴 호흡의 글 읽기에 점진적으로 익숙해지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눈으로 글을 읽는 것과 함께 귀로 오디오 이야기를 듣는 방식을 병행하여 글자와 소리를 연결하고 내용 이해를 도왔다.
아이에게 처음 권한 그래픽 노블은 미국 작가 데이브 필키(Dav Pilkey)의 《도그맨(Dog Man)》 시리즈였다. 화상 영어 선생님의 아이 로이가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추천해 준 책이었다. 개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주인공 도그맨이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화려한 색감의 만화 형식과 재치 있는 전개로 아이들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전 그림책보다 훨씬 두꺼운 책이라 처음에는 아이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에 올라온 《도그맨》 오디오북을 활용했다. 오디오를 틀어놓고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눈으로 따라 읽는 연습을 했다. 만화 형식이니 그림을 단서 삼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고 그림과 이야기가 워낙 흥미로워 반복해서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아이가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느꼈던 강렬한'성취감'이었다. '나 두꺼운 영어 책 혼자 읽었어!' 이전까지 그림책 위주로 읽다가 비교적 두꺼운 책 한 권을 스스로 완독했다는 사실에 아이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다.
2024년 겨울, 와틀링 거리에 사는 이웃 현호 가족에게 《도그맨》 시리즈 전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아이는 무척 행복해했다. 성취감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이 주어진 셈이었다.
《도그맨》 시리즈는 줄리아 도널슨 책과 함께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주요 서점과 상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이 영어 독서에 흥미를 갖도록 돕는 책인 만큼 여러 나라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그림책을'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강력 추천할 만한 시리즈이다. 만화 형식이 주는 친근함과 함께 탄탄한 스토리와 적절한 글밥(글의 양)이 영어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돕는다.
2) 그래픽 노블 - 버니 앤 멍키
《도그맨》과 함께 아이가 빠져든 또 다른 그래픽 노블 시리즈는 바로 《버니 vs 몽키(Bunny vs Monkey)》였다. 영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제이미 스마트(Jamie Smart)가 만든 이 인기 시리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켄트 지역에서 작가가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시리즈는 평화롭던 숲에 실험용 우주선이 추락하며 권력욕이 강하지만 무능한 원숭이 몽키(Monkey)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다. 몽키는 숲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다른 모든 동물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착하고 지혜로운 토끼 버니(Bunny)와 개성 넘치는 다른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 몽키의 기상천외한 계획들을 매번 기발하게 저지한다. 동물 캐릭터들의 생생한 개성과 예측 불허의 상황들이 이야기에 끊임없는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버니 vs 몽키》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읽기 좋았다. 《도그맨》처럼 빠르고 재치 있는 스토리, 유머 넘치는 대사, 제이미 스마트 특유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그림체가 특징이다. 이 시리즈는 2014년부터 《더 피닉스(The Phoenix)》라는 영국의 인기 어린이 만화 잡지에 연재되었고 이후 단행본 시리즈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악어 요원 듀오가 사건을 해결하는 그래픽 노블 《인베스티게이터스(InvestiGators)》 시리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작가 존 패트릭 그린(John Patrick Green)이 쓴 이 시리즈는 비밀 요원 악어 맹구(Mango)와 브래쉬(Brash)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빠른 전개, 말장난 가득한 유머, 기상천외한 장비와 액션이 어우러져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믹하면서도 수사나 추리의 요소를 갖춘 점에서 《도그맨》이나 《버니 vs 몽키》와 결이 닿는다.
《도그맨》의 작가 데이브 필키(Dav Pilkey)의 또 다른 대표작 《캡틴 언더팬츠(Captain Underpants)》는 학교에서 빌려 온 책으로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도 보았다. 초등학생 조지와 해럴드가 만든 속옷 히어로‘캡틴 언더팬츠’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며 활약하는 이야기로, 특유의 장난기와 풍부한 말장난이 가득하다. 빠른 전개, 시끌벅적한 전투 장면,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들이 《인베스티게이터스》와 닮아 있다.
2. 첫 번째 챕터북: 긴 이야기 속으로
1) 《나무집》 시리즈: 기상천외한 상상력, 아이를 사로잡다
《도그맨》을 통해 읽기의 자신감을 얻은 후, 우리는 다음 단계인 챕터북으로 나아갔다. 그 첫 번째 시작은 호주 작가 앤디 그리피스(Andy Griffiths)와 테리 덴튼(Terry Denton)의 《13층 나무집(The 13-Storey Treehouse)》 시리즈였다.
여름방학 여행을 위해 들른 스트래트퍼드(Stratford) 기차역의 더 웍스(The Works)에서 아이는 《26층 나무집》을 집어 들었다. 집에 이미 이웃으로부터 받은 《39층 나무집》이 있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 책을 계기로 나무집 시리즈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 시리즈는 책 제목처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13층씩 계속해서 증축되는 나무집을 배경으로, 작가 자신을 캐릭터화한 앤디와 테리가 나무집에서 펼치는 코믹하고 황당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책 곳곳에는 유머러스한 삽화가 가득하고 만화적 구성 요소가 많아 아이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특히'말도 안 되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스토리는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문득 왜 하필 13층씩 올라갈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2학년 때 2, 5, 10단 구구단을 시작으로 점차 12단까지 외우도록 가르치는데, 어쩌면 작가는 13의 배수로 이야기를 확장하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저만의 재미있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여행 중이든, 기차를 기다리면서든, 식당이나 카페에서든, 아이는 《나무집》 시리즈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도그맨》의'투명 스프레이'처럼, 《나무집》에서도 황당하고 예상치 못한 설정들이 계속 등장하는 덕분에 아이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계속 넘겼다.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고, 나중에는 선물로 받은 컬러 삽화판 《13층 나무집》을 읽으며 시리즈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책마다 독특한 설정으로 전개되기에 13층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편견도 깨지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눈에 띄게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속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에 자극받아"나는 태양열 패널로 충전되는 핸드폰을 만들 거야!" 같은 엉뚱하지만 신선한 외침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챕터북인 《나무집》 시리즈를 활용하니, 아이가 긴 영어 문장을 읽는 것에 대해 더 이상 겁먹지 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독서 시간이 늘어났고, 점점 더 긴 문장과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이해하며 읽어나갔다. 《13층 나무집》 시리즈는 아이가 본격적인 장편 챕터북에 도전할 수 있도록 탄탄한 다리를 놓아준 소중한 책이었다.
2) 《호리드 헨리》 시리즈: 오디오북으로 귀가 열리다
아이에게 영어 오디오를 들려주는 습관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레고나 크리스털 아트 같은 활동을 할 때 배경처럼 팟캐스트를 틀어주곤 했다. 주로 영국이나 유럽에 대한 한국어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는데, 특히 전원경 교수님의 유럽 도시와 예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여담이지만, 훗날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사 박물관에서 실제로 전원경 교수님을 우연히 마주쳐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순간은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영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늘리기 위해, 어느 날 집에 있던 《호리드 헨리(Horrid Henry)》 책 한 권에 맞춰 오디오북을 틀어주었다. 'Horrid'라는 단어는'끔찍한, 말썽꾸러기'라는 뜻인데, 아이는 이 기발하고 장난기 가득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다른 호리드 헨리 오디오도 들려줘!"라며 계속 요청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호리드 헨리》 시리즈 오디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호리드 헨리》 시리즈는 미국 태생의 영국 작가 프랜시스카 사이먼(Francesca Simon)이 쓴 동화이다. 장난꾸러기 주인공 헨리가 부모님과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만 때로는 기발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쾌한 이야기로, 각 권이 독립적인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어 챕터북 입문 아이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기 좋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큰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름이다. 헨리의 숙적 무디 마가렛(Moody Margaret), 게으른 레이지 린다(Lazy Linda), 겁 많은 위피 윌리엄(Weepy William)처럼, 이름만 들어도 성격이 직관적으로 떠오를 만큼 캐릭터성이 분명하다. 아이는 이 유쾌한 이름들을 들을 때마다 깔깔 웃었고, "이건 진짜 이름이야? 별명이야?" 하며 영어 단어의 뜻과 느낌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보였다. 이는 단어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함께 의미를 체득하는 즐거운 학습 경험이었다.
이런 이름 짓기 방식은 아이가 익숙해하던 《페파 피그(Peppa Pig)》 시리즈와도 닮아 있다. 예를 들어 늘 안경을 쓴 페파의 친구 페드로 포니(Pedro Pony), 과학에 관심 많은 에드먼드 엘리펀트(Edmond Elephant), 늘 예의 바른 캔디 캣(Candy Cat)처럼 이름과 성격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명확한 캐릭터 설정은 아이가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성격에 따른 표현 방식이나 단어 선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또한, 데이비드 월리엄스(David Walliams)의 《The World's Worst Children》 시리즈에서도 이름과 성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인물들이 반복 등장한다. 예를 들어, 뭐든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셀피 소피(Selfie Sophie), 끝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파이프 브래드(Fib Brad), 씻기를 싫어하는 스멜리 벨(Smelly Nell) 등 이름만 들어도 어떤 성격일지 그림처럼 떠오른다. 이런 캐릭터들은 단어와 성격을 연결하는 감각을 길러주며, 영어 어휘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유쾌한 이름을 통한 성격 묘사는 아이에게'영어 단어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쓰는 것'이라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게임처럼 즐기며 단어와 친해지는 이 과정은 영어 학습의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들은 오디오북은 유명 영국 배우 미란다 리처드슨(Miranda Richardson)이 읽어주는 버전이었다. 차분하면서도 극적인 그녀의 목소리는 헨리의 말썽과 익살스러운 상황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아이는 그녀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리타 스키터 기자 역할로 출연한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아이 또한 헨리의 엉뚱한 행동과 장난스러운 성격을 무척 재미있어하며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이런 장난꾸러기 캐릭터가 영어 책에도 있구나!" 하며, 영어 이야기 속에도 익살스러운 유머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책과 오디오북을 통해 헨리와 친숙해진 후, 우리는 《Horrid Henry: The Movie (2011)》 영화도 함께 보았다. 책과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헨리가 학교 폐교 위기에 맞서 음악 오디션(2 cool 4 school)에 참가해 활약하며 학교를 구해내는 유쾌한 모험담을 그린다. 동생 퍼펙트 피터가 부르는'Frère Jacques' 멜로디처럼 한국에서도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익숙한 음악이 나와 아이가 더 즐겁게 몰입했다.
책을 읽고, 오디오북으로 귀 기울이고, 영화로 눈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여러 감각으로 경험하면서, 아이는 영어를'공부'가 아닌'재미있는 이야기 속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호리드 헨리》 시리즈는 그렇게 영어를 즐거운 놀이처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3. 첫 번째 일기 엿보기: 등장인물 내면 들여다보기
1) 《윔피 키드(Diary of a Wimpy Kid)》 시리즈: 유쾌한 학교생활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책을 어느 정도 소리 내어 읽고 속도 있게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는 꼭 《윔피 키드》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영국 서점에 들어설 때마다 줄리아 도널슨의 《그루팔로》, 《도그맨》 시리즈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인기 시리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가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흥미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윔피 키드》가 비단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영어를 늦게 시작한 어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구어체와 구동사, 실생활 표현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실용적인 영어를 접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책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에게 《윔피 키드》 시리즈 모음집을 선물했다. 기대와는 달리 아이는 책을 받은 직후 바로 읽기 시작하지는 않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조심스럽게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는 어느새 책장을 한 장, 또 한 장 빠르게 넘기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미국 작가 제프 키니(Jeff Kinney)가 쓴 이 시리즈는 주인공 그렉 헤플리(Greg Heffley)의 유쾌하면서도 때론 씁쓸한 미국 중학교 생활과 가족, 친구와의 일상을 그린 일기 형식의 이야기이다. 제목 속'윔피(Wimpy)'는'소심한', '겁쟁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주인공의 허당스러운 매력을 더욱 잘 보여준다. 책 속에는 글밥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림과 손글씨가 조화를 이루며 아이는 그렉이 겪는 좌충우돌 일상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윔피 키드》는 미국 중학교 생활을 배경으로 하기에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미국 학교 문화에 대한 간접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이건 우리 학교랑 뭐가 다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영국 초등학교 생활과 비교하며 문화적 차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윔피 키드》는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아이는 영화 속 장면을 보며'책에서 본 장면이야!' 하고 반가운 듯 외치기도 했다.
이렇듯 《윔피 키드》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코믹한 책 그 이상이었다.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며 아이가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 주고 다른 나라의 학교생활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창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책 읽는 재미' 자체를 느끼기 시작한 것, 그것이 부모로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2) 《톰 게이트》 시리즈: 장난기 가득한 영국 초등학교 일상 엿보기
《윔피 키드》가 미국 학생의 일기 형식의 책이라면 영국 초등학교 생활을 배경으로 쓰인 일기 형식의 책은 리즈 피숀(Liz Pichon) 작가의 《톰 게이트》 시리즈이다. 우리 아이가 《윔피 키드》를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톰 게이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톰 게이트》 책장을 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톰의 낙서 같은 손글씨 스타일과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삽화들이다. 단순히 텍스트만 빼곡한 책이 아니라 글과 그림이 페이지 곳곳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글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도 쉽게 흥미를 느끼고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시리즈는 말썽꾸러기 소년 톰이 학교생활과 집에서의 일상에서 겪는 소소하지만 유쾌한 사건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숙제보다는 낙서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끊임없이 장난을 치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톰의 모습은 영락없는 현실의 초등학생이다. 톰은 좋아하는 밴드에 열광하고 언젠가는 자신도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꿈 많은 소년이기도 하며, 특히 완벽주의자 누나 델리아(Delia)와의 현실감 넘치는 티격태격 남매 관계는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처음에는 《윔피 키드》를 통해 미국 중학교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던 아이가 《톰 게이트》를 읽으며 영국 초등학교의 일상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꼈다. 같은 일기 형식의 책이지만 《윔피 키드》가 다소 냉소적이고 현실 풍자적인 시선이 강한 반면 《톰 게이트》는 훨씬 더 발랄하고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호리드 헨리》, 《윔피 키드》, 《톰 게이트》 이 세 시리즈의 공통점은 모두 학창 생활을 배경으로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를 다루며 주인공들이 밴드나 음악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아이 책장에는 미국과 영국의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윔피 키드》와 《톰 게이트》 시리즈가 나란히 꽂혀 있다. 서로 다른 학교 문화와 유머 스타일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는 물론 아이 스스로'나도 이렇게 그림이랑 같이 일기 써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자연스러운 동기 부여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