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영어그림책 이야기 (2)

제2절 첫 번째 작가, 뮤지컬 그리고 놀이공원 (1)

by 백지

1. 첫 번째 나의 작가: 줄리아 도널슨과의 만남

1) 그루팔로야, 어디 가니?

영국 초등학교의 학년도는 9월에 시작해 다음 해 8월에 끝난다. 한 학년은 약 두 달 간격으로 여섯 개 학기로 나뉘며, 학기 사이에는 1~2주의 짧은 방학이 있다. 여름방학은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6주 이상 이어진다. 각 학기마다 새로운 주제 중심의 수업이 진행된다.

2024년 새해가 밝고, 세 번째 학기가 시작되던 어느 날, 아이는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줄리아 도널슨(Julia Donaldson)의 《숲 속 괴물 그루팔로(The Gruffalo)》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숲 속 괴물 그루팔로》와 그 속편인 《용감한 꼬마 그루팔로(The Gruffalo’s Child)》 두 권을 아이에게 선물했다. 아이도 학교에서 배운 책을 집에 두고 읽고 싶어 했다.

《숲 속 괴물 그루팔로》는 1999년 출간된 이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그림책 중 하나다. 이 이야기는 작은 생쥐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들을 속이기 위해 무시무시한 괴물‘그루팔로’를 지어내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결국 그루팔로가 진짜로 나타나지만, 생쥐는 재치 있게 위기를 모면한다. 동양의 호랑이를 모티브로 해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읽었던 '호랑이와 곶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줄줄이 꿴 호랑이’와 같은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그렇게 아이에게 웃음과 긴장, 상상력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실, 《그루팔로》 시리즈와의 인연은 영국에 막 도착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켄트대학교의 굴벤키안 극장에서 연극 《The Gruffalo’s Child》를 함께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도 나도 그루팔로라는 캐릭터조차 알지 못했고, 공연의 영어 대사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 낯설기만 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책과 캐릭터가, 이제 아이가 학교에서 직접 배우고 스스로 읽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2024년 새해의 첫 일요일 아침, 나는 아이에게 《숲 속 괴물 그루팔로》를 읽어보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는"읽어볼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아이가 책을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은 유창하지 않았고, 몇몇 단어는 더듬었지만, 포닉스 규칙을 떠올리며 한 음절씩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감격스러웠다. 이것은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영어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낸 순간이었다.

그 감동을 영상으로 남긴 뒤, 아이의 담임 비어드 선생님께 감사 인사와 함께 영상을 전송했다. 선생님은 매우 기뻐하며 따뜻한 답장을 보내주었다. 다음 날, 아이는 흥분한 얼굴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오늘 간식 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이 내 영상 봤어!” 아이의 얼굴에는 우쭐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가 영어로 읽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날 저녁, 우리는 뒤늦게 새해 목표를 세웠다. “매일 영어 책 한 권 읽고,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그리고 영상 30개가 쌓일 때마다 작은 보상을 주기로 약속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함이었다. 《그루팔로》와 함께한 특별한 순간이 아이에게 도전과 성취감을 안겨주었듯, 앞으로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계속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2) 스틱맨, 조심해!

《숲 속 괴물 그루팔로》를 읽은 후, 아이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가 《용감한 꼬마 그루팔로》에 나오는 스틱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작가인 줄리아 도널슨의 또 다른 책, 《막대기 아빠(Stick Man)》를 읽었다. 막대기 아빠는 집을 떠난 아빠 막대기가 바람에 날리고 강물에 휩쓸리며 강아지 장난감이 되는 등 온갖 고난을 겪지만,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와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언제 읽어도 좋지만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으면 더욱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동화다.

2024년 봄, 매년 3월 첫 번째 목요일 영국 전역의 학교에서 열리는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 행사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각종 독서 활동을 즐기는 날이다. 그 해, 아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막대기 아빠'로 변신하기로 했다. 갈색과 초록색 천을 사서 손수 얼굴을 만들고 옷을 꾸미며 잎사귀를 붙여가며 정성껏 의상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막대기 아빠가 된 채 책을 읽고 영상을 찍으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책 속 캐릭터가 되어보는 경험이다. 그날 아이는 마치 책 속 세상에서 사는 듯했다.

줄리아 도널슨 작가를 알게 될 무렵 런던 남쪽의 체싱턴 놀이공원(Chessington World of Adventures Resort)에 가게 되었다. 사파리 동물원과 테마파크가 결합된 이곳을 거닐다 우연히 줄리아 도널슨 테마 공간을 발견했다. 《빗자루 타고 붕붕붕(Room on the Broom)》 테마 공간에는 책 속 마녀와 동물 친구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고,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친구들을 태우는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고 삐죽한 모자를 쓴 친절한 마녀가 길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을 빗자루에 태워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른 한쪽에는 《숲 속 괴물 그루팔로》 리버 라이드 어드벤처(The Gruffalo River Ride Adventure)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루팔로가 진짜 있네!" 책과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캐릭터와 이야기를 실제 놀이기구로 만나자 아이도 나도 무척 기뻐하며 사진을 찍었다.

또 한 번은 윈저성 긴 줄을 서서 메리 여왕의 인형의 방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 전시된 미니어처 책들 가운데 가장 앞에 놓인 책이 바로 《숲 속 괴물 그루팔로》였다. 이 책이 영국에서 얼마나 널리 사랑받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해 주었다.

책을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실제 체험 공간에서 만나보는 이 모든 과정은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줄리아 도널슨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이의 영국 생활 속에서 즐거움과 배움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어주었다.


3) 줄리아 도널슨의 그림책 세계와 새로운 이야기들

3-1. 이스터 에그 찾기

《그루팔로》와 《막대기 아빠》를 시작으로 줄리아 도널슨의 매력적인 그림책 세계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그루팔로와 스틱맨만 알고 있었으나, 《드래건 조그(Zog)》, 《빗자루 타고 붕붕붕(Room on the Broom)》, 《달팽이와 고래의 모험(The Snail and the Whale)》 등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줄리아 도널슨의 글은 그 자체로도 뛰어나지만, 함께 작업하는 그림 작가들과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더욱 풍부한 마법을 만들어낸다. 특히 액셀 셰플러(Axel Scheffler)의 그림은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세밀한 디테일, 생생한 감정 표현을 통해 글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풍부하게 만들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콤비의 작품을 찾아 읽는 것이 우리 가족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이 콤비의 책에는 보물 찾기처럼 숨겨진 '이스터 에그(Easter Egg)'가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러 작품을 읽다 보면 한 책의 그림 속에서 다른 책의 캐릭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루팔로》의 숲 어딘가에 《막대기 아빠》가 등장하고, 《드래건 조그》의 배경에서 《빗자루 타고 붕붕붕》의 마녀를 찾는 식이다. 이런 연결고리들은 아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며, 책을 탐험의 과정으로 만들어준다. 책을 읽을 때마다 그림 속 숨은 디테일을 발견하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줄리아 도널슨과 액셀 셰플러는 2025년에도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인기 시리즈'도토리 숲 이야기(Tales from Acorn Wood)'의 최신작들이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플랩을 열며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한 재미를 제공한다.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을 기념하여 출간된 관련 작품들도 도토리 숲의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찾아보는 플랩북으로, 아이들의 관찰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3-2. 이야기와 그림의 만남

줄리아 도널슨은 액셀 셰플러 외에도 다양한 그림 작가들과 협업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리디아 몽크스(Lydia Monks)와 함께한 작품들은 액셀 셰플러의 클래식한 느낌과는 달리 화사하고 대담한 색감, 그리고 반짝이는 금박과 은박이 돋보인다. 농장의 두 도둑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무당벌레가 들었어!(What the Ladybird Heard)》 시리즈나, 말장난과 운율이 살아있는 《슈가럼프와 유니콘(Sugarlump and the Unicorn)》 같은 책들은 리디아 몽크스 특유의 그림과 어우러져 큰 사랑을 받는다.

또한 사라 오길비(Sara Ogilvie)와 작업한 《탐정견 넬(Detective Dog Nell)》이나 《병원 개(The Hospital Dog)》는 밝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로 따뜻한 돌봄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2025년 봄에 출간된 《고즐(Gozzle)》은 곰과 아기 거위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사라 오길비의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은 봄에 잠에서 깬 곰이 동굴 밖에서 발견한 알에서 태어난 새끼 거위 고즐과의 따뜻한 만남을 그린 가족애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줄리아 도널슨의 작품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감각적인 운율,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글을 읽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어떤 기발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함께 기대해 보기로 했다.


4) 즐거움과 배움을 잇는 줄리아 도널슨의 마법

줄리아 도널슨(Julia Donaldson)과 액셀 셰플러(Axel Scheffler)의 작품은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그루팔로(The Gruffalo)》는 1999년 출간 이후 2024년에 25주년을 맞으며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아이도 헤르네베이 작은 책방에서 열린 그루팔로 생일 행사에 참석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루팔로와 사진을 찍으려 몰려들었다.

이러한 인기는 영국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워터스톤즈(Waterstones), 포일스(Foyles), 블랙웰(Blackwell's) 같은 대형 서점은 물론, 유럽의 공항과 기차역 가판대에서도 그녀의 책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유럽을 여행할 때 그녀의 책을 미리 읽고 간다면, 낯선 공간에서도 아이가 자신 있게 서점에 들어가 익숙한 책을 찾아보고 영어 그림책을 친근하게 펼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

캔터베리 도서관에서는 할머니가 세 살 아이에게 《빗자루 타고 붕붕붕(Room on the Broom)》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의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에 아이는 물론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으며, 나 역시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이러한 경험은 줄리아 도널슨의 책이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줄리아 도널슨의 책들은 반복적인 문장 구조와 리듬감 덕분에 아이가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처음에는 내가 읽어주던 책들이었으나 점차 유튜브를 활용하게 되었다. 유명한 작가의 책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고 노래로도 불러주었다. 매일 아침 기상송으로 Savannah Kids TV 영상을 틀었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책의 글이 대사 그대로 나오는 BBC 영상도 보여주었다. 어느 순간 아이가 나보다 먼저 문장을 따라 하며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책과 친숙해지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줄리아 도널슨의 책은 아이의 상상력과 언어 능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도구가 되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 속 모험을 떠나고 싶다.




2. 첫 번째 뮤지컬: 스크린과 무대에서 만난 이야기들

1) 슈렉 시리즈(Shrek Series)

런던 여행 첫날, 아이와 나는 런던아이와 햄리스 장난감 가게 근처에 자리한'슈렉 어드벤처! 런던(Shrek's Adventure! London)'을 방문했다. 이곳은 슈렉 애니메이션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테마파크였다. 런던의 명물 2층 버스를 탄 3D 모험부터 영화 속 세트를 재현한 공간, 캐릭터들이 관객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다소 얼떨떨했으나, 슈렉의 세계를 현실에서 만난 기억은 강렬하게 남았다.

이후 영국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주말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어린이 영화를 상영하는'어린이 영화(Kids Movie)' 프로그램을 통해 《슈렉》 시리즈를 만났다. 비록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들이었으나, 덕분에 《슈렉》1편부터 4편까지 차례로 볼 수 있었다. 1편은 괴물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오해를 겪으면서도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며, 2편에서는 피오나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외모와 가족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운다. 3편에서는 아서 왕 전설을 재해석하며 슈렉이 책임감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4편에서는 평범한 삶을 원했던 슈렉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되찾으려 한다.

매주 영화관에서 《슈렉》 시리즈를 보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 대사와 표현을 익히고 장면 속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시작 장면에 등장하는 《드림웍스(DreamWorks)》 로고를 통해 영화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드림웍스 SKG는 1994년 가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제프리 캐천버그(Jeffrey Katzenberg),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이 공동 설립한 미국의 영화 제작 및 배급사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제작해 왔다. 특히 《슈렉》, 《쿵후 판다》, 《드래건 길들이기》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디즈니와 경쟁하는 대표적인 스튜디오로 자리 잡았다. 《도그맨(Dog Man)》, 《캡틴언더팬츠: 빤스맨의 탄생》(2017)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드림웍스는 기존 동화의 틀을 깨는 스토리, 풍자와 패러디,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특징으로 한다. 《슈렉》 시리즈에서는 전형적인 공주 이야기 대신 현실적인 유머와 색다른 설정이 강조되며, 《쿵후 판다》는 중국 무술과 코미디를 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디즈니와 차별되는 점은 드림웍스가 보다 자유로운 캐릭터 설정과 코미디 요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작품들이 감성적이고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반면, 드림웍스는 엉뚱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와 현대적인 유머 코드를 활용해 성인과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아이에게 드림웍스가 디즈니의 경쟁사이자 독창적인 캐릭터와 유머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라고 설명했다. 《슈렉》 시리즈를 통해 드림웍스의 개성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경험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화 속 표현을 익히며 영어에 대한 흥미를 키워갔다.

슈렉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원작 동화와 숨겨진 메시지에 관심이 생겼다. 슈렉 애니메이션은 1990년 미국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William Steig)의 동화책 《슈렉!》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윌리엄 스타이그의 다른 책인 《치과의사 드소토》를 읽은 적이 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원작 동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슈렉 이야기의 핵심은'괴물'이라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미녀와 야수처럼, 슈렉과 피오나는'외모'가 아닌'진정한 사랑'을 찾고, 사람들은 슈렉의'첫인상'이 아닌'마음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슈렉 시리즈는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와 정체성,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2) 스크린을 넘어 무대로: 영어 발화의 마법을 열다

영화 스크린을 넘어 슈렉의 세계를 라이브로 만난 경험도 특별했다. 그해 4월 마지막 날, 캔터베리 공연장인 말로 극장(Marlowe Theatre)에서 슈렉 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미리 표를 구하고 슈렉 OST(Original Sound Track)를 틈틈이 들었다. 엘리자베스 시대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의 이름을 딴 유서 깊은 이곳에서, 익숙한 음악과 함께 슈렉과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능청스러운 당나귀 분장을 한 배우가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감초 역할로 큰 즐거움을 주었다. 책이나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생생함과 감동이 있었다.

슈렉 뮤지컬을 보고 온 날, 아이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는 스스로 슈렉 이야기를 영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맴돌던 단어들이 점점 문장으로 연결되고, 이내 작은 이야기가 되어 흘러나왔다. 아이의 영어 발화 실력을 꾸준히 지켜본 마미 헨리 선생님께서도 영상 통화 중 그 변화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해왔으나, 슈렉 공연에 대해 처음으로 영어로 떠듬떠듬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 순간이야말로 부모로서 경험한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다. 영어는 억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익숙해질 때 가장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라는 사실을 슈렉이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슈렉 뮤지컬을 보고 온 다음 주, 우리는 다시 런던아이와'슈렉 어드벤처! 런던'을 찾았다. 처음 방문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은 달랐으며, 심지어 이제 아이는 영어로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기에 그 즐거움과 몰입감은 배가 되었다.

슈렉 이야기를 통해 《미녀와 야수》처럼 다른 이야기들을 접하며, 아이는 더 넓은'이야기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영어가 그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즐거운 문이 되어준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아이의 언어 학습에서'한 가지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책 읽기로 이야기의 원작을 이해하고, 영화 감상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익히며, 무대 위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감정을 느끼고, 테마파크 체험으로 이야기 속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3) 겨울왕국(Frozen): 아렌델 왕국으로의 초대

캔터베리 말로 극장에서의 슈렉 뮤지컬 경험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캔터베리에서도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전용 극장이 있는 런던은 또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곧바로 런던 웨스트엔드(West End)의 뮤지컬 관람을 계획했다. 런던 중심부, 특히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 근처에 위치한 웨스트엔드(West End)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와 비견되는 세계적인 뮤지컬 및 연극 극장 밀집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는 《겨울왕국》 뮤지컬을 보는 것을 가장 기대했다. 2024년 9월 초 공연을 마감한다는 소식에, 지금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표를 예매했다.

뮤지컬을 보기 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겨울왕국》1편을 다시 보며 이야기를 되새기고 OST를 여러 번 들었다.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한스 등 등장인물의 이름과 특징을 익히고, 영화의 주요 장면과 대사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재현될지 상상하며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드디어 런던 웨스트엔드의 전용 극장으로 향했다. 압도적인 규모와 웅장한 분위기의 극장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특별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조명이 꺼지고 익숙한 음악이 흐르자, 우리는 마치 아렌델 왕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엘사가 손대는 곳마다 얼음이 마법처럼 얼어붙고, 엘사의 드레스가 순식간에 화려하게 바뀌는 장면은 지금도 생각하면 전율이 일 정도다. 화려한 특수효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어우러져 스크린이 아닌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겨울왕국》1편은 엘사가 자신의 특별한 힘을 두려워하며 숨기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Let It Go'를 부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뮤지컬로 다시 보니, 이 메시지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또한, 다투면서도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자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한층 더 아름답고 입체적으로 펼쳐져 큰 감동을 선사했다.

뮤지컬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그 감동과 여운을 되새겼다. 영화로만 보던 장면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경험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겨울왕국》 뮤지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세계였으며, 우리는 그 세계 속에서 함께 노래하고, 감동하고, 깊이 몰입했다.

이후 엘사의 힘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인 《겨울왕국》2편도 영화로 감상하며 이들의 여정을 이어갔다. 《겨울왕국》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믿는 자매의 용기 있는 여정을 배우고 감동하며, 영어가 단순히 언어를 넘어 이야기의 세계로 통하는 마법 같은 문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자매들이 함께 꼭 봐야 하는 영화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의 마법에 빠진 우리는 이곳에서 유명한 《라이온 킹(The Lion King)》과 《마틸다 더 뮤지컬(Matilda The Musical)》을 보기로 했다.


4) 라이온 킹(The Lion King): 프라이드 랜드로의 몰입

하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채워 넣듯, 1년 동안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영어와 영국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채워왔다. 2학년을 맞이하면서는 이러한 학습 방법을 더욱 확장해 보기로 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으로 먼저 이야기를 익힌 뒤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을 감상하거나 관련된 장소를 직접 방문해 보는 방식이었다.

그 첫 번째 경험이자 2학년 시작을 알린 작품이 바로 디즈니의 걸작 《라이온 킹》이었다. 먼저 이야기의 원작 동화를 읽고, 이어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차례로 감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경험의 정점이 될, 런던 웨스트엔드의 《라이온 킹》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뮤지컬 관람 전, 우리는 이야기의 인물들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라이온 킹》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간단히 그려보았다. 사자 왕 무파사와 그의 아들 심바, 왕위를 노리는 무파사의 동생 스카, 심바의 친구 날라, 현명한 왕비 사라비, 스카의 하이에나 조력자들(션지, 반자이, 에드)까지, 각자의 역할과 성격을 그림과 함께 정리하니 이야기의 복잡한 관계와 갈등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또한 아버지를 잃고 초원을 떠난 심바가 만나는 유쾌한 조력자 품바와 티몬, 그들이 심바에게 가르쳐주는'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철학까지 살펴보며 이야기 속 감정의 흐름과 인물들의 동기를 함께 탐색했다.

예를 들어"스카는 왜 심바를 미워했을까?", "날라는 다시 만난 심바를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아이의 시선으로 감정선을 따라가 보았다.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인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훨씬 깊이 있는 이해를 이끌어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전용 극장으로 향하기 직전, 우리는 책 속 삽화를 다시 보며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특징을 복습하고 주요 장면들을 함께 짚어보았다. "이 장면이 무대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 하고 상상하며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마침내 공연의 막이 올랐을 때, 압도적인 무대 연출과 의상,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에 우리는 숨을 죽였다. 이미 책과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이는 무대 위 장면과 대사에 빠르게 반응하며 몰입했다. '하쿠나 마타타'를 부르는 신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이며 흥얼거렸으며, 스카와 하이에나 무리가'Be Prepared'를 부르는 강렬한 장면에서는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책으로 글을 읽고, 영화로 영상을 본 이야기가 웅장한 음악과 배우들의 에너지로 다시 살아났다. 마치 우리가 프라이드 랜드에 서서 심바의 여정을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 연말에는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Mufasa: The Lion King)》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무파사가 어떻게 고아가 되었고, 왕이 되기까지 어떤 역경을 겪었는지, 스카와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라이온 킹》을 책, 영화, 뮤지컬이라는 여러 매체를 통해 경험한 이 여정은 2학년에 시도한 다각적 학습 방법의 성공적인 시작이었다.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접하는 것이 아이의 이해를 얼마나 깊게 만들고, 언어와 문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돕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심바가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듯, 아이 또한 이야기와 영어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있었다.




3. 파리 디즈니랜드: 꿈과 희망의 나라

1) 꿈이 현실이 되는 곳, 파리 디즈니랜드

책과 영화, 뮤지컬을 통해 상상의 세계를 꾸준히 넓혀 가던 중, 우리는 아이와 함께 또 하나의 마법 같은 경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이었다! 디즈니랜드는 우리가 읽었던 수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 속 세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꿈과 환상의 장소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놀이기구 중 하나가'라따뚜이: 더 어드벤처(Ratatouille: The Adventure)'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놀이기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먼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감상했다. 가지, 토마토, 호박 등으로 만드는 프랑스 요리 이름인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작은 생쥐 레미(Remy)가 위대한 요리사가 되는 꿈을 향해 펼치는 좌충우돌 모험의 매개체였다. '누구나 위대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Anyone can cook!)'는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는 아이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파리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레미와 요리 실력 없는 주방 보조 링귀니(Linguini)의 이야기는 아이의 상상력을 한껏 키워주었다.

드디어 파리 디즈니랜드에 도착하자,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익혔던 그 세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 가장 먼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파크에 있는 라따뚜이 어트랙션에 올라타 레미와 함께 파리 레스토랑 주방을 탐험하는 환상적인 체험을 했다. 생쥐 크기로 축소된 느낌을 받으며 거대한 주방을 누비는 스릴 넘치는 순간이었다.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 곳곳에서 우리가 책과 영화로 만났던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해적선과 피터팬, 마법의 숲 속 백설공주의 모험, 엘사와 안나가 눈앞에서 펼치는 겨울왕국 뮤지컬 공연과 우디, 코코, 니모 등 사랑스러운 픽사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쇼까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은 마법 그 자체였다. 그날 밤 야외에서 디즈니랜드 성을 배경으로 펼쳐진 디즈니랜드 캐릭터가 총집합하는 레이저 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각 상점마다 다른 물품을 팔고 있었다. 북스토어 간판이 있는 상점에서 책을 선물로 사주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곳에는 도서가 없었다. 디즈니랜드에서 노는 동안 아이들을 책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마친 후,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귀국 후 디즈니랜드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이 담긴 책들 《라따뚜이》, 《겨울왕국》, 《피터팬》을 다시 꺼내 읽으며 여행의 추억을 되살렸다. 책을 읽을 때마다 디즈니랜드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아이는 책 속 영어 표현 하나하나에도 더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현장 체험과 독서를 연결하는 과정은 책을 살아 있는'경험' 그 자체로 만드는 마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야기의 세계를 직접 체험했고 책 속 캐릭터들을 눈앞에서 만나는 순간,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더 생생하게 살아나고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만난 꿈과 환상의 이야기들, 집에서 책 속에서 다시 펼쳐지는 모험들. 이 모든 경험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아이의 상상력과 영어 학습은 더욱 풍부하고 즐거운 과정이 되어갔다.


2) 레고 상점에서 만난 영화 속 세상

세계 여러 도시에 위치한 레고 상점은 단순한 장난감 가게를 넘어, 각 도시의 문화와 상징을 담은 미니 전시관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파리의 레고 상점에서는 에펠탑, 개선문, 노트르담 성당 같은 랜드마크들이 정교한 레고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도시의 특색을 한눈에 느낄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이렇게 지역마다 다른 전시 콘텐츠 덕분에, 레고 상점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처럼 여겨졌다. 특히 런던의 레고랜드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장면들을 레고로 구현한 전시가 인상적이었는데, 마법세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그 공간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빠져드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이런 도시 상징물 외에도,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나 장면들을 레고로 만나는 재미도 컸다. 여행 중 방문한 레고 상점들에서는 우리가 이미 좋아하던 영화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과 함께, 아직 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도 자극되곤 했다. 레고로 구현된 장면 하나가 영화 감상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거 우리도 봐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감상이, 때로는 깊은 감정과 메시지를 전해주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업(Up)》이었다. 커다란 풍선들에 매달린 집 모형을 본 뒤 영화를 함께 감상했는데,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띄워 남아메리카로 떠나는 칼 프레드릭슨 할아버지와, 우연히 동행하게 된 열정 가득한 소년 러셀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우정의 소중함, 그리고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영화는 《월-E(WALL·E)》였다. 황폐해진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처리하던 로봇 월-E와, 미래를 위해 지구를 탐사하러 온 로봇 이브의 만남은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인간성에 대한 회복, 그리고 작고 순수한 존재들이 이끌어가는 희망의 가능성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큰 생각거리를 던졌다. 레고 전시물로 먼저 만나본 월-E와 이브가 실제 애니메이션에서 살아 움직일 때, 그 감동은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레고를 통해 만나고 감상하게 된 또 하나의 영화는 《모아나(Moana)》였다. 《모아나》(2016)는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용감한 소녀 모아나가 자신의 운명을 따라 바다로 나서는 이야기다. 바다에 나가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항해를 떠난 그녀는,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반신반인 마우이와 협력하며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놓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모험, 자아 찾기, 자연과의 조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특히 어린 소녀가 주체가 되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전개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모아나와 바다의 노래(Moana 2)》(2024)는 1편 이후 3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 더욱 성장한 모아나는 바다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운명적 연결을 깨닫고, 고대 항해자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바다로 항해를 떠난다. 이전보다 더 넓은 세계, 더 강력한 자연의 도전,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선택 앞에서 모아나는 다시 한번 용기와 믿음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1편의 모험을 확장하며,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그리는 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레고 상점에서 마주친 장면 하나가,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해 주었다. 레고는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이야기와 상상력을 품은 예술 작품이자 창의적인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다시금 이야기의 힘과 감동을 경험했다. 모아나 3편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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