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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zy Feb 15. 2019

초기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R&R

개인적인 인사이트

Product Designer라는 타이틀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2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다. (벌써!)


지난 1년 간 하나의 모바일 서비스를 런칭하였고,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추가하고 앱을 홍보하였다. 우리 서비스의 유저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개발자와 치열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도 했다. 앱스토어 메인 피쳐드라는 성과도 달성해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규모의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PO이자 PM의 역할을 맡아왔다. 대학생 때도, 인턴을 할 때도 기획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넓은 범위의 디자이너의 역할을 늘 해오고 싶었던 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일을 해왔다. 하지만 사수도 동료도 없이 모든 것을 처음 마주하다 보니 맨땅에 헤딩도 많이 하고 디자인 외적인 것들에 대한 업무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왔다.


지난 1년간의 삽질이 헛되지 않도록, 나의 R&R과 이에 대해 느낀 인사이트를 정리해보았다.

나의 주요한 4가지 R&R — 1) 정의와 2) 리뷰로 구성해보았다.


1. 제품 방향성 및 로드맵 수립

사용자, 비즈니스, 트렌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크고 작은 로드맵을 설정한다.

사용자 < 회사

제품을 런칭하는 단계에서는, 사용자보다도 회사의 비즈니스와 Goal이 제품의 모습을 좌우한다. 대표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 하고, 이를 사용자 지점에서 드는 고민들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 회사의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과정이 가장 재밌으면서도 가장 어려웠다. 마치 내 마음에 자아가 2개 있는 것처럼 또 다른 내 생각과 싸워야만 했다.

로드맵 = 스케치

입시미술을 할 때, 사물을 그리기 전에 구도를 스케치한다. 제품도 스케치가 필요하다. 제품 로드맵을 만들어두면, 일정 산정하기도 훨씬 수월할뿐더러 왜 우리가 다른 것들보다 이 기능을 먼저 추가해야 하는지 (WHY)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다.

비주얼 디자인을 하다 보면 그제야 이게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되는 때가 많았다. 그림을 그릴 때, 묘사 (흔히 디테일을 판다고 한다)를 하다 보면, 지나치게 묘사에 집중해서 그림에 강약이 사라진 까만 그림이 나와버리고 만다. 거시적인 그림을 그려두니, 후에 세부 디자인과 기획을 할 때 중심은 잃지 않고 왜곡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2. 사용자 조사와 정의

정성적/정량적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 서비스의 핵심 사용자를 파악하고 정의한다. 핵심 사용자의 니즈와 문제점을 짚어낸다.

효율적인 사용자 조사

스타트업은 나에게 UX 방법론 따위를 써가며 사용자를 물고 뜯고 씹어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주어진 문제에 따라 데이터이든, 유저 인터뷰든 적합한 방법을 찾아 알맞게 적용하는 것이 능력이다. 디자인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는 필요하지만 팀원들이 합의하고 동의하는 정도면 충분하더라. (그럼에도 깊은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User Research에 대한 욕구는 언제나 있다!)

사용자와 문제 정의

오랜 시간 지속된 서비스라면, 그 서비스의 유저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런칭 단계의 서비스일수록 사용자를 정의하고 다듬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핵심 사용자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기획이 중구난방으로 흘러가고 중구난방식의 피드백이 디자이너에게 돌아오게 된다.

사실 충분한 백그라운드 리서치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사용자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제품을 넘어 회사의 큰 방향성 및 브랜딩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서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 제품 상위 기획

위 두 가지를 근거로 제품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메인 피쳐를 기획한다. 각 피쳐 별 목표와 가치를 정의한다.

제품의 얼굴 마담

메인 피쳐는 제품의 얼굴이다. 회사의 IR자료, 영업자료, 웹사이트, 앱스토어와 마케팅 자료 등 모든 곳에서 서비스가 소개될 때 쓰인다. 메인 피쳐는 단순하게, 3개 이내로 정의하자.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4. 제품 화면/기능 UXUI디자인

핵심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부적인 화면과 기능으로 그려낸다. 사용자의 행동을 화면 간 흐름으로 이끌어내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도록 한다.

최소한의 디자인

런칭 단계에서 화면을 그려낼 때는 꼭 필요한 기능과 화면만 넣어야 한다. 빠른 개발 속도는 물론 서비스의 확장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것으로 구성했다. 그래야 추후에 유연하게 서비스를 구체화해 나갈 수 있다.

포기할 줄 아는 디자이너

런칭 후에도, 쏟아지는 사용자의 피드백이나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 작은 사용성을 개선한다고 더 많은 유저가 오지도, 개선하지 않는다고 유저를 잃지도 않는다. 때로는 큰 문제를 위해 작은 문제는 포기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배포 우선순위 및 일정 산정, QA, 운영/마케팅 디자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많은 업무를 해왔다. 넓은 범위의 일을 하면서 나의 강점과, 더 갈고닦아야 할 부분들을 파악하는 시간들이었다.

올 2019년에는 또 어떤 디자이너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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