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전용 영화관,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 만들기 ①
키즈 집단 특성 알아보기
2020년 9월, CGV를 떠나, 모노플렉스라는 신규 영화관 브랜드로 이직을 했다.
모노플렉스는 기존에 영화관이 될 수 없었던 소형 공간에 컨셉 영화관을 만들어 공간 가치를 증대하는 영화관 브랜드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가 박리다매의 대량생산(?) 공장이라면 모노플렉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공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입사했을 당시의 영화관은 겨우 1개, 그것도 단관 극장에 저 멀리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해 있었다.
이름은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 128석의 키즈 전용 극장으로, 필자가 입사하기 직전인 22년 8월에 오픈을 했다. 본부장님께 히스토리를 들어보니, 밀크북이라는 파주출판단지의 키즈북카페에 어린이 연극을 하던 공간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극을 하기 어려워졌고, 마침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고 극장 부지를 찾던 모노플렉스와 의기투합해 키즈 전용 영화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입사하기 한 달 전인 20년 8월에 극장을 오픈했지만, 극장에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가격은 키즈 5,000원, 성인 주중 8,000원, 주말 10,000원으로, 일반적인 영화관에 비해서 저렴했으나,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키즈 전용 영화관으로 오픈했지만 관객들을 모을만한 특별함이 부족했다.
전반적인 업무 인수인계와 회사 적응을 마치고, 20년 12월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 리뉴얼 프로젝트의 담당이 되어 개선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키즈 집단 특성 알아보기
키즈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에, 우선 유명 키즈 시설을 방문하고, 키즈 인플루언서의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CGV에 있을 때, CGV하계와 CGV수원에 키즈관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CGV의 키즈관은 좌석이 키즈에 맞춰 약간 알록달록할 뿐, 특별함은 없었다.
CGV 하계 키즈관 (출처: CGV 공식홈페이지)그렇게 알아본 키즈 집단의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① 봤던 거 또 본다. 좋아하는 거는 똑같은 영상을 몇십 번씩 봐도 질리지 않는다.
②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다. 앉아서 몇 분만 지나면 몸이 배배 꼬인다. 집중력 떨어진다.
③ 어두운 거 무서워한다.
④ 에너지가 넘친다. 뛰어노는 거 좋아한다.
①번 특성이 참 재밌는 부분인데, 성인의 경우 정말 heavy한 유저가 아닌 한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이해가 되었다. '울트라맨' 시리즈와 '공룡시대'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대사를 외울 정도로 많이 보았다고 한다.
②~④번 특성이 일반적인 영화관이 잘 안 맞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당연하겠지만 어릴수록 해당 특성은 더 강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키즈 집단의 특성을 알아보면서 키즈 '집단'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즈 집단을 '키즈'에만 한정 지어 생각했는데, 결국 키즈 집단은 키즈+부모의 묶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자녀를 둔 지인분들과 키즈 인플루언서의 조언을 들어보니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① 이동 반경이 넓다. 자녀가 좋아할 곳이라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어디든 갈 수 있다.
② 정보력이 높고 후기 공유도 활발하다. 맘카페, 키즈 인플루언서, 블로그 후기 등.
③ 구매력이 높다. 본인에게 돈 쓰는 것은 아까워 하지만, 자녀에게 돈 쓰는 것은 하나도 안 아까워한다.
④ 휴식을 꿈꾼다. 아주 잠시라도 자녀를 맡기고 쉴 수 있기를 바란다. 키즈카페의 경우 같이 놀아줘야 해 부모가 쉴 틈이 없다.
⑤ 자녀 안전이 최우선이다.
특히 ①번이 재밌었는데, 실제로 20년 9월~10월에 코로나로 인해 관객이 없어, '코로나 안심 통대관 이벤트'를 단돈 30,000원에 진행했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지역이 서울 강남이었다. 밀크북은 경기도 파주인데, 거의 1시간 30분 정도를 전혀 거리낌 없이 이동한 것이다.
②번 특성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괜찮은 키즈 전용 공간으로서 입소문이 난다면, 큰 홍보 없이도 충분히 고객 확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좋은 후기를 만들기 위해 자녀들이 즐거워할만한 콘텐츠와 사진을 찍을만한 요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