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초록보

수 백 년을 지나온 나무가 있다. 주위의 풍경이 수십 번 바뀌고 사람들이 몇 십 번쯤 사라지고 그들의 아이들이 몇십 번쯤 태어나는 동안에도 그 나무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태어난 깡마른 가지들이 싹을 틔우며 서로 정답게 자라났지만 가까운 1백 년의 시간 동안에는 펜스에 둘러싸여 관리자의 허락 없이는 풀 한 포기조차 곁에 두지 못했다.

수 억겁을 살아온 바람이 펜스를 무심히 지나 나무 겉의 잔가지를 흔들 때 나무는 생각했다. 씨앗으로 날아오던 그날 그 바람이 와주었다고. 부드럽고 다사한 이곳 땅의 온기와 같이 내려앉았던 내 아우들과 그리고 초라했던 어머니 나무와 그 주위를 둘러싼 곧고 울창한 숲의 기세와 가지들 마다 소란스럽던 생명체들의 냄새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수백 년을 걸쳐 하나하나 떠나가던 이들을 곱씹으며 하늘이 또 한 번 눈 감는 것을 바라보며 떠난 이들의 별이 깨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 수백 년, 수만 시간, 무수한 낮과 밤들이 눈 한번 감았다 뜨는 사이 지나감을 느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양이와 크리스마스 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