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

by 비마

임사체험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near-death experience.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또는 죽음을 경험하고 저세상에 갔다가 다시 이세상으로 돌아온 경험을 말한다. 친구들이 부모상이나 장인장모상을 당하면 장례식장에 문상을 간다. 그리고 절하기 전 영정사진을 한번 본다. 고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은지 추측해본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은 과연 그것이 끝이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는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추는 것일까. 의식 (consciousness)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일까. 그대로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존재의 소멸이다. 존재의 탄생은 아버지의 정자에서 시작돼 어머니의 난자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세상에 태어나 여러 경험을 거치며 그 만의 인격과 지식과 의식을 형성해간다. 죽기 전 어떤 사람의 의식이란 그런 경험을 거치며 만들어진 영혼일 것이다. 그런데 임사체험이란 그런 의식을 고스란히 갖고 죽음의 강을 건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험이라는 말이다. 매우 외로운 경험이다. 거기에는 부모자식도 친구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죽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있다. 바로 전신마취다. 처음 전신마취를 받던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치질 수술을 받을 때 마취과 의사가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세라고 말했다. 하나 둘 셋까지 세었을 때 엄청난 암흑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에 저항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저항한다면 수술에 지장이 있을 테니까. 순간적으로 그 힘을 받아들였다. 마치 맑은 물에 먹물이 밀려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의식이 돌아왔다. 이미 수술이 끝난 지 4시간이 지난 뒤였다. 나는 짧은 시간이라고 느꼈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아마 죽음도 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거대한 암흑의 힘이 밀려오는 느낌. 그리고 그 힘에 저항하지 못할 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환생이라도 해서 다시 눈을 뜨면 이미 몇백만년이 흘러있을 지도 모른다.


차원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시공간은 4차원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이 우주에는 11차원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차원은 우리 주위에 있지만 우리가 보고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얘기다. 나는 그런 차원으로 추정되는 현상을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고교시절 어느날 시골에 있는 이모댁에서 자고 있을 때 뭔가 거대한 힘, 기분나쁜 존재가 내 위의 공간을 열어젖히고 나를 덮치거나 데려가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곧 눈을 뜨고 비명을 질렀다. 그 꿈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현실처럼 너무나 생생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이 세상을 하직한다.

장인어른은 돌아가시기 약 한달 전 자신이 죽을 날짜를 정확히 예언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간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발견하고, 분석하고, 자연의 법칙을 알아냈지만, 아직도 인간이 모르는 일은 너무나 많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슬픈 존재다.


`OA'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OA는 (Original Angel)의 약자라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한 여성의 임사체험이 그려진다. 특이한 것은 죽어서 가는 곳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상이란 점이다. 평행우주 또는 다중우주를 임사체험과 연결짓는다. 한 의학자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을 납치해 감금한 뒤, 강제로 임사체험을 시키면서 죽음이란 생명의 끝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임을 증명하려 한다. 물론 허무맹랑한 상상력이다. 그러나 어쨌든 임사체험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나는 예상치못한 곳에서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람 얘기를 들었다. 기관지염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책이 있길래 가지고 와서 읽어보았다. 원장의 경험담이 실려있었다. 어느날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환자가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모든 환자 감시 장치는 정상이었지만, 그는 즉시 검사를 중단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상태를 체크하니 혈압이 70/40 으로 응급상황에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산소포화도와 심장박동수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3-4분내에 문제 해결이 안되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했으나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0%까지 떨어졌고, 심정지 상태였고, 혈압은 잡히지 않았다. 바로 죽음의 표시였다.


심폐소생술을 미친듯이 실시했다. 환자가 사망하거나 뇌사상태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이른바 골든타임 20여초를 남기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자는 눈을 뜨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었다.

"언제 검사가 끝났나요?" "원장님 덕분에 잠도 푹 자고 꿈도 꾸었어요. 꿈에서 아들도 만났어요."

의사가 물었다.

"그런데 아드님이 뭐라고 했어요?"

환자는 말했다.

"아들이 5년 전에 사고로 죽었거든요. 근데 아직 엄마가 올 때가 아니라고 왜 날 만나러 오냐고 어서 다시 가라고 말했어요."


의사는 전율을 느꼈다고 책에서 말했다. 과연 저세상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무튼 그 환자는 수면내시경을 할 때 주사하는 수면유도제에 대한 부작용을 겪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수면내시경을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저세상을 믿지 않는다. 죽으면 그냥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임사체험의 사례들을 보면 아마도 저세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떨칠 수 없다. 아버지의 임종을 하며 누워서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혹시 저세상이 있다면 나중에 저에게 알려주세요."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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