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라큐즈

(시러큐스대 유학기.1996)

by 비마

씨라큐즈에는 무엇이 있을까. 검은 하늘과 거대한 회오리 바람이 있을까. 정신이상자들과 집없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면 동양인만 보면 이맛살을 찌푸리는 주유소 주인이 있을까. 또는 피부색이 하얀 사람이 아니면 무조건 해치려고 드는 쿠 클락스 클랜 (KKK)이 있을까.


씨라큐즈에 정착하기 전에는 그런 질문들이 머리속에서 오락가락 했다. 누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 법이다. 그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호기심은 또 그 세계에 대한 평가로 바뀔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뒤섞인 상태였다. 혹시하며 갔다가 “별 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올 수도 있고, “정말 무거운 경험을 했다”고 말하면서 귀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수가 끝난 지금 누가 씨라큐즈에는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씨라큐즈에는 에리路 (Erie Boulevard)가 있고, 그린湖 (Green Lake)가 있는가 하면, 워드교수가 있고, 칼 터너가 있고, 크리스티나 맨시니와 알리슨 루벤슈타인도 있다.”


에리로와 그린호는 씨라큐즈를 대표하는 명물들이고, 워드교수등 이름을 언급한 사람들은 씨라큐즈대학 생활중 특히 인상에 남은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미국의 한 조각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씨라큐즈는 어떤 곳인가.


씨라큐즈는 소금의 도시 (Salt City) 라고 불리운다. 그렇다고 씨라큐즈에 소금이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백년 전에 씨라큐즈 지역에는 큰 노천 소금광산이 있었다. 소금물이 지하에서 솟아나온 것이다. 이 소금샘은 1654년 8월16일 사이먼 르 모인느라는 가톨릭 신부에 의해서 발견됐다. 그리고 이것이 소금산업으로 발전하기 까지는 1백30여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 지역에서 나온 소금은 미국대륙에서 해변지역말고는 처음으로 내륙지방에서 나온 소금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 소금을 “흰색의 금(金)”이라고 불렀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 소금물을 끓여서 소금을 정제한 뒤 그것을 에리호수 (Lake Erie)까지 운반하기 위해 1794년부터 1812년 까지 18년간 길을 닦았다. 소금은 그 길을 타고 에리호수까지 가서 배를 타고 각지로 운반되었다. 그것이 5번도로, 즉 제네씨 (Gennesse)로(路)이다. 이 때는 4두마차가 우편물을 운반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운하도 필요했다. 사람들은 제네씨로와 마찬가지로 허드슨강에서 에리호수까지 운하를 만들었으며, 1825년에 완공된 그 운하의 이름은 에리운하였다. 나중에는 그중에서 씨라큐즈 중심부 쪽의 일부분이 복개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에리로(路)이다.


에리路를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각종 상점이 줄을 서 있다. 씨라큐즈에서 가장 큰 한국음식점도 그곳에 있고, 최대의 가구점, 최대의 서점, 최대의 자동차 수리공장도 그곳에 있다. 한 번만 그곳을 지나가 보면 그곳이 씨라큐즈의 경제 중심지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씨라큐즈에서는 모든 길이 에리路와 연결돼 있다. 이곳을 알면 씨라큐즈에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씨라큐즈를 관통하는 도로중 대표적인 것은 81번과 90번이다. 81번도로는 남쪽의 테네시주(州)에서 부터 북쪽으로는 국경을 지나 캐나다까지 연결돼 있는 긴 도로인데, 시속 100km로 차를 쉬지 않고 달리면 12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이다. 90번 도로는 동쪽으로는 매사추세스주의 보스턴까지 서쪽으로는 버펄로 (Buffalo)까지 갈 수 있는 도로인데 시속 100km로 달릴 때 8시간 정도 걸린다.


씨라큐즈에서 81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반 정도 가면 1,000개의 섬 (Thousand Islands) 이라는 관광지가 나오고, 9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4시간 정도 가면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볼 수 있다. 뉴욕주의 주도 (州都)인 올바니 (Albany)와 씨라큐즈와는 자동차로 두시간 거리. 씨라큐즈는 올바니와 버펄로의 중간에 서 있다. 따라서 씨라큐즈대학은 버펄로에 있는 뉴욕주립대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in Buffalo)와 올바니에 있는 뉴욕주립대 (SUNY in Albany)의 중간에 있다.


씨라큐즈는 호수의 도시이다. 지도를 보면 손가락처럼 길쭉하게 생긴 호수들 (Finger Lakes)들이 씨라큐즈 서쪽에 나란히 누워있고, 작고 아담한 호수들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씨라큐즈가 가장 자랑하는 호수는 그린湖. 별로 크지 않은 이 호수도 역시 길쭉하게 생겼는데, 호수가 비취빛을 띠고 있다. 그 색깔이 바로 이 호수의 이름이 됐다. 이 작은 호수에도 백사장이 있고,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있다. 여름에는 우거진 숲 때문에 밖에서는 호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숲속으로 난 도로를 따라 길을 달려, 마침내 그린호를 발견하면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 들 정도. 그 절묘한 경치 때문에 뉴욕의 주립공원이 됐다. 그 옆에는 골프장도 있다.


씨라큐즈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노래한 시 (詩)에서 따온 것이다. 1820년 이전에 이 지역은 코시츠 코너즈 (Cossitt's Corner's)라는 멋없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윌킨슨이라는 젊은 변호사가 이 시를 읽고 이름을 씨라큐즈로 바꿀 것을 이 지역의 실력자에게 추천한 것이다.


씨라큐즈는 원래 이탈리아 시실리 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그 도시를 노래한 시에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 (Cicero), 장군이었던 마르셀러스 (Marcellus), 살리나 (Salina) 등의 이름이 나오는데, 우연의 일치로 이 지역에도 그런 이름을 가진 동네들이 있었다. 그리고 시실리에 있는 씨라큐즈와 이 지역의 넓이가 똑같았다는 것이다.


씨라큐즈가 있는 지역은 뉴욕주의 중앙이기 때문에 중부 뉴욕 (Central New York)이라고도 불리운다. 정확히 말하자면, 뉴욕의 주도 (州都)인 올바니 (Albany)에서 서쪽으로 캐나다와 접하고 있는 에리호수까지가 중부 뉴욕이다.


씨라큐즈에서 서쪽으로 4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버펄로 (Buffalo)라는 도시와 나이아가라 폭포, 그리고 캐나다로 가는 길을 지키는 국경검문소가 나온다. 캐나다와 미국 접경지역에 있는 5대호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 (Lake Ontario)가 그 길을 따라 길게 누워있다. 그 호수의 길이는 씨라큐즈에서 버펄로까지의 길이보다 약간 더 길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척이나 큰 호수인 것이다. 그 호수는 바로 옆에 있는 씨라큐즈 지역의 기후에 특이한 영향을 미친다. 눈을 많이 내리게 하는 것이다.


씨라큐즈 지역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무수히 많다.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면 어디를 가나 호수를 볼 수가 있다. 이렇게 호수들이 많은 것은 빙하기 얼음 때문이다. 그 얼음들은 빙하기에 이 지역을 수천미터 깊이로 덮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녹아 없어졌다. 그 얼음이 파놓은 자리들이 바로 지금의 호수들이다. 그 호수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었고, 이곳 사람들에게 신선한 물을 제공해 주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 호수들을 “빙하기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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