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인식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6

by 비마

연구방법이라는 과목을 듣는 학생중에 피트 (Pete)라는 친구가 있다. 나이는 대략 20대 후반정도. 웨스트 포인트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생활을 하다 대위로 전역한 친구다. 나름대로 날카로운 인상이고, 머리도 좋았다. 머리색깔은 노랑.


아침 8시30분에 시작하는 그 수업시간에 나와 그는 항상 5분 정도는 일찍 와서 앉아있곤 했다. 그는 항상 먼저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아, 그래서... (So)"로 일단 운을 띄워놓고 그의 질문은 시작됐다. ”그 사람이 망명한 거요, 납치된거요?“ 난데 없는 질문이다. 매일 뉴욕타임즈를 탐독하고 학교에 나오는 모양이었다. 내가 우리 회사의 기사를 매일 훑어보고 있지 않다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의 망명사건을 두고 하는 질문이었다.


“망명이요.”


“그 사람이 대단한 인물이요 (Big deal)?"


"아주 아주 대단한 인물이죠. 북한의 주체사상을 만든 인물이니까, 그가 망명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죠.“


“그래, 그 사람이 망명해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그는 북한의 권력 내부를 손바닥 보듯이 샅샅이 알고 있는 사람이요. 그의 정보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단한 도움이 될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해서 귀중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요.”


다음날 그는 또 물었다.


“아, 그래서... 북한 간첩이 쏜거요?”


이번에는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 피격사건을 두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 것 같네요.”


“한국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것 아니요?”


“글세, 과거 군사정권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 자칭 문민정부는 그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은데... 지금 한국 중앙정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그렇게 형편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을거요.”


그는 미국의 언론을 통해서 한국을 접한다. 그가 알고 있는 한국이란 결국은 북한과 연관된 사건에서 그려지는 한국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적인 북한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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