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사회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6

by 비마

96년의 클린턴.돌 두 대통령 후보의 텔레비젼 토론. 두 사람은 정권을 잡기위해 결사적으로 토론을 한다. 질문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질문할 것인지를 고민한 뒤 그 이익을 두 사람이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지를 열심히 후보들에게 물어본다.


시청자들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열심히 토론을 지켜본다.


지난 1960년 케네디와 닉슨과의 첫 텔레비젼 토론. 텔레비젼으로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케네디가 이겼다고 생각했고,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사람들은 닉슨이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닉슨이 각각의 문제에 대해 조리있게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케네디의 여유있는 분위기에 비해 닉슨은 너무나 굳어있었던 것.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케네디의 승리였다. 그 뒤로 미국에서는 16년간 대통령후보들간의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후보 즉, 현직 대통령이나,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굳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는 텔레비젼 토론을 해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1996년 가을학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 과목. 교수는 학기말 시험에 “두 대통령후보들이 어떤 식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려고 했는 지를 기존의 이론을 이용해서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연구하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은 쓸모가 없다.


씨라큐즈대학 언론대학원의 대표적인 교수인 콤스톡 (George Comstock).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에서는 텔레비젼 방송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는 세계적인 대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세계적인 학자도 매일 텔레비젼을 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는다.


씨라큐즈의 언론대학원의 신문학 코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기사작성법을 가르치고, 부근의 언론사에 학생들을 보내 인턴쉽을 받게한다. 또 21세기를 대비해 언론사들이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게한다. 학생들은 신문사나 방송사에 무조건 전화를 걸어 인터뷰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인 준비상황을 알 수 있고, 그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페이퍼를 써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워싱턴포스트사에 전화를 걸었다. 독자들이 전화로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얻는 오디오서비스에 대해 알기 위해서였다. 이 서비스의 책임자는 학교 페이퍼에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친절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기존의 언론인들도 역시 학생들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의식을 인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언론대학원 졸업생들은 언론사에 입사한 뒤 따로 수습교육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입사하자마자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받는다. 대학원에서는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쳐서 졸업시키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의 역사적 방법론 언구라는 과목. 학생들은 각자 1960년대에 일어났던 사건들 중에서 주제를 하나씩 정한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잘못 알려진 일들 혹은 의미가 잘못 부여된 일들을 찾아서 페이퍼를 쓴다. 도서관을 이잡듯이 뒤지고, 생존해 있는 인물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고, 관련인물의 일기장이나 편지 등을 찾아서 역사적 사실을 하나 하나 짜맞춰 나간다. 케네디가 기자들과 어떻게 줄다리기를 했는가. ‘참깨거리 (Sesame Street)'는 어떤 계층의 어린이들에게 특히 교육적 효과가 높았는가. 미국 최초의 흑인 골퍼 (Golfer)는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떻게 인종차별의 벽을 극복했는가. 로스앤젤레스의 왓츠에서 일어났던 흑인 폭동을 미국의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했는가.


씨라큐즈 언론대학원 졸업생들은 끊임없이 이곳 교수들의 초청을 받아 학교를 다시 찾는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현실세계에서 언론사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 지를 강의한다.


미국내 수천개 대학에서 이런 교류와 현실연구를 매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정치인들의 잘못을 기자들이 집어내지 못하면 대학에서 집어낸다. 오늘 못집어내면 10년 뒤에라도 집어낸다. 미국은 역시 강한 나라이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학교와 사회와의 교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지, 또 데이타베이스등 연구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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