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6

by 비마

씨라큐즈에서 텔레비젼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piss off’ 와 ‘screw up’이었다. 사전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속어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인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 정확한 뜻을 알 수 있었다. “Piss off'는 우리말로 ‘엿먹이다’ 또는 ‘골지르다’이고 ‘screw up'은 ’(일이) 꼬이다‘ 혹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고, 작은 일이) 망쳐지다, 망하다‘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이 단어들은 그리 희귀한 단어들이 아닌데도 한국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말들이다. 물론, 품격이 갖춰진 자리에서는 쓸 수 없는 말들이지만, 일상적으로 별 저항감없이 쓰이는 말들이다.


또, "고맙다 (Thank you)"는 말에 대한 응답으로 “천만에요 (You are welcome)"라는 말을 써야한다도 우리는 배웠으나, ”그럼요 (Sure)"라는 말도 쓴다는 것을 알게됐다. 처음에 “Sure"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것이 ”You are welcome"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인지 몰랐으나, 나중에 미국인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런 말도 일상적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전화카드를 사서 한국에 국제전화를 걸려고 할 때, 핀 넘버 (pin number)라는 말의 뜻을 몰라서 한동안 전화를 걸 수 없었다. 전화기에서는 컴퓨터 목소리로 계속 “핀 넘버를 누르라”는 주문이 나왔지만,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 핀 넘버의 뜻은 ‘비밀번호.(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은행에서도 핀 넘버라는 말을 쓴다. 고유번호 즉, “identification number (ID number)"라는 말도 쓰지만, 핀 넘버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종종 쓰이는 것이다.


학교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려고 하면, 여러 가지 말들이 눈에 띈다. 커피, 라이트너 (lightener), 설탕. 물론, 라이트너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커피를 묽게 한다는 뜻인데, 커피크림 (cream)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수퍼마켓에서는 그저 크림이라는 말이 써있다. 라이트너라는 말은 자동판매기에서 밖에 본 적이 없다.


수퍼마켓 영어도 어려웠다. 처음에 수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계산대에 있는 직원이 계산할 생각은 안하고 “페이퍼? 오 플래스틱? (Paper or Plastic?)"이라고 물었다. 페이퍼는 종이라는 뜻인 줄 알겠는데, 플래스틱은 뭔가? 그래서 ”뭐라고요? (Pardon me?)"라고 두 번이나 물은 끝에 종이라고 했더니, 종이백에 물건을 싸주는 것이었다. 다음에 수퍼마켓에 가서는 “플래스틱”이라고 해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비닐백에 물건을 싸주는 것이 아닌가. 한국어로 비닐이라고 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플래스틱 (Plastic)"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히어 투 고우”라는 말을 맥도널드 햄버거집에서 처음 들었을 때 가졌던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말을 못알아들어 세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일단 미국 땅에 발을 디디면 도로 곳곳에 또 주택가, 상가 곳곳에 들어서 있는 햄버거 체인점들에 한 번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다. 손쉽게 또 우리 식성에 비위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햄버거인 것이다.


그곳에 일단 들어가면 줄을 서야된다. 그리고 차례가 되면 1,2,3,4 번호들이 차례로 매겨져 있는 각종 햄버거들의 사진들을 보고 선택을 한다. “1번을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하면 종업원은 바로 물어본다. “히어 투 고우 (Here, to go)?" 우리말로 직역하면 ”여기, 가기위해?”이다. 이것은 다음의 영어가 줄어든 것으로 보면 된다. “Would you like them here? or would you like to take them with you outside?" 간단히 말하면 “여기서 먹을거요 아니면 가지고 나갈거요?”이다.


“Here"라고 대답하면 쟁반에 햄버거와 콜라를 담아서 내준다. 아무 식탁에나 앉아서 먹으면 된다. ”To go"라고 대답하면 갈색종이로 만든 도시락 봉지에 햄버거를 담아준다. 차를 타고 가면서 먹든, 집에 가서 먹든 마음대로 갖고 가서 먹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10년이 넘게 배웠지만, 이런 간단한 생활용어들도 모르고 있었다. 한국의 영어교육에 확실히 문제가 있긴 있는 것 같다.


실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학문 중심의 영어만 배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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