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아마도 3년 전쯤인가 보다. 커피를 컵에 따를 때 손목을 돌리면 오른쪽 어깨 모서리쪽이 조금 아팠다. 강북삼성병원에 갔더니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보며 주사를 놔주었다. 아마도 스테로이드였을 것이다. 주사를 맞은 직후부터 통증이 없어졌다. 그런데 6개월 정도는 괜찮다가 그후 다시 통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1년에 한번씩 세번을 가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올해초에 다시 통증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물론,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커피를 따를 때나 오른쪽으로 누워잘 때나, 아니면 헬스장에서 팔근육 운동을 할 때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있었다. 이 통증을 평생 갖고 가야 하는 지 의문이 생겼다.
마침 와이프가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사당역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함께 차를 몰고 갔다.
"나도 어깨가 좀 아픈데 진찰을 받아볼까?"
"그래, 자기도 여기 온 김에 진찰 받아봐."
의사는 4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구레나룻이 인상적이었다. 말도 `테너'의 높은 톤으로 시원시원하게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버릇이 있었다. 의사는 내 말을 듣더니, "MRI를 찍어보자"고 했다. 의사는 가볍게 얘기했지만, 나는 거금 51만3천원을 지불해야 했다. 바로 그날 찍고 다시 진료실로 갔다. 의사는 MRI 사진을 보더니 "이거 수술하셔야겠네요"라고 했다. 수술하자는 말이 너무 단호해서 나는 얼떨결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류현진 아시죠?" 의사가 물었다.
"예."
"류현진이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받았는데, 환자분도 똑같은 수술을 받으시는 겁니다."
야구광인 나는 류현진이 수술받은 기사는 자세히 읽었었기 때문에, 그 수술이 재활을 열심히 잘 해야 나중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류현진은 수술후 다시 정상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활을 무지하게 열심히 해서 불과 4, 5개월만에 다시 공을 던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수술을 굳이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도 없지 않았다. 또, 수술을 잘못하면 평생 오른쪽 어깨를 못쓸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했다. 그러나, 매년 어깨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것도 지겨웠던 터라 이 참에 수술을 받자고 결정했다. 뭐든지 복잡하게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정작, 와이프는 다행히 수술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수술 전날 혼자 병원에 가서 입원 수속을 밟았고, 저녁 금식을 하며 지루한 소설책을 하나 읽었다. 모든 수술이 그렇겠지만, 어깨수술 역시 수술을 받기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와 거쳐야 하는 검사, 그리고, 수술후 회복 등이 더 어려웠다.
수술할 때 마취는 마취제 주사가 아닌 수면가스로 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수술후 깨어나니 오른쪽 어깨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는데, 진통제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크게 날카로운 통증은 없었다. 잠을 잘 때 상체를 높이해야 하는 것이 꽤 귀찮고 불편했다. 다음날 퇴원할 때 병원에서 보조기라는 것을 주었다. 물론, 돈주고 사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단순히 어깨에 끈을 둘러메고 팔꿈치를 기대는 이 보조기 가격이 무려 15만원이었다.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아무튼 이 보조기를 잘 때도 벗으면 안된다고 했다.
2주후 만난 의사는 "팔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수술부위가 다시 파열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겁을 주었다. 다시 파열되면 그 고생을 다시 해야하니, 아침에 통증을 느낄때마다 "재파열된 것 아닌가" 걱정을 해야했다.
퇴원하는 날부터 6주 정도까지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선, 첫 4일 정도는 잘 때 상체를 120도 정도로 높이하고 자야 한다. 이것이 생각보다 정말 불편하다. 우선 똑바로 누워자야한다. 옆으로 누워자면 왼쪽 오른쪽 어느쪽으로 눕던 간에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허리가 아파서 잠을 못잘 정도가 됐다. 물론, 보조기도 차고 자야 한다. 잠결에 팔을 올리다 수술부위가 재파열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통증은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진통제를 꼬박꼬박 먹었으나, 며칠 지나니 속이 너무 아파서 복용을 중단했다. 대신 통증은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밥도 왼손으로 먹고, 양말도 왼손으로 신고, 머리도 왼손으로 감아야 했다. 상의를 입을 때마다 오른쪽 어깨에 엄청난 통증을 견뎌야 했다. 의사는 "6개월 정도 지나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고 그때쯤에는 수술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술후 한달동안은 왼손으로만 생활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오른쪽 어깨에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육체적인 통증과 불편은 심리적으로 공황상태를 야기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컴퓨터 마우스나 자판을 사용할 수도 없고, 피아노나 기타도 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하지 못하니 나중에는 약간의 우울증 마저도 생겼다.
그런데 팔은 못움직여도 발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산책은 열심히 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보조기를 차고 산책을 하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불편했다.
어느날 홍제천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다. 한 70세 정도 돼보이는 남자가 개를 데리고 마주오고 있었다. 그는 보조기를 찬 내 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잠깐만요"하며 말을 걸었다.
"혹시 어깨 수술 하셨나요?"
"예"
"나도 사실 어깨가 좀 아픈데 수술을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어떻게 아프신데요?"
"친구들하고 고스톱을 치면 화투장을 바닥에 세게 내리칠 때가 있는데, 그때 좀 아파요."
"글쎄요. 누구는 그냥 수술 안받고 잘 지낸다는 사람도 있으니, 잘 판단하셔야겠네요."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보조기를 찬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치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도 수술을 받아야 할 지를 저울질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튼 수술후 4주가 지난 뒤에는 드디어 보조기를 차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가 말했다. 보조기를 더이상 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정말 만세를 부를 일이었다. 항상 걸고 있어야 했던 보조기를 떼니 날아갈 것 같았다. 물론 그래도 팔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못했으며, 통증도 여전했다. 그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도수치료를 받고, 집에서도 재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똑바로 누워자야 하고, 자고 일어나면 어깨가 아프다. 피아노, 기타, 당구 등 평소에 좋아하던 취미는 아직도 한참 있어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는 언제 다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정상으로 돌아가기 까지 6개월이 걸린다니, 취미와 운동을 포기하며 내 인생의 반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수술이었는지 모르겠다. 의사 말대로 반년 뒤 "수술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를 바랄 뿐이다.
보조기를 한달동안 찬 뒤에 나타난 부작용이 있다.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으니, 오른손 손등의 색깔이 왼손에 비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주름도 오른손이 더 많았다. 팔 색깔도 마찬가지였다. 양손을 비교해보면 오른손과 오른팔이 노화되는 속도가 왼쪽에 비해 더 빠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한달인데도 그랬다. 몸이라는 것은 사용하지 않으면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늙어보인다. 단지, 한달일 뿐인데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나다니... 그것이 십년, 이십년, 삼십년 쌓인다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노화되는 정도의 차이가 얼마나 클 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돈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수술비는 모두 385만원이 나왔다. 연금생활자로서는 거금이었다. 실손보험을 청구하니, 보험금 275만원이 나왔다. 와이프는 "다른 사람들은 90% 정도 받았다는데, 너무 적게 나왔네. 보험회사에 한번 전화해서 알아봐요."라고 명령했다. 이메일로 받은 보험금 지급 설명서는 `편승치료'라는 기묘한 단어를 붙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항목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필요없는 치료를 해서 환자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단어였다. 보험회사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편승치료라는 것이 병원에서 필요없는 치료로 환자의 돈을갈취했다는 얘기냐"고 물었다. 그는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면서, "심장초음파, 혈관초음파, 아밀로이드 등 세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오면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대답을 주었다. 그런 중요한 사항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내가 전화를 하니 그때서야 말해주는 것이 좀 괘씸했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에 "제가 그걸 알려드리지 않았었나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황당해서 "아니요, 처음 듣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니, 이틀 뒤 48만원이 넘는 돈이 추가로 들어왔다. 와이프는 말했다.
"그것봐. 전화해보길 잘했지."
<수술 7개월후. 2022.10.7>
수술 6개월이 지난 9월말 이제부터는 근육운동을 해도 되는지 의사에게 물었다. 상체 근육이 6개월간 많이 빠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거울을 봐도 너무 볼품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근육운동을 못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연약하게 만드는지 알았다. 의사는 말했다. "3가지 운동만 빼고 다 하셔도 됩니다." 3가지 운동은 턱걸이, 런지, 그리고 어깨 위로 무게를 드는 동작이었다. 그때부터 아령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살살 하기 시작했다. 도수치료사는 나에게 "전에 근육이 있던 부위는 6개월 동안 근육이 빠졌어도 다시 운동하면 처음 근육을 만들 때보다 20-30배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은 아직도 팔을 위로 쭉 뻗는 동작에서 통증이 남아있다. 아마도 일년 이상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오른손을 등 뒤로 올리는 동작도 아직 왼손보다 잘 되지 않는다. 도수치료사와 계속 대화하며 그때그때 맞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해야할 것 같다.
잠잘 때도 여전히 불편한 감이 있다.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오른쪽 어깨가 약간 불편하고, 왼쪽으로 누워자면 왼쪽 어깨가 불편하다. 오른 손을 사용하지 못했을 때 왼손으로 무거운 것들을 많이 들었더니 왼쪽 어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도 수술 초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불편하지만 왼쪽 오른쪽으로 누워자기도 한다. 그래도 통증이 그리 심하지는 않다.
7개월 전으로 다시 돌아가 수술을 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동안 너무나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육이 줄어들어 피아노나 당구, 기타 등 취미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그냥 약간의 통증을 참고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기왕에 수술을 받았으니, 이제 앞으로 50년은 통증이 없기를 희망할 뿐이다. 물론, 50년까지 더 산다면 말이다.
<수술 10개월후. 2023.01.07>
연말에 다시 의사를 찾아갔다. 아직도 잠을 잘때 왼쪽으로 누워자면 오른쪽 어깨 앞쪽에 통증이 있었고,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어깨 뒷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모로 누워 자는 것이 훨씬 편한데, 똑바로 누워자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의사는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하라면서 주사를 3군데 놔주었다. 앞쪽 통증이 있는 곳과 어깨 뒷쪽 두곳이었다. 아마도 포도당이 들어있는 프롤로 성분이 포함됐었나보다. 그후 며칠간 혈당이 수직상승했다.
그런데, 그 주사가 효과가 있었다. 옆으로 누워자도 통증이 별로 없었다. 물론, 조금은 남아있었다. 아직도, 당구를 몇시간 치거나, 피아노를 두시간 연습한 뒤에는 어깨 앞쪽에 약간의 불편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수술받기 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졌다. 웃옷을 입을 때 느껴지던 통증이 없어졌고, 커피를 잔에 따를 때 느껴지던 통증 역시 없어졌다. 수술 받기를 잘한 것 같다. 그래도, 재활은 정말 괴로웠고, 다시 어깨 수술을 받을 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대답은 "안받겠다"이다.
<수술 11개월후>
의사는 어깨 뒷쪽 근육이 약간 뭉쳐있다고 했다. 역시 스테로이드와 프롤로 주사를 놔주었다. 그러면서 "매일 온찜질을 한 뒤 마사지를 해주라"고 의사는 말했다. 그 방법을 쓰면서 스트레칭을 시키는대로 하니 많이 좋아졌다.
문제는 주사의 부작용이었다. 공복 혈당이 열흘 가까이 150, 140, 130, 120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정말 컨디션이 안좋았고, 자다가 화장실로 여러번 가야했다. 혈당 폭풍은 열흘 쯤 뒤 잦아들었다. 아침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저녁을 적게먹고 산책을 한 덕이었다. 의사에게 "와이프가 PT를 받으라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괜찮은데, 트레이너에게 반드시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고 말해주라"고 했다. 나는 놀라서 "아니, 류현진이 받았던 와순파열때문에 수술 받았던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의사는 수술 MRI사진을 다시 보며 "아니요, 와순도 문제가 있긴 했는데, 주된 원인은 회전근개 파열이었는데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내가 뭘 잘못 들었다는 말인가. 어쨌든 나는 어리둥절한 채 병원을 나왔고, 지금까지도 의사가 왜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말을 수술 1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얘기해주는지 모른다. 의사 아니면 나 둘중의 하나가 뭘 착각하거나 잘못 들었다는 것인데...
어찌됐든 지금 어깨는 97% 정도 회복됐다. 수술 전의 통증이 그렇게 없어졌다는 얘기다. 수술 받기를 잘한 것 같긴 하지만, 다시 어깨를 수술하라고 의사가 권한다면 대답은 "No"이다. 희생하는 것이 너무 많고, 재활과정이 너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