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의 시간여행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니다. 30년 뒤에 벌어질 일을 미리 경험해본다면 그것이 바로 사실상의 시간여행이다.
어느날 침대에서 눈을 떴는데,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친구들과 당구치고 막걸리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뒤, 집에 와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몸을 뒤척일 수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저 숨만쉬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뭐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사실, 전날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굳이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부천에서 오는 친구도 있어, 도저히 약속을 깰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허리 통증은 몇달 전부터 있었다. 석달 전인 1월말 정도였던 것 같다. 안방 목욕탕에서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뻗다가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껴 주저앉았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 엉금엉금 네발로 기어서 냉장고까지 왔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얼음찜질팩을 꺼내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누웠다. 삼십분 정도 누워있다가 간신히 일어나서 근처 통증의학과에 갔다. 한 일주일 정도 고생했으나, 회복이 빨랐다. 그래서, 다시 피아노 연습도 하고 당구도 치러 다녔다. 하루에 5km를 달리고, 5km를 걸었다.
그런데, 3월중순에 또다시 허리가 삐끗했다. 그리고, 조금 쉬니까 다시 낫는 듯 했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다녔다. 오랫동안 쉬었어야 했는데, 쉬지않고 마치 `철인'이라도 되는 양 달리다가 문제가 악화되어 이 지경까지 오게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척추 왼쪽 아랫쪽에 칼로 쑤시는 듯 통증이 왔다. 간신히 일어나서 걸으려고 하는데, 통증때문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화장실에 가는 것이었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들었고, 대변을 볼 때에도 힘을 주면 허리에 통증이 와서 정상적인 배변이 어려웠다. 혼자서 양말은 물론, 속옷을 갈아입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으며,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아만 있어도 극심한 통증때문에 괴로웠다.
조금 걸을 수 있게되어 근처 통증의학과나 정형외과에 다녀왔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병명은 "급성 요추염좌." 허리를 다친 것도 서러운데, 어떤 의사는 매우 무례한 태도를 보여 내 기분을 여지없이 망쳐놓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XX연세 정형외과"에 갔더니, 나보다 젊어보이는, 60세 정도 돼 보이는 의사가 야단을 쳤다. "디스크나 척추관협착 같은 것이 있으면, 달리기 같은 건 하면 안된다는 걸 몰라요?" 어쩌면 그 의사의 입장에서는 나같은 환자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아프면 쉬어야지 왜 움직여서 증상을 악화시키나.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나마 허리가 편안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어쩌면 내가 20-30년 뒤에 이런 상태로 집이나 요양병원의 침대에 누워있게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장 기분 나빴다. 그러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활동을 하지 못하면, 몸의 모든 장기가 활력을 잃는다. 건강하던 장기에도 질병이 생기게 된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내가 목격한 죽음들은 모두 비슷했다. 결국은 몇달이든, 몇년이든 침대에 누워있다가 주위 사람들이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하고 바랄 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게 싫으면, 헤밍웨이처럼 엽총을 입에 문 채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어쨌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2주일 정도 누워있었더니, 통증없이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됐고, 한달 정도 후에는 8km를 걸을 수도 있었다. 다시는 허리를 다쳐 눕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아예 며칠 누워서 쉴 생각이다. 그리고, 스트레칭과 근육운동, 달리기 등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려고 한다. 이런 것들도 역시 돈을 내고 프로에게 배워야 한다. PT도 받고, 도수치료도 받을 생각이다. 30년 뒤에 어떻게 되든 당장은 최선을 다해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 미리 가 본 백살은 너무나 비참했다. 그 비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무엇이든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