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진료

의사에게 환자는 무엇인가

by 비마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를 일년 정도에 한번씩 간다. 2년쯤 전에 눈에 이상이 생겨 한번 갔더니, 다음에는 언제 오라고 의사가 말했다. 안과 정기 정밀검진을 받을 나이가 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해서, 좀 귀찮긴 하지만 꼬박꼬박 가서 검진을 받고 의사를 만난다. 의사는 딱히 정해지지 않았고, 그때 그때 달라진다.


1시50분 예약이었는데, 미리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야 하니, 1시30분정도에 안과병원 2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검사비를 내야 한다고 해서 7만6천400원(진료비 총액은 11만6천898원. 환자부담 총액은 7만6천400원)을 냈다. 진료가 끝나면 진료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수납직원은 말했다.


40분간 차례를 기다려 거의 열가지 검사를 받았다. 그중 동공이 확대되는 약물을 눈에 넣고 받는 검사도 있었는데, 그후 약 8시간은 시야가 뚜렷하지 않고 빛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했다.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았으니, 이상이 있다면 의사가 얘기해주겠지. 검사가 끝나고 나니, "3층 2번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다.


또다시 한 10분 정도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직 차례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2번 진료실이 아닌 옆방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들어가서 앉아있었다. 옆의 2번 진료실과는 안에서 또다른 문으로 통해있었다. 그 문으로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 의사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역시 빠른 속도로 말했다.

"왜 왔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매우 바쁘니 용건을 빨리 말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나는 나보다 30년 정도 젊어 보이는 이 의사에게 좀 더 정중한 질문을 기대했었나 보다. 그의 무례한 태도와 질문이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에게 환자는 어떤 대상일까. 그는 자신이 높은 위치에서 아랫사람인 환자에게 시혜를 베푸는 사람쯤 된다는 태도로 나를 대했다. 왜 왔을까. 나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오늘 다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온 것이다. 연세대 의대에서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대해서는 잘 가르치지 않나 보다.


"정기 검진인데요."

그는 앉을 시간도 없다는 듯, 선 채로 컴퓨터 모니터로 내 검사 결과를 훑어보았다.

"동네 안과에서는 망막 전막이라고 하던데요." 나는 의사가 빨리 이해하기 쉽게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모니터를 흘깃 보더니, "없던게 생겼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망막이 입술 모양으로 굴곡진게 보여야 하는데, 뭔가가 들러붙어 굴곡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니터를 내게 보여주며 설명했는데, 문제가 있는 쪽이 어느쪽 눈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눈이 왼쪽 눈인가요?"

"오른쪽이요."

"그래요? 오른쪽 눈에는 가려움증도 좀 있는데요."

"망막전막이랑 가려움증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한달 뒤에 오세요."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부로 뚫린 문을 통해 다시 2번 진료실로 돌아갔다. 그가 선 채로 나와 대화한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는 한 달 뒤라고 얘기했지만, 나중에 간호사는 3개월 뒤로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병원을 나오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여러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게 약은 없는 병인가? 그냥 두면 저절로 낫기도 하나? 어떤 증상이 있지? 악화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조심해야 되지?


의사가 바쁘니, 네이버나 유튜브에 물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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