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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가상에서 탈피하세요"

유튜브, 웹툰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 속의 다른 사람들 삶을 구경하곤 합니다. 그러다 진짜 제 삶을 살려고 하니 어색하고 현실감이 없어요. 의욕도 의지력도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익숙하고 편한 스마트폰으로 자꾸 도피해요. 이제 가상에서 탈피해 내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상세계를 다룬 영화 <매트릭스>

                                              

영화 '매트릭스' 아세요? 1999년 개봉되었는데, 당시에는 가상세계에서 산다는 것이 허무맹랑한 판타지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냥 신기한 영화였고, 미래에 언젠가는 진짜 저렇게 캡슐에 들어가 꿈만 꾸고 살까? 생각했었죠. 2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서 가상세계로 접속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처럼 머리에 선을 꼽고 누워서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만요. 현실이라는 인식이 아예 없고 평생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건 아니지요. 현실보다 온라인 콘텐츠가 더 재미있고 만족감을 주니까 점점 더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웹툰이나 유튜브에서 접하는 것들은 상당 부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거나 보통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간의 상상력과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것들이 많지요. 이러한 콘텐츠에 길들여지면 뇌 구조도 그에 맞게 변화됩니다. 


실제 나의 삶이 아니지만 내가 그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고 색다른 상황에 몰입하게 되지요. 오히려 현실 세계가 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면을 당한 듯 웹툰의 주인공이 나인 것 같고 유튜브 속의 다른 사람들의 삶이 너무 근사합니다. 그런데, 내 현실은 너무 밋밋하고 초라해서 견디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탕을 찾는 아이처럼 다시 접속하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렇게 순수하게 호기심이나 재미를 찾아 온라인에 접속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딱히 재미있는 것이 없는데도 무의식적으로 폰을 만지작거립니다. 반복적으로 여기저기 들락거리며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헤매고, SNS에서 스크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젠 찾아 헤매는 것도 아닙니다. 유튜브를 켜면 자동으로 내 관심사와 관련된 영상들이 주르륵 나열됩니다. 때로는 관심사랑 전혀 상관없는 콘텐츠가 떠서 '이게 뭐지?'하면서 클릭합니다. 이것이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이지요. 그런 영상의 댓글 보신 적 있나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내가 보다보다 알고리즘 때문에 여기서 이런 영상을 보고 있다니.'와 같은 댓글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자동으로 나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 준다기보다는, 콘텐츠 기획자가 기획한 '이런 것도 좀 보지그래?'의 경로로 수동적으로 끌려간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뇌 과학 관점으로 한 번 살펴볼까요.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Shallow: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에 따르면, 육체적 또는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 뇌의 특정 회로가 강해질수록 회로는 해당 행동을 습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경학자들은 뇌가 언제나 유동적이며 환경과 행동의 작은 변화에도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빠르게 우리의 뉴런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유연하다는 것이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어서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고착화될 수 있는 것이지요.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중독적인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요? 현실의 삶에서 스마트폰보다 더 재밌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신나고 새로운 자극으로 가득 찰 수가 있나요? 


대부분 친구를 만나거나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스마트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심심하다거나 딱히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때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웹툰을 보거나 SNS에 들어가 남들의 일상을 보게 되지요. 때로는 무언가 할 일을 앞두고도, '유튜브 한 편만 보고 해야지.', 'SNS에 들어가서 딱 10분만 보고 시작해야지.' 하다가 한 편이 수십 편, 10분이 몇 시간이 됩니다.


'할 일'이라는 건 어쩌면 집중을 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그다지 재밌지도 않고 반복적이어서 지루할 수 있는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맘을 가다듬는 차원으로 '딱 10분 만'이 되는 것이죠. 온라인 콘텐츠는 내가 집중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최면 당한 듯 몰입되어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세상의 것들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지요. 


어떤 분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지 않으려고, 업무와 관련되거나, 강의 같은 것을 들으려고, 상대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튜브 콘텐츠와 알고리즘, SMS가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 고도의 심리기술이 접목된 이 시스템과 알고리즘은 인간의 욕구를 깊이 이용하고 유저들이 빠져나올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진화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수록, 우리의 뇌는 그에 적합하게 변화됩니다. 웹상에서 가벼운 정보 검색과 잠깐 보고 바로 스킵 할 수 있는 짤막한 영상, 손가락으로 스크롤 하며 바로바로 넘겨보는 사진에 익숙해져, 길이가 길고 읽고 이해하는 데 시간과 사고가 필요한 활동은 뇌가 바로 받아들이질 못하고, '지루하다', '어렵다'라고 느끼고, 읽는 와중에도 화면 양쪽으로 반짝거리는 광고들과 링크로 눈이 계속 돌아갑니다. 


애초에 집중이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원래 의도와 다르게 꼭 필요한 정보만 찾으러 왔다가 엉뚱한 데로 새고, 자책은 자책대로 하며, 또 홀린 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느끼는 많은 분들이  나도 모르게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고 합니다. 후회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보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고요. 내 '의지'는 이 모든 것을 끊고 내 삶에 집중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 '두뇌'는 이미 기존 활동에 익숙해져 수많은 신경회로들이 스마트폰과 온라인 콘텐츠 시청에 최적화된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동양철학에서나 심리학적으로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자신의 상황, 문제를 자각(인지)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하루의 일상이 쌓여 완성됩니다. 따라서, 매일 데일리 리포트 또는 일기처럼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기록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사용 기록을 알려주는 앱을 활용할 수도 있겠죠. 처음에는 일상의 기록을 통해 내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점검해야 합니다. 어떤 루틴으로 내가 스마트폰을 시작하고 얼마나 하는지 인지해야 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매일 할 일을 미리 적어본 뒤, 집중할 거리를 일상에 밀어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루틴을 짜야 합니다.


중독적으로 습관화된 행동을 단기간 내 고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 번에 고치겠다고 하는 순간, 잘 안되는 자신에 대해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자꾸 포기하게 되고, 포기가 반복되면 다시 시도하는 것조차 어렵게 됩니다. 우선, '아, 내가 또 딴 데로 샜구나.'하고 알아차리고, 그다음엔 어쩌다 쓸데없는 영상이나 SNS로 빠졌는지 복기를 해 보고 기록을 합니다.


우리 인간은 모두 메타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게 됩니다. 인지가 반복되면 잘못된 행동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사소하다고 여겼던 습관, 행동을 알아차리려 노력한 순간 행동 개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바꾸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셨다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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