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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스마트폰 중독 극복? 외로움, 우울증 해결부터 해야..


교우관계가 좋지 못해 집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낙으로 살았다고 하는 한 중학생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이제 공부를 좀 해보려니, 스마트폰이 없으면 마음이 외로워지고 집중도 안 된다고 힘들어합니다.


외로움이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심적으로 격리되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물리적으로 혼자가 아니어도 낯선 환경에 홀로 적응해야 하거나,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라 외롭다'라고 하면, '누군가와 같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야.'라는 말이 항상 따라오는 건 다 이런 이유지요.



스마트폰 중독은 감정적인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이나 불안한 마음, 걱정거리가 밀려올 때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외부로 연결시켜 주는 접점이 되어주고,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와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는 수단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자잘한 걱정이나 불안감, 쓸데없는 생각들이 올라옵니다. 이럴 때 스마트폰이 손쉬운 해결책이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고민거리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심리적으로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무언가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골치 아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되겠지. 나중에 생각해 보자.'하고 덮어둡니다. 실제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술자리를 갖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느낍니다. 술 마신다고 뭐가 해결되나요? 순간적인 쾌락(?)으로 뇌를 잠재우는 것뿐입니다. 다음 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채 무거워진 머리로 더 우울해질 뿐이지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현실 도피로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그동안은 모든 복잡한 문제를 잊습니다. 웹툰이나 영상처럼 재미있고 지금의 나와는 달리 아무 문제(?)가 없는 세계가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영상을 끄는 순간 편안함이 사라지고 우울감이 들어 또 다른 콘텐츠를 찾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SNS도 마찬가지이고요. SNS에 올리고 싶은 것만 올리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노출된다는 것을 다 아시잖아요? 그래도 일단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안락함에 기분이 좋아져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답니다.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외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과도하게 몰입할수록 더 외롭고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가톨릭의대 김대진 교수의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에 소개된 연구결과를 말씀드려 볼게요.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연구팀에서 1991~2016년까지 10대 청소년 10만 명의 행복지수를 분석했습니다.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하는 학생이 1시간 정도 하는 학생보다 2배 이상 불행하다고 느꼈으며 이는 30세 이상 성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이유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고 집착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넷플릭스의 시리즈물 중, '블랙미러' 시즌 3의 '추락'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SNS의 별점을 통해 사회 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는데, 이를 위한 주인공의 처절한 노력과 가슴 쓰린 결과를 그리고 있습니다. 진짜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가상의 나, 페르소나를 두껍게 써야 합니다. 오로지 별점이라는 목표 한 가지에 삶의 모든 주파수를 맞추고 살아갑니다. 이 시리즈는 관계 자체보다는 사회 경제적 지위라는 설정으로 인간 심리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긴 어렵긴 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 3 에피소드 1'추락'



SNS 중독이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를 놓고 설정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NS는 인정, 관심에 목마른 관계 중독의 대표적인 콘텐츠이지요. 저도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올렸을 때 댓글이 바로바로 올라오거나 공감이 달리면 기분이 좋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지요. 인정 욕구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니까요. 칭찬을 받으면 단순히 기분 좋아지는 걸 넘어서서 잘 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오르잖아요.


현실에서 친구를 사귀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입니다. 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해서도 안 되고 일관된 태도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있는 그대로 솔직한 나를 보여주라고 하지만, 있는 그대로 했다가는 사회생활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당히 진솔한 모습, 예의 있는 태도, 주어진 역할에 맞는 행동과 말로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SNS에서는 한결 단순합니다. 일상에서 좀 과격해도 글로는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고, 현실에서 말도 못 붙이는 내성적인 성향이어도 온라인 환경에서는 좀 용기가 납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 가지 장점도 분명히 있죠. 다만, 어릴 때부터 이런 관계가 익숙하고 편해지면 현실에서 인간관계 맺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기어가다 걸음마를 거쳐 서서 걷고 뛰는 것, 자전거를 배우는 일 등 다 아시는 것들이죠. 인간관계도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시도하고 거절당하고 상처받고 인정받고를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이 형성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본능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알게 됩니다. 사실은 본능적으로 안 것이 아니고,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인 것이죠. 너무 많이 반복되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를 메인으로 생각하는 것의 문제가 여기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쉽게 맺을 수 있는 만큼 쉽게 끊을 수 있는 관계라는 점, 양날의 칼이지요. 또한, 현실 세계에서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적어져 또 다시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인터넷·게임중독 정신건강 기술 개발사업'에 대한 연구 결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또래 관계 및 가족 내 친밀감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너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죠.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이 가깝다는 말 아시죠?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큼 친밀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함께 모여 얼굴을 맞대고 시시콜콜한 것을 이야기해서 서로의 일상을 많이 알수록 가까워집니다.


사회생활, 학교생활,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당연히 인간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직접적인 인간관계 대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간접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 이해는 갑니다. 필요할 때 정서적 공감을 얻고 언제든지 끊을 수 있는 일종의 방어막을 치게 됩니다. 잠깐은 가능하지만, 스스로도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의심이 들 것입니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것에 빠르게 적응하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의식'도 있으니까요. 


이런 방법으로는 진실된 관계 형성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외로움)에 부정적인 감정(우울감)이 더해지게 됩니다. 시도해 보세요. 꼭 동년배 친구, 직장 동료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현실에서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 충족감은 SNS에서 받는 '좋아요'와는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언젠가 강연회에서 발표자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으니 무조건 현대화된 기술을 이용하고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길눈이 밝은데도 가까운 곳을 가는데 항상 지도 앱의 길 찾기를 켰습니다." 


좋은 것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 경우는 지인 생일이나 좋은 일에 기프티콘으로 가볍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좋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시간 내어 얼굴 보고 함께 이야기하면 훨씬 더 좋아요. 좋은 기술은 편리하게 사용하시고 가장 소중한 것은 기계에 위탁하지 마셔야 합니다. 스마트폰이 내 외로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가짜 믿음도 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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