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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스마트폰 중독 학생의 고민, 혼자만의 의지로 가능할까요

한 중학생의 고민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중독으로 시력도 많이 나빠지고, 시험 기간에도 공부를 못 하고, 잠도 잘 못 잔다'라고 합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도와달라고 해도 어머니께서는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하시니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소위 사춘기라고 하는 시기에는 신체적 변화가 큰 만큼 생활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시력도 당연히 나빠지고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때 아이들의 시력이 나빠졌습니다. '어두운 데서 책 보면 눈 나빠진다.'가 어머니들의 레퍼토리셨습니다. 시대가 달리진 것을 확 느끼시겠죠? 요새는 미취학 아동들도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들여오셨는데, 대만 제품으로 크기가 거의 책상만 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것도 당연히 없었고요.  


생각해 보니 저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지만, '어두운 데서 책 보면 눈 나빠진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대부분 '전자기기를 너무 가까이 보지 마라.', '너무 오래 하지 마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잠잘 때에도 생존을 위한 두뇌활동은 계속됩니다.) 매일 항상 두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뇌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행동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찾게 되는 중독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신경가소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신경가소성이란, 쉽게 말해 뇌의 신경회로가 자주 사용하는 부분은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퇴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저서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의 뇌는 짧은 시간 동안 탐색하는 과정을 선호합니다. 얻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빠르게 수집하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스캔하는 능력은 강화되는 반면, 지식을 채우는 지적 능력은 저하됩니다. 논리적 분석력, 비판적 사고, 상상력, 반성 등 깊은 사고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가끔,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책을 찾아보거나 조용히 생각하는 친구를 보고 "그냥 검색하면 되잖아!" 하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있지요. 스스로는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두뇌가 온라인 검색 활동에 적응되어 길이가 긴 글이나 차분한 사고 활동을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노스플로리다 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마약과 중독의 역사에 대한 미디어 평론가인 데이비드 T. 코트라이드는 저서 <중독의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주된 위험에 대해 밝혔습니다. 개인적 대화, 수면, 운전, 공부, 사색, 운동, 일로부터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건강, 지식, 창의성, 전문성 등을 위한 몰입 상태를 달성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고요. 


두뇌가 습관으로 받아들여 중독된 것은 스스로 '의지'를 발휘해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올바른 습관과 몰입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전문가의 상담과 조언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입니다. 특히, 아직 뇌가 말랑말랑한 십대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내 의지'로 '내가 알아서' 조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십대 또는 그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면,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한동안 책을 보지 않다가 다시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눈으로는 글을 따라가는데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붕 뜨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앞장에서 읽은(이라기보단 눈으로 본)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년배 친구들과 '나도 그래.', '맞아 맞아.'를 하며 넘어갔어요. 그런데 책을 다시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수년 전보다 책이 더 잘 읽히고 읽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아, 책을 읽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스마트폰을 과하게 사용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거나 잠을 푹 자보려고 하면 처음엔 쉽지 않습니다. 책 속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누워도 스마트폰 잔상이 남고 머리가 띵합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훈련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십 대인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뇌의 작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활동이 의식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한다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활동을 하려면 뚜렷한 동기가 필요합니다. '원하는 목표'라고 하면 더 쉽겠네요. 성적과 같은 수치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도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나 자신은 내가 통제한다.'라는 최면적인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일과 기록'을 통해 내가 언제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지, 하루 몇 시간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기록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국영수 성적 10점 향상을 위해 매일 국영수 교과서를 돌아가면 10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본다 등) 인간은 누구나 반복적으로 동일한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뇌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겠네요. 하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생긴 좋지 않은 습관은 다른 '좋은 반복'으로 없애야 합니다. 


같은 반복이지만, 뇌를 중독시키는 '수동적이고 쾌락적인 반복'보다,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지루하고 능동적인' 반복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잊지 않고 하루하루 반복하면 결과가 보일 겁니다. 그로 인해 뿌듯함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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