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영국 변호사를 준비해도 될까요?

같은 질문을 20년 전에도 하지 않으셨나요?

by TriBeCa

영국 변호사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이 생겨 준비하려는 여러분들은 20대~4,50대의 다양한 연령 spectrum에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나이가 어린 분들은 아직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데이터 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은 이 과정에 20대의 황금기를 쏟아부어야 하나 고민할 것이고(끊임없는 기회비용에 대한 생각), 어느 정도 직장 경험이 있는 30대는 현 커리어를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영국 변호사 준비에 시간을 쏟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40대 이상 분들은 그간 다양한 인생 경험 끝에 영국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준비 과정의 막막함과는 별도로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향후 나이로 인한 구직 과정의 어려움 및 새로운 분야의 주니어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입니다. 결국 어느 나이대에 어느 환경에서 시작하던 고민은 있는 것이고 영국 변호사 시험처럼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어야 하고, 게다가 금전적인 투자가 상당한 일에는 준비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아닌가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이 수반됩니다. 결국 시험 준비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이것을 해도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변호사로 제대로 대접받으며 살 수 있는가 등 미래에 대한 생각에 현재 공부해야 할 시험의 내용은 뒷전이 되고 맙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국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한국 변호사 준비과정과 비교해 연령제한에 비교적 자유로우며(국내 로스쿨의 30대 이상 입학생의 진로는 안타깝게도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업무와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변호사 과정에 비해서도 로스쿨 해외 유학 3년에 드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 및 커리어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영국 변호사 과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 로스쿨 과정에 비해 금전적 비용은 훨씬 많이 소요되는데 1차 시험을 self-paced 온라인 플랫폼으로 독학한다고 해도 기본서 + 문제집에 특화된 두 가지의 platform을 구독할 때 드는 비용은 평균 천만 원 이상이며(이는 1차 시험의 경우만이고 2차는 별도의 비용 소요) SQE 1,2 차 시험 응시 비용만 4000파운드로 7백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런저런 시험을 많이 봐 왔지만 시험 비용 자체가 이렇게 비싼 것은 영국 변호사 시험 SQE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합격하신 분들을 보면 돈 아까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신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전적인 단점에도 불구, 미국 변호사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에 본인이 열심히 준비하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는 포맷으로 (1차는 전부 객관식, 2차는 심화 구술, 작문등 포괄적) 30대 이상의 영어가 어느정도 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대가 아닌 이상 이런저런 현실적 제약에 부딪혀 "이 나이에 영국 변호사를 해서 인턴쉽을 구할 수 있을까요?" "이 나이에 합격해도 변호사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등 나이에 관련된 많은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나이에 관한 질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을까요? 20대 후반에 유학에 관심이 생겼지만 이 나이에 유학을 가도 될까요? 고민했던 적도 있을 거고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어린 나이에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우습기도 하지만) 30대 중반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지만 이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둬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젊을 때는 돈이 없어 못하고, 돈이 좀 생기면 결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고, 이제 돈도 있고 육아 고민도 덜 하니 뭔가를 해보고 싶지만 나이가 덜컥 걸리곤 할때 잘 생각해 보면 이것 또한 내가 스스로 설정한 한계가 아닐까요?


예전에는 50대 정도가 되면 본인의 커리어를 서서히 정리해 가며 은퇴 후 소소한 삶을 사는 분위기였다면 요즘 세상은 어떤가요? 60,70,80대도 원하면 본인이 추구하는 것을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상이고 나이 탓만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이를 고민하며 행동에 옮기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다른 동년배들이 새로운 도전을 성취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을때야 비로소 "아, 나도 한번 해볼걸..." 하는 강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변호사 SQE 1,2차를 합격한 후 필수로 거쳐야 하는 QWE(Qualifying Work Experience) 2년 과정이 daunting 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험에 합격한 분들 중에서 이 조건을 충족 못해서 영국 변호사를 못하신 분들은 없습니다. 로펌 인턴쉽 외에도 업무 경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있기에(이것이 새로 바뀐 영국 변호사 시험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의지를 굳건히 유지하며 노력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영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자녀 둘을 서포트하는 40대 가정주부이지만 애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계획으로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육아를 전적으로 도맡아 했기에 full-time으로 일할 수 없었고 제가 버는 돈은 가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소한 일부였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짬을 내서 했던 많은 일들이 현재의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주수입원인 남편의 소득이 있기에 제가 육아를 하면서 진정 하고싶은 것들을 추구할 수 있었는데 그중 몇 가지를 들면 와인 전문과정 WSET Level 3 Award in Wines 획득, Sotheby's Institute of Art의 Art Business & Curating 과정 이수 및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중국어 교사로 재직, 홍콩에서 외국어 교육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직접 가르친 경험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육아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기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해왔던 모든 일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자 생각했고 지금이 바로 이 순간인 듯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의 총체가 왜 영국 변호사로 귀결되는가 궁금하실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다음에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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