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시야를 넓히자
SQE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국 변호사의 꿈을 꾸고 계신 20-30대 직장인 여러분들은 막상 시험 합격 후 어떻게 진로를 정해야 할까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부 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까지 했는데 막상 영국 변호사 자격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똑같은 외국 변호사라 하더라도 미국 변호사에 비해 영국 변호사는 한국에서 입지가 좁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소재한 영국법 전문 로펌수는 매우 제한적이며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사내 법무 업무가 충분히 있을까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 영국 유학을 거치지 않고 SQE 합격과 QWE를 통한 영국 변호사 트랙을 거쳐 활동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사례가 드물다 보니 더 막막함을 느낄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을 중심으로 설계해 왔던 커리어 계획을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한국 변호사가 영국 변호사 자격을 추가로 획득하여 양쪽으로 practice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해온 직장인이 영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억대 연봉의 일자리가 주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따라서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커리어와 영국 변호사 업무의 접점을 찾아 나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안으로 활용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만약 내가 하는 일과 영국 변호사 일이 전혀 관련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미법의 법체계에 익숙한 점을 무기로 구직시장에서 플러스 알파가 되도록 경력직 직종 전환을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인사과에 본인의 새로운 경력을 끊임없이 어필해서 기회가 왔을때 능력을 발휘하여 국제 업무팀, 국제 법무팀, 중재팀 등에 문을 두드려 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력이 된다면…과거 영연방이었던 홍콩으로 눈을 돌려 커리어 범위를 확장시켜 보면 어떨까요? 한국에서 외국 변호사라 하면 미국 변호사가 보편적인 길이듯이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던 홍콩은 정치, 사회, 법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영국의 지배적인 영향권에 있습니다. 홍콩에서 해외 유학간다고 하면 80% 이상은 영국 유학을 의미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해외 취업, 이민 등도 영국을 우선으로 계획되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영국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국제 금융, 국제 법률 시장이 발달해 홍콩에서 영국 변호사로 로펌에 취업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 로펌 취업보다 훨씬 용이합니다. 아시아, 국제 금융의 중심이니만큼 홍콩의 연봉수준도 뉴욕과 연계되어 있으며 실제로 뉴욕보다 높은 연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50프로에 육박하는 미국의 세금 체계와 달리 15프로 내외인 홍콩의 실정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는 연봉의 상승폭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외국인으로서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인들의 홍콩에서의 취업은 자격을 갖추고 노력 여부에 따라 충분히 가능해 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영국에서의 변호사 취업의 최대 난제이자 기회라고 할수 있는 것은 외국어, 즉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구사능력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어 네이티브로서 영어와 중국어를 잘 구사하며 전문 자격까지 갖추면 홍콩에서의 취업은 사실상 백전백승입니다. 문제는 단기간에 어떻게 중국어 실력을 끌어올리느냐 하는 것이죠. 중국어로 실무를 하는 수준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로펌 클라이어트들과 중국어로 ice-breaking을 하면서 문화적으로 familiar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될수 있습니다. 특히나 대형 로펌, 아니 홍콩 전역 로펌 클라이언트의 큰손들이 중국 대륙 기업임을 봤을때 중국어 구사가 능숙한 한국인 영국변호사의 입지는 독보적입니다. 따라서 SQE 뿐 아니라 현재 영국 변호사 준비를 하면서 틈틈히(그러나 아주 열심히) 외국어 실력을 쌓아 간다면 (본인이 중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나 기타 주요 외국어가 완전 능숙한 경우도 다국적, 다문화 사회인 홍콩에서 game changer가 되니 그쪽으로 특화시켜도 됩니다.) QWE를 마치기까지 총 3-4년 기간동안 충분히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준비가 되지 않나 합니다. 언어는 성인이 되어 배우기 어려운만큼 잘하면 또 바로 표시가 나는 해외에서의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죠.
최근 홍콩에서 7년 거주하면서 금융, 법률 업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는데 현재 영국 변호사를 준비하다보니 이 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라면 저부터 바로 홍콩으로 다시 가야 하는데 고등학생 자녀들이 있는 40대 중반의 주부라는 현실이 저의 발목을 잡네요 ㅎ 한살이라도 젊을때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보시면 정말 좋은 legal career path를 개척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제가 10년(아니 5년만이라도) 더 젊다면 이렇게 하고싶다는 의미로 글을 써봤습니다. 저희의 SQE 스터디 모임도 열분 정도 연락을 주셨고 스무 분 정도 되면 다시 개별 연락을 드려 단톡방을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연락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