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영국 변호사를 꿈꾸며

첫째의 영국 법대 합격 소식과 함께

by TriBeCa

내년 7월에 있을 영국 변호사 시험 SQE 1차 시험 합격을 위해 독학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고3인 첫째가 지원한 영국 법대 다섯 곳 중 런던에 있는 한 법대가 오늘 아침 가장 먼저 합격 소식을 전해주었다. UCAS를 통해 지원하는 영국 대학은 한번에 총 다섯 곳을 지원할 수 있으며 학부 법학 전공 지원자는 법학 적성능력시험(LNAT:The Law National Admissions Test)을 별도로 치루어야 한다. 다섯 곳의 학교 중 LNAT을 요구하는 네 곳의 합격 소식은 몇주에서 몇달 후에 나올 예정이지만 LNAT 없이 학업성적, SAT, AP 등 요소만을 고려하는 이 학교는 비교적 결과가 빨리 나와서 앞으로 입시 준비에 한숨 돌리게 되었다. 다가올 11월 1일 미국대학 얼리 지원이 있고, 12월 31일까지 미국 대학 레귤러 전형을 남겨놓는 등 아직 미국 대학 지원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영국 법대 한곳에서의 빠른 합격 소식은 엄청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미국 어느 주(state)로 대학을 가야 하나, 혹은 영국 런던, 아니면 홍콩, 도쿄, 밀라노로 가야 하나 등 safety까지 다양한 옵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는데 오늘 합격 소식으로 영국 아니면 미국으로 자연스레 path가 narrow down 되게 되었다. 첫째의 영국 법대 지원 과정을 도와주다 보니 25년 전 SOAS, University of London에서 학부 교환학생으로 1년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센트럴 런던 Zone 1에 위치하여 브리티시 뮤지엄에서 전시를 둘러보고 웨스트 엔드에서 학생 평일 할인으로 단돈 5파운드에 세계적인 뮤지컬을 매주 하나 이상씩 관람하며 소호, 레스터 스퀘어에서 hangout 하던 surreal한 경험들. 학부 전공인 중어중문학 수업을 듣느라 매 순간 영어와 중국어와 씨름하던, 자연스럽게 영- 중 하드 트레이닝이 되었던 시간들. 영어와 중국어를 둘다 네이티브처럼 구사하며 현대 중국어 수업을 가르쳤던 멋진 네덜란드 교수 Michel Hockx 등 진정 학문에 열정적인 유럽 교수들과 클래스메이트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2000년의 어느 가을.


아직 최종 대학 합격 소식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최소 런던행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나의 SQE 준비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느낌이다. 막연히 영국 변호사 시험을 봐야지가 아닌, 첫째가 공부하고 일할 나라에 나도 같이 가서 일을 할수 있을 거라는 희망,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qualified solicitor 자격이 있다면 뭐든 부딪혀 볼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정년 없는 전문직으로 나이가 들수록 당당함을 위해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된 것이다. 아이들을 해외에서 도움 없이 열심히 키우다 보니 어느새 나는 14년 커리어 공백기를 가진 경단녀가 되어 있었다. 해외 유학에 석사까지 공부에 쓴 시간과 돈, 그리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까지 포기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시대의 잉여 인간이 된것만 같은 고학력 경력단절 주부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40대 중반 지금부터라도 절대 늦지 않았음을 잘 알기에 (지금하지 않으면 또 언제 할것인가? 5년 후에도 같은 고민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가 가는 길을 어느덧 다른 방식으로 나도 함께 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먼저 SQE를 pass 하고 trainee 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될지, 첫째가 대학을 졸업하고 로펌에 먼저 취직할지는 지켜 봐야겠지만 어느 시점에 우리는 런던, 홍콩 혹은 서울에서 모녀 변호사로 만날거라 본다. 첫째의 드림스쿨 옥스퍼드, LSE에서의 합격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당분간은(적어도 11월 1일까지는) 아이의 미국 대학 지원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 다시 달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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