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쿠바 아바나의 숙소에서 젊은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직업 군인이었던 그는 군을 제대한 후 거의 일 년째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갔다가 겨우 몇 일 시간을 내어 쿠바에 갔던 나는 일 년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그가 여행했다는 40여 개 나라들의 이야기가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신밧드의 모험처럼 흥미진진하기만 했다.
10대 시절 읽었던 이 원복 교수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가 생각났다.
더 어릴 때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으며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었고 그보다 더 어릴 때는 몇 년 전 영화로 만들어진 `두리틀 박사의 바다여행`을 좋아했다. 이런 책들을 좋아한 걸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보다.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일 년 간 시간을 내는 세계일주는 불가능했다.
아무리 시간을 짜내도 1년은커녕 한 번에 2주 이상의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업을 정리하고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만일 가까운 후배나 회사 동료가 세계일주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용기 있다고 칭찬해 줄지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할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일 년 이상 세계일주를 하고 유튜버나 여행 작가로 직업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얘기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가기 싫은 여행지도 가야 하고 자신의 경험을 때로는 과장되게 포장하고 전달하는 직업이 괜찮을지도 잘 모르겠다.
문득 든 생각이 일 년에 2주씩 세계일주를 해보면 어떨까?
2주씩 매년 한 번이나 1주일씩 두 번에 나눠서 여행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여행하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10년간 하면 약 140일….
비행기가 없던 시절에도 80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는데….
배를 타는 시간을 비행기로 단축하고 큰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10 년이면 세계일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 나라에 3~4일씩 있는다고 계산할 때 140일이면 평균 40여 나라쯤 여행할 수가 있다. 이 계획을 세우는 시점에 난 이미 20여 나라를 여행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우고 여행하면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서쪽으로 세계일주를 한다고 가정하자. 중국은 이미 가보았기 때문에 중국은 제외하고 지도상에 나와있는 그 옆나라들 대만, 홍콩, 태국, 라오스를 여행하고 그다음 여행 때는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를 그리고 그다음 여행 때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이런 식으로 퍼즐을 맞추듯 인접국을 몇 나라씩 여행하는 계획을 세워 보기로 했다. 이것은 예를 든 것이고 실제로 난 대만 홍콩등은 그전에 가보았기 때문에 이곳은 제외하고 여행계획을 세웠다. 난 그전에 방문한 나라에 또 갈 일이 있으면 최소한의 시간만 머무르도록 스케줄을 세웠다.
먼저 여행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유튜브 등에 열흘에 15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배낭여행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가끔은 그보다도 비용을 안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 여행도 좋지만 난 나이와 체력을 고려할 때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일단 숙소를 단독으로 방을 쓰는 호텔에 머무르는 것이 게스트 하우스나 도미 토리에 숙박하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난 그렇게 젊지도 않고 숙소를 제외하더라도 고생할 부분은 넘쳐난다. 숙박 비용으로 하루에 10~15만 원 정도를 책정했다.
술, 담배를 안 하는 나는 그 비용을 아끼고 다른 지출도 최대한 줄여 일주일에 10만 원씩 저금했다.
그러면 1년에 500만 원 정도의 여행 비용을 만들 수 있다.
미국에 예전에 유행하던 Christmas Account라는 예금이 있다.
12월부터 일정 금액을 다음 해 11월까지 저축하는 일종의 1년 만기 적금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조금씩 매달 돈을 저축하는 건데 이 예금은 12월 전에는 통장에서
꺼낼 수가 없도록 하는 강제 조항이 있다. 돈을 모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거다.
요즘은 일단 쓰고 갚는 패턴이 고착화되었지만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보름 여행에 약 500만 원 정도를 예산으로 세우고 계획을 짜보았더니 비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비는 잘 먹고 다녀도 남미에서는 보름에 100만 원이면 충분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는 4만 원이면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다. 하루 세끼에 7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서유럽 한복판이 아닌 이상 한 끼 정도는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아침식사가 호텔숙박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현지에서 장을 보아 과일과 바게트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점심은 샌드위치나 값싸고 푸짐하면서 입에도 잘 맞는 중국식당을 자주 갔다. 그리고 저녁은 좀 괜찮은 현지 식당에 가서 4~5만 원 정도의 지출을 계획했다. 물론 가끔은 아주 좋은 식당에 가서 200불쯤 쓰기도 하고
여행 전 계획하지 않았던 유명 식당을 소개받아 가는 일도 있다.
터키에 갔을 때
누스렛 (nusr Et)이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밤 비행기로 터키를 떠나는 날 오후 늦게 보스턴에 사는 재미교포 3세인 사촌 동생이 전화가 와서 꼭 누스렛 (nusr Et) 식당에 가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의 최현석 셰프가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소금을 뿌리던 그 모습의 오리지널 버전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은 주인 솔트베가 멋지게 소금을 뿌리는 모습으로 명성을 얻은 식당이다. 심지어 식당 간판에 그가 소금을 뿌리는 모습이 캐릭터로 되어있다.
내가 방문했던 2016년에는 플로리다에 오픈한 식당에 가 있어서 그를 볼 수 없었지만 평소 좋아하던 최현석 셰프와 비슷한 콘셉트의 솔트베가 왠지 친근했다.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해서 저녁 7시쯤 애는 호텔에 돌아가야 했지만, 왠지 이 식당에 가보고 싶었다.
사촌 동생의 전화가 왔을 때는 여행의 마지막 날로 이스탄불 시티 투어를 하고 있었다. 함께 투어를 하던 어떤 가족이 그 식당에 어제 갔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며 메뉴도 추천해 주셨다.
투어 중간에 부랴부랴 식당에 갔다.
멋진 레스토랑이었고 유니폼으로 흰색 재킷을 입은 종업원도 공손하고 친절했다. 그날 지불한 식비는 약 7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터키에서 7만 원이면 뉴욕에서 2백 불 이상의 식사를 한 것과 비슷한 물가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큰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 몇 명과 함께 식사를 해야 했다.
너무 기대를 했던 건가?
아님 양고기를 먹을 걸 그랬나? 솔직히 왜 이리 유명한 건지 잘 모르겠다.
시간에 쫓겨 먹은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암튼 내 취향은 아니었다.
맛있게 드신 분들도 계실 테니 음식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
유명한 식당이니 기념 삼아 방문해 보기는 좋을듯하다.
그날은 준비되지 않은 방문이었지만 이런 고급식당에 가는 계획이 있으면 그 앞 뒷날은 돈을 아껴서 저녁을 해결한다. 어디에나 값싸고 맛있는 음식은 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또 하나의 고민은 현지의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가다.
인터넷이나 블로그 여행책들의 정보도 도움이 되지만 정보를 얻기 어려운 나라들도 있다.
2015년에는 쿠바나 이란, 아제르바이잔등의 정보가 부족했다.
영어판 론니플래닛의 도움을 받아도 이 책 역시 부정확하거나 오래된 정보가 많아서 여행 계획 세우는 게
녹녹지 않았다.
Couchsurfing이라는 App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일 년에 2만 원쯤 내야 하는 유료사이트가 되었는데 몇 년 전 까지는 무료 앱이었다. Couchsurfing은 내가 여행 가는 여행지의 현지인이 승낙해 주면 그 집에서 무료로
숙박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제목처럼 소파를 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방을 내주든지 아니면 기 거 히 자신의 침대를 내어준다
Couchsurfing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잠을 재워준다고 가서 만난 현지인이 범죄자 이거나 무례하거나 무언가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 Couchsurfing 에는 이러한 걱정에 대한 방지책으로 방문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리뷰가 있다. 너무 따뜻한 며칠이었다 그리고 멋진 음식솜씨에 행복했다. 자신의 나라에도 꼭 놀러 오라는 등 대부분은 좋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가끔은 현지인 A가 자신에게 담배를 사 오도록 종용했다. 술을 사라고 강요했다. 혹은 자신의 신체를 만졌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이 사이트의 리뷰는 한번 올리면 올린 사람도 서비스를 제공한 현지인도 고치거나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평가가 좋고 리뷰가 많은 호스트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날짜에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서 만나기가 힘들다. 며칠 고민하다 외국에 나가서 Couchsurfing을 사용하는 게스트를 하기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무료 가이드를 제공해 주는 현지인 호스트가 돼 보기로 했다. 내 집에서 재워줄 수는 없지만 혹시 서울투어가 하고 싶으면 무료투어를 시켜주겠다고 Couchsurfing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연락이 왔다
Sam Yee를 강남역에서 만났다.
12월이었는데 그는 한눈에도 좀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어제 처음 한국에 왔다는 그는 내가 세 번째 만난 한국 호스트였다. 첫날 나는 그와 차 한잔을 마시고 그다음 날 다시 만나 남산타워와 명동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 후 그는 매년 겨울 한국에 온다. 올 때마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서너 번은 만났다. 어느 해인가 함께 온 그의 친구들과 또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필리핀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가 마닐라에 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내가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마음 써 주었다.
Couchsurfing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고 때로는 좋은 친구가 되었지만, 그들의 집에서 잠을 자지는 않았다.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삼일이나 만난 모하마드라는 친구가 자신의 집에 식사 초대를 했다. 저녁을 먹고 자고 가라며 하나뿐인 침대를 내주었다. 사실 잠깐 고민하긴 했다. 혹시 나의 거절이 집이 남루해서 그렇다고 생각할까 봐 고민을 하긴 했지만 결국 그냥 호텔로 돌아갔다. 난 아직은 Couchsurfing을 통해서 숙박을 해결해 본 적은 없다.
나처럼 2주간 약 4개 도시를 여행하려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실수 없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이를 테면
분실, 체력저하, 교통사고, 여행지에서의 발병 등
여행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이러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요령도 터득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몇 년 전 멕시코에 갔다가 음식 때문에 호되게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소화제, 지사제, 진통제, 해열제등을 꼭 상비한다. 15일간 여행하면 분실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일주일 약을 두 개 만들어 가방 두 개에 나누어서 갖고 다닌다. 물론 대부분은 남겨 오기 때문에 그다음 여행을 준비할 때 약들의 유효기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핸드폰을 두대 갖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발 전 예약한 내용과 항공권 그리고 여행 스케줄을 두대의 핸드폰에 모두 입력한다.
여행을 가서 한대는 숙소에 두고 한대는 갖고 다니다.
사진을 찍거나 메모한 것을 두 번째 핸드폰으로 매일 전송한다.
이렇게 되면 핸드폰을 분실하더라도 두 번째 핸드폰에 항공권과 예약내용 그리고 앞으로의 스케줄이 있어 문제없이 계속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만들어 둔 메모와 사진자료도 그대로 남는다.
분실 이후로는 두 번째 핸드폰으로 사진과 메모를 작성하면 된다. 이 두대의 핸드폰 갖고 다니기는 처음 가는 나라를 여행할 때 더 필요한 방법이다.
50대가 되니 체력에 대한 부담을 자주 느낀다. 난 지금도 하루에 10km 이상을 산책하며 건강 관리를 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이번 여행도 건강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을 못한다. 여행 중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짜는 것은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 계획을 세밀히 잘 세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나의 건강 상태와 방문지의 정보를 취합하여 방문지를 제한하는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의 동선을 파악하고 이동 시간을 계산하여 그다음 날도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아쉽더라도 선택된 관광지만 가야 한다. 이러한 계획은 문화유산이 많은 방문지에서 더욱 고민하게 된다.
관광지가 많은 도시에 가면 난 먼저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이용하여 인기 관광명소를 선정하고 리뷰가 많은 곳들 순서대로 방문할 곳의 리스트를 만든다. 그중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결정한 후 구글맵을 이용하여 첫 번째 방문할 관광지와 다른 관광지와의 거리를 계산하여 그날 하루 방문할 관광지의 숫자를 결정한다. 가고 싶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는 도시에서는 하루 정도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내고 다른 곳의 방문을 포기한다.
남미 여행 때였다. 인천을 출발하여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리우 데 자네 이루로 가는 일정이다. 암스테르담에 새벽에 도착하여 일박을 하고 그다음 날 저녁 비행기로 출발하는 스케줄이었다. 솔직히 1박 2일 동안 갈 곳이 너무 많았다. 출발 전 며칠을 고민 끝에 박물관 투어를 결정했다.
안나프랭크의 집과 반고흐 박물관, 국립박물관 그리고 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튤립 투어나 하이네켄 박물관 투어도 가고 싶었지만 두 군데 모두 숙소와 거리가 좀 있었고 그곳을 다녀오면 박물관들이 닫을 시간이라 포기했다. 한국에서 밤비행기로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한 내가 다음날 또 밤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건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서울에서 안나 프랭크의 집 입장권과 반고흐 박물관의 입장권을 미리 예매했다. 아침 일찍 도착이라 짐을 호텔에 맡겨 두고 10시 시작하여 두 시간 간격으로 두 곳의 박물관을 관람하고 오후에 일찍 호텔로 들어와 쉬다가 저녁을 먹고 암스테르담의 명물인 홍등가를 구경했다.
그다음 날은 아침 일찍 한 시간쯤 산책을 하고 호텔 체크아웃 시간인 12시까지 휴식을 취하다 오후에 국립 박물관과 현대 미술관을 방문하고 저녁 식사를 좀 일찍 하고 공항으로 갔다.
체력적 안배를 한다고 좀 여유 있게 계획을 세웠는데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루 걸러 연속으로 해서인지 리우 데 자네 이루에 도착해서는 파김치가 되어 도착한 당일은 호텔에서 휴식을 해야만 했다.
그날 계획은 코파카바나 해변에 가서 수영하기였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컨디션이 좋았 어도 수영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숙박료의 기준은 참 다양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호와 방문지의 물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이가 젊거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면 유스호스텔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 민박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란과, 두바이에서 한인 민박을 이용했는데 한식도 잘 나오고 주인으로부터 한국말로 현지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두바이 민박집 `정민이네 집`에서 숙박했을 때 음식이 너무 훌륭하고 주인분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져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쿠바에 갔을 때는 도무지 어디에서도 호텔을 예약할 수가 없어서
에어비엔비를 통해 CASA(까사)를 예약했다. 8일 동안 3군데의 까사(CASA)를 갔었는데 주인들이 모두 순박하고 정이 넘쳤다. 사실 난 비용이 좀 들어도 아바나의 명물인 호텔 나쇼날에서 숙박하고 싶었는데 당시 들리는 이야기로 미국의 한 여행업체가 연간 계약을 해서 자신들의 패키지 손님들만 숙박시킨다고 했다. 그래도 호텔 내셔널에 가서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좀 젊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공연 관람도 했다.
아바나의 Hotel Nacional de Cuba는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1930년에 개관했으니 1928년 지어진 홍콩의 페닌슐라 호텔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 안타깝게도 이 호텔은 홍콩의 페닌슐라 호텔만큼 개보수 공사가 잘 안 되어 있다. 느린 엘리베이터와 낡은 테이블과 의자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멋이 있지만 불편한 호텔이다.
1930년대 밀주로 돈을 번 미국의 마피아들이 돈세탁을 위해서 쿠바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그때 투자된 호텔이다.
1959년 쿠바 혁명 전까지는 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었다.
십자가 두 개를 이어 붙인 설계로 디자인된 호텔이다. 지금은 낡고 불편하지만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우리나라의 조선호텔이 1914년 개관하여 100년이 넘는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전 건물은 허물고 1970년 지금의 건물을 새로 지어서 예전의 흔적이 없는 것이 아쉽다. 지금 조선호텔 건물도 충분히 아름답다. 홍콩의 페닌슐라나 쿠바의 호텔 나쇼날처럼 100년 넘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첫 번째 까사는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곳이었는데 정말 나를 포함한 투숙객 3명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그곳은 침대 하나당 1박에 10불이었다. 그다음 까사는 집전체를 빌려주는데 20불이었다. 근데 그곳은 나 혼자 그 큰 집을 쓰려니 을씨년스러워서 하루만 자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제일 시설이 좋고 주인 부부와 아이들도 밝고 쾌활하여 지내기가 좋았다.
그곳은 1박에 25불인데 방안에 선풍기 2대와 침대 2개 화장실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1박만 하기 때문에 숙소를 중앙역 근처로 정했다. 암스테르담의 호텔들은 너무 비싸다.
난 200불 정도에 암스테르담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이비스 호텔에 머물렀다. 난 이 호텔을 생각할 때마다 좀 어처구니가 없다. 호텔 직원들은 모두 미소를 지으며 응대해 주지만 직원마다 물값을 다르게 받고 물을 끓이는 전기 주전자를 달라니까 처음엔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 갖다 주었는데 안에 녹이 슬어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물론 중앙역 앞이라 이동이 편리하고 공항에도 쉽게 갈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그곳을 정했지만 창문을 열면 소음도 심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이비스 호텔에 숙박했는데 직원들이 훨씬 친절하고 방 컨디션은 더 좋았다. 이비스 호텔이나 노보텔은 세계 어디를 가나 방모양이 비슷해서 그곳만의 익숙함 때문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기착지에서는 하루 밤 지내기에 아주 괜찮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에서 그 좋은 이미지가 깨졌다.
숙소 위치는 짧게 머무는 도시에서는 되도록 중앙역 근처를 숙소로 정하고 3박 이상 하는 도시는 한국의 인사동이나 강남역 같이 시내 근처로 숙소를 정한다. 예약은 주로 호텔스닷컴이나, 아고다 같은 앱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에어비앤비나 네이버 검색을 통해 예약을 하기도 한다. 가격은 주로 100불~150불 정도의 숙소를 찾는데 좀 물가가 저렴한 나라는 150불을 지불하면 5성급 호텔에 숙박할 수 있다. 그런 호텔들은 택시를 검문해 주고 택시 번호를 기록해 주는 등 치안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아제르바이잔등에서는 150불 정도에 5성급의 정말 멋진 호텔에 머물렀고 치안이 안 좋지만 그렇다고 적극적 대응을 해주는 것도 아닌 브라질 등에서는 100불 정도를 지급하고 위치가 좋은 작은 호텔에 숙박했다.
비행기를 예약할 때 난 주로 Sky scanner앱을 이용하는데 남미를 여행할 때는 Momondo 앱도 유용하게 이용했다. 지금은 저가 항공은 되도록 타지 않으려 한다. 저가 항공을 타면 수하물 하나씩 가격을 매기고 비행기에 갖고 탈 수 있는 가방의 규정도 좀 타이트하게 되어 있어서 이것저것 돈을 내다보면 일반 항공을 좀 싸게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판단됐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을 추천해주고 싶다. 대한항공도 좋고 아시아나도 좋다.
아래 내용은 신문 기사에서 갖고 왔다.
대한항공의 ‘세계 일주 보너스 항공권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 총 전
세계 19개 스카이팀 항공사가 운항하는 구간을 이용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마일리지 상품이다. 2000년 7월 하나의 항공권으로 스카이팀 창립 항공사를 이용, 전 세계를 여행하는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코노미석은 14만 마일, 비즈니스석은 22만 마일이 필요하다.
세계 일주 항공권을 구매하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해 동쪽 또는 서쪽으로 여행하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규정은 까다로운 편이다. 총 6회까지만 원하는 도시에 체류가 가능하며, 대륙 별 체류 횟수도 최대 4회로 제한된다. 이를테면 인천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그리스 아테네,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을 여행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 가능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통의 이용객들은 좌석 등급을 높이거나 일부 구간의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마일리지를 사용한다"며 "세계 일주를 위해 마일리지를 14만 마일 이상 모으는 회원은 극히 드물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구매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전체 마일리지 회원 중 0.01%만 세계 일주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2023년 현재 대한 항공의 세계일주 프로그램은 폐쇄됐지만 아시아나 항공의 세계일주 프로그램은 유지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슷한 규정으로 일반석 14만 마일 비즈니스 23만 마일로 세계일주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물론 유류세와 세금은 내야 한다.
세계 일주 항공권이 아니더라도 마일리지를 이용한 항공권 구매는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다.
대한항공 스카이 팀은 편도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없다. 편도를 가더라도 왕복의 마일리지를 공제한다. 이 불합리한 내용에 대해 여러 차례 항의 했지만 소용없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의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시아나의 스타 얼라이언스는 편도 항공권도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다. 해외에서 해외로 이동할 때는 스타 얼라이언스를 더 유용하게 사용했다.
난 2019년 남미여행을 할 때 대한항공의 스카이팀 세계일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8일간 유럽 1개국 남미 6개국과 미국을 경유해서 귀국했다. 당시 예약할 때 칠레 산티아고에서 LA로 가는 비행기 편이 스카이 팀 항공사에 없어서 아시아나 항공의 스타 얼라이언스 항공사 중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항공사를 이용하여 콜롬비아를 경유해 LA에 갔다. 그러니까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아시아나의 마일리지를 모두 사용하여 여행을 완성할 수 있었다. 혹시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나누어서 마일리지를 적립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앞으로 두 회사가 통합하여 마일리지가 합해질 수도 있지만 그건 아직 알 수 없는 이야기이고, 내 경험에 의하면 인천공항 출발의 경우 대한항공의 보너스 항공권이 아시아나보다 구매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이야기가 틀리다 한국 출발이 아닌 해외에서는 아시아나의 스타 얼라이언스 항공사들이 좀 더 숫자가 많고 더 좋은 브랜드들인 것처럼 느껴지며 항공사 예약도 좀 더 수월했던 경험이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LA에 갈 때 경험도 그렇고 독일의 루프탄자나 태국의 타이항공등 노선이 막강한 좋은 항공사들이 스타 얼라이언스에 많다.
라운지에서 이용 가능한 카드가 하나쯤 있으면 좋다
나는 Prioritypass 카드를 갖고 있는데 공항라운지에서 무료식사와 음료 그리고 어떤 공항은 샤워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카드 등급에 따라 이용이 한 달에 한번 혹은 일 년에 몇 번 등으로 제한되기도 하지만 있으면 훨씬 유용한 카드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좀 높은 크레디트 카드를 만들면 무료로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카드를 이용해서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으면 처음에 연회비가 좀 들더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내 기억에 뉴델리 공항과 타이베이 공항의 Prioritypass 라운지가 좋다. 음식도 훌륭하고 다른 Prioritypass 라운지에 비해서 좌석도 여유 있었다.
대략적으로 여행경비 계획은 이렇다
비행기 120만 원 + - @
숙박비 140만 원 (1박당 10만 원)/2인 여행 시 1박 20만 원
식비 98만 원 (1일 7만 원)
입장료 등 20만 원
교통비 20만 원 (비행기를 제외한 교통수단)
잡비 50만 원 (물값, 각종 구입비, 모자라는 식비 숙박비등)
합계 448만 원 + - @
물론 이것 보다 더 적은 돈으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쿠바에서 만난 그 청년은 일 년 동안 40여 개 나라를 여행하는데 약 3000천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고 했다. 그 청년이 보기에 나처럼 여행하면 좀 낭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에 설명한 것처럼 50대인 내가 여행하려면 초호화 여행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갈 만하다. 숙박을 좀 더 저렴한 곳에서 해본 적도 있고 비행기대신 기차나 버스를 타보기도 했지만 50대인 나와 맞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가능하면 비행기를 이용하고 여의치 않으면 기차 먼저 그리고 버스 순서대로 선택했다. 브라질 이과수 폭포에서 파라과이에 갈 때 버스를 탔다. 버스비용이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 지만 우리나라 시내버스보다 훨씬 못한 수준의 버스였다
아르헨티나 쪽에서 처음에 출발할 때는 이렇게 아무도 없었는데
국경에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많이 탔다. 자리가 모자라서 못 앉는 사람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란을 양손 가득 갖고 타서 의자 밑으로 감추었다. 아마도 아르헨티나에서 계란을 많이 갖고 가면 세금을 매기나 보다. 사진으로도 보이겠지만 이 버스는 정말 로컬버스다. 이 버스로 국경을 넘고 계란밀수도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쩌다 한 번은 괜찮다. 하지만 이런 버스를 이용하는 기준으로 여행계획을 짜기엔 무리다.
난 쿠바에 가기 전에도 해외에 자주 나갔다.
대학을 유럽에서 다녔는데 그때 같이 공부했던 아시아 동문들과 2014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아시아의 한 나라를 정해서 동창회를 한다.
주로 물가가 저렴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하는데 대만이나 홍콩에서도 동창회를 했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녀도 친한 외국인 친구를 두는 게 쉽지 않은데 졸업 후 영원히 못 볼 줄 알았던 친구들을 페이스북에서 다시 만나 일 년에 한 번씩 반가운 얼굴들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가 처음 동창회를 참석할 즈음에 홍차에 빠져 있었다.
홍차는 학창 시절 영국에 살아서인지 왠지 고향의 맛처럼 친근감 있다. 조금 관심을 가져보니 홍차는 이것저것 흥미로웠다. 그즈음부터는 출장을 가서도 시간을 내어 그 지역의 유명 티 룸 Tea Room을 방문했었다.
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인도친구가 결혼식에 초대했을 때 인도의 Tea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서 흔쾌히 인도에 갔다. 보름 씩 세계일주를 위해 떠났던 여행지들과 함께 방문했던 티 룸 Tea Room에 대해서도 쓰려고 한다.
여행계획을 동행과 함께 세울 때가 있다.
난 이럴 때면 계획을 몇 번이나 더 시뮬레이션해 보고 검토해 본다.
동행자의 여행스타일을 먼저 파악하여 여행규모와 예산을 정하고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인지 초보자인지, 그리고 좋아하고 피하는 음식은 무엇인지에 따라 스케줄을 의논하여 세워 나간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신을 만나는 시간
둘이 하는 여행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여럿이 하는 여행은 그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시간이다.
난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가고 싶은 방문지가 다를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이 틀릴 수 있다. 심지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도 서로 다를 수 있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으니까 내가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여행 후 동행했던 사람은 또 못 만날 수도 있다. 심지어 혼자 하는 여행도 내가 만날 사람들에게 배려와 양보가 없으면 결코 좋은 시간들로 채울 수가 없다.
가족여행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부부여행은 좋지만 여행경험이 많지 않은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너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은 잘 모르겠다. 가끔 버스를 타고 세계일주를 했다는 가족이나 아이들 학교를 일 년간 쉬고 세계일주를 했다는 가족들도 있다. 먼저 큰 문제없이 여행을 마친 것이 큰 다행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위험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순간도 있다.
난 쿠바와 카자흐스탄에서 택시기사가 엉뚱한 곳으로 운전해 가서 돈을 더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은 적도 있고 소매치기도 당한 적이 있다. 제일 심각했던 때는 남미에 갔을 때 고산증과 함께 기관지염을 앓았는데 항생제를 구하지 못해 며칠간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는 것 못지않게 불행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일주를 가족이 하는 건 정말 용감한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난 못할 것 같다.
지금까지 여행의 취지와 준비과정을 소개했고 나라마다 자세한 관광지의 소개보다는 그 나라에 갔을 때 내가 느끼고 생각한 내용을 쓰는데 집중하려 한다.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이동을 하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등도 물론 중요한 여행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인터넷에도 넘쳐나기 때문에 내 글에서는 최소화하려고 한다.
난 구석구석 차근차근 보고 오는 여행보다는 현지인을 만나고, 맛있는 것 먹고, 좋아하는 티 룸을 가는 여행을 한다.
이 글은 내가 세계일주를 시작한 후 지난 8년간 기록한 사진과 메모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8년 전 나의 시각과 지금의 나의 시각은 다르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표현이 서투르고 관심사가 바뀌었을 수는 있어도 여행지에 대한 생각과 전달하려는 내용은 8년 전이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