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UKE
2021 11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거의 없이 여행을 갔다.
포르투갈 여행을 하고 런던으로 가기 전 큰 계획 없이 삼일 간 도시를 둘러보자 하고 간 아일랜드인데 도착하자마자 후회를 했다. 좀 더 시간을 더 갖고 여행을 올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다. 난 여행을 하면서 한인 숙박을 거의 안 가는데 보름 여행 중 중간 지점인 더블린에서는 여행지 정보도 얻고 한식도 먹을 수 있는 한인 숙박에서 삼일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난 한인숙박을 그전에 두 번 해 보았는데 한 번은 정말 너무 형편없는 주인을 만나 실망스러웠고 두바이에서 갔던 정민이네는 기대 이상 맛있는 음식과 맘씨 좋은 주인을 만나 편안히 잘 지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더블린의 한인 숙박을 예약하면서는 이곳저곳 블로그도 보고 사람들이 남긴 숙박평도 읽고 여러 가지 숙고 끝에 결정을 했다.
다행히도 아니 다행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큰 행운으로 한인 숙박 집 사장님이 친절과 센스를 겸비한 분이시라 체류하는 동안 편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분명히 처음 만난 분인데 예전부터 알던 친구나 친척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잘 대해 주셨다. 근데 이건 이 사장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일랜드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었다. 시내 어디선가 길을 잃어버려서 버스정류장에 있는 10대 소년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자 버스정류장에 있던 십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길 찾는 걸 도와주었다. 특히 처음에 물어본 그 소년은 같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야 하는 곳을 알려주고 내려서 어떻게 가는지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내게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난 좀 의외였다. 여긴 분명히 서유럽이고 난 중년의 아시아 남자 여행자인데 이렇게 친절하게 해준다구?
이들이 이렇게 친절한 이유는 어찌 보면 일본과 비슷할 수도 있다. 섬나라에서는 누군가와 사이가 안 좋아지면 곤란 해진다. 혹시 정말 사이가 안 좋아져서 도망가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섬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정성 때문에 자칫 곤란해질 수 있다. 요즘 젊은 일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 내가 만났던 일본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보이는 나의 이미지인 다테마에와 자신의 진심인 혼네 문화가 아직 남아있었다.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정중하지만 좀 더 친해지기 힘든 폐쇄성도 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일랜드는 여행자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지만 그곳에 이민을 가거나 일을 하러 간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유럽의 못 사는 변방으로 알고 있던 아일랜드의 1인당 GDP가 2022년 기준 전 세계 GDP 2위로 10만 불이 넘는다. 기네스 맥주 말고는 난 잘 모르는 나라이기도하고 역사적으로 아일랜드를 계속 괴롭혀온 영국의 GDP가 4만 불 조금 넘는 정도로 알고 있기에 아일랜드의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은 놀랍기만 하다. 조세피난처라고 EU의 미움을 받는 아일랜드 정부는 좋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 12.5% 첨단기업은 6.25%라는 공격적인 세금 정책을 썼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전 세계 1인당 국민소득 2위라는 놀라운 나라로 변신했다. 유럽의 변방이었던 아일랜드가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이 너무 놀랍다.
더블린에서 택시를 타고 사람 좋아 보이는 60대의 아일랜드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블린에 처음 왔다고 하니 숙소로 가는 도중 지나치는 역사적 건물들과 거리들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그리고 성의 있게 해 준 친절한 분이었다.
자기도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 기사님에게 이다음 여행지가 영국 런던이라고 이야기하자 불쑥 그곳에 가면 이곳과는 다른 불친절하고 냉정한 사람들만 만날 거라고 했다. 난 처음에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미소로 넘겼는데 그는 진심이었다. 난 그와의 대화를 통해 아일랜드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뿌리 박힌 영국인들에 대한 미움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는 우리와 일본의 관계와 일부 비슷한 면도 있다. 우리에 대한 일본의 지배가 35년이었던 것에 비해 영국은 8백 년이란 긴 기간 동안 피 지배국인 아일랜드에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아일랜드인을 하얀 원숭이라고 부르며 아프리카 흑인처럼 멸시하고 무시했으며 특히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를 말살시켜 지금 아일랜드에는 아일랜드어를 쓰는 사람이 없다.
한나라의 언어를 말살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짓인가?
일본이 35년간 조선을 침략, 통치하며 수탈과 약탈을 해간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부족하게나마 일본으로부터 보상도 받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 때 일부 사과도 받아낸 것과 비교하면 신사의 나라 영국은 사과와 보상에 매우 인색하다.
90년대 초 Wales에서 유학하던 시절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 경기를 하면 일부 사람들이 프랑스를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리 깊은 지역주의에 놀랐었는데 아일랜드는 웨일스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미움을 영국에 대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한 가지 내가 느낀 특이한 점은 내가 만난 몇몇의 아일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이 영국인들보다 더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곳은 내가 느끼기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슨 작은 시골 마을의 공동체처럼 친절하고 활발하며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난 더블린이 특별히 다른 유럽 도시보다 멋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LG가 91년 더블린에 유럽디자인 연구센터를 설립했다는 걸 보니 미적 감각과 디자인이 뛰어난 곳인가 보다. 근데 난 전혀 못 느끼겠으니 참...
아일랜드의 차 문화는 영국의 박해와 차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인도를 통해 직접 차를 수입하면서 자국에서 소비하고 남은 질 나쁜 차를 아일랜드에 수출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는 질 나쁜 차를 시작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정착됐다. 맛이 쓰고 떫은 차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 아일랜드에서는 우유와 설탕을 넣는 차 문화가 발전했고 지금도 아일랜드 사람들은 강한 맛의 인도 Assam 티를 기반으로 2가지나 3가지 티를 섞어 강하고 진한 Irish Tea를 만들어 마신다.
Westbury Hotel에 Afternoon Tea를 마시러 갔다. The Merrion Hotel과 Westbury Hotel 중 고민을 하다 Westbury Hotel로 결정했다. Westbury 호텔은 Afternoon Tea를 시키면 몇 가지 디저트를 제외하고는 샌드위치 등과 여러 가지 차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준다. 나는 차를 마시러 가서 Tea의 수준이 높을 거라는 판단이 들면 랍상소총이나 다즐링을 마시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밀크티를 만들어서 마실 수 있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혹은 아쌈을 마신다. 이곳에서는 직원의 권유로 Irish whiskey cream이란 Tea를 처음 마셔보았다. 아일랜드 티답게 아쌈에 위스키와 코코아 향을 입힌 차인데 밀크 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위스키 맛은 전혀 나지 않는데 고소한 코코아 향과 진한 티가 일품이었다.
이외에도 랍상소총도 마셨는데 여러 종류의 수준 높은 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티 룸은 대부분 한 가지 차만 마실 수 있는데 아일랜드처럼 몇 가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호텔 로비라운지는 평범한 인테리어다.
모든 테이블에서 Afternoon Tea를 마신다.
멋진 3단 트레이다. 최근에 만나본 3단 트레이 중 최고인 것 같다.
스콘이 식지 말라고 보자기에 싸여 제공되어 더욱 좋았다.
디저트가 생각보다 단맛이 강했다.
난 반도 먹지 못하고 남겼다.
이곳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대부분의 식당이 짜고 달았다.
전통 영국식 샌드위치다.
얇은 오이가 들어가 있고 계란과 햄치즈등의 구성이 훌륭하다.
스콘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정통의 스콘맛은 아니다.
클로티드 크림이 아닌 버터와 제공되었는데 맛과 향이 좋았다
차도 맛있고 피아노 연주도 좋았고 직원들도 친절해서 여행도중 오후에 잠깐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좋았던 건 우리나라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 Westbury의 Tea Lounge에는 흰색 천의 탁자가 있어서 더 좋았다. 가격은 좀 있지만 이런 멋진 분위기에서 좋은 차를 마시는 추억을 만들었다. 한국의 호텔 라운지와 비교하면 이곳의 가격이 50%쯤 더 비싸고 서비스는 비슷하고 음식과 차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차원이 틀리다. 음식과 차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게 안될 바에는 한국의 호텔에서도 Afternoon Tea를 판매할 때는 흰색이던 노란색이던 테이블보를 깔아주면 더 고급스럽고 좋을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의 첫 티 룸 방문을 마쳤다. 미국에서 갔었던 티 룸들과도 좀 틀리고 아시아의 티 룸들과는 많이 달랐다. 너무 좋은 곳을 갔었나 보다, 만족도가 높아서 다음 방문 티 룸에서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