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근 카페에 가서 책 읽으며 죽치고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재밌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 테이블에 70대 후반쯤으로 뵈는 초롬한 할머니가 생경한 모델의 노트북을 들고 의자에 앉는다.
노트북 화면은 이미 켜진 상태였고, 화면엔 책 제목보다 큰 폰트의 문장이 화면에 꽉 차 있었고, 할머니는 그냥 앞에 가만히 앉아있다.
조금 있으니 덩치가 큰 아들인가 하는 남자가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소린 들리지 않는다.
책을 한 참 읽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남자는 없었고, 할머니 오른손은 키보드에 얹힌 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화면만 켜 놓은 채, 1시간은 흐른 거 같다.
뭐지? 하는 생각에 화면을 흘깃 보니, '현실적으로...'란 말이 보인다.
현실적이란 말을 써 놓은 걸 봐선, 딱딱한 설명조나 논리적인 문장일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할머니 혼자 카페에 앉아 있기가 힘들 거 같은데...
화장실 가다가 슬쩍 훔쳐봐도 그 화면에 멈춰 있다. 화면을 움직이는 기술은 못 배우셨나 보다.
아들뻘 되는 남자는 카페를 파하고 나올 때까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소설에도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중요하다는데
할머니 혼자 노트북을 들고 와서 카페에 죽치고 있는 건 매우 낯선 장면이다.
할머니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근데, 마네킹은 아니잖아?
할머니가 키보드로 뭔가를 쓰는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깊은 감동을 받았겠지.
혹시, 알바인가? 색다른 장면을 기획해선 누군가에게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연출된 장면일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망상이든 상상이든 피식 웃게 하였으니 ㅎㅎㅎ ㅋㅋㅋ
이런 장면 연출하느라 꾸민 시간과 인력, 자금 등. 왜 이런 짓을 할까 생각한다. 시간이 터무니없이 많아 이것저것 하다 생각하다 경비까지 있어서 하는 작태려니...
혹여, 이런 알바자리 있으면... 나도 기회가 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