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과 망치

by 어느니


요즘은 핸드폰 안에 카드를 넣어 다니기에 평소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느 날, 지갑이 사라졌다. 어느 날 집 수납장 안에 넣어 둔 미개봉 화장품이 사라졌다.

지갑이 사라진 것엔 들고 다니다 흘려버렸을 수 있다고 여겼다.

수납장안에 비치해 놓은 화장품이 사라진 데 '이건 아니지'라고 판단했다.

물건이 없어진 건 둘째치고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왔다 갔다,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불안하지 않는가!

오랜 기간 스토커로 주변을 얼쩡대던. 사람이 떠오른다. 주변인에겐 자신을 지키게 하기 위해 덫을 놓는다고 하면서... 순진하고 바보 같아서 면역력을 높이며 누가 누굴 못 지키는지

지가 뭐길래? 그게 동교가 할 짓인지 원


요즘 흔히 이용하는 커뮤니티 당근에 이 사실을 올렸다. 여러 의견들을 주셨다. 눈에 들어온 건 경찰서에 신고하면 경찰관이 지문인식을 해서 해결해 준다는 말이었다. 거기까진 생각지 못했다.

글쎄, 몇 년 전에도 아파트 광장에 맥 빠지는 기억의 지인이 차를 몰고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확인을 좀 하고 싶다며 관리실에 찾아갔던 일, 집 안의 모자와 화장품이 사라진 일등 CCTV 확인을 요청했을 때 경찰관 입회하에 가능하다며 으름장을 놓아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경찰관이 관리실을 방문했다. 서로 어떤 협의를 했는지 경찰관은 금방 떠났다. 관리실에서 담당자가 영상을 돌려 본 다음 무슨 조짐이 보이면 연락을 따로 할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당사자가 보지 않고 무슨 조짐을 어떻게 아는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부득이하게 그런 조처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아파트주민에겐 CCTV 열람할 권한이 있고, 불응 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음에도 경찰관과 관리실 담당자는 회피하였다.

당연히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관리실 CCTV 담당자가 전직이 경찰관이었다며 위압적인 허세를 볼라치면 우스운 일쯤으로 대충 마무리지으려는 의도와 기세가 강했기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번 건도 생각 끝에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두 명의 경찰관이 집에 방문했다.

이차저차 사정을 말하자, 나이 많은 경찰관이 합당하지가 않다며 단박에 자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도둑이 금은보화도 아니고 단지 화장품 하나와 지갑을 훔쳐갔겠냐는 것이다.

경찰 생활 30년에 이런 일은 없었다며 단정 짓듯 말했다.

"그렇게 단정 짓지 마세요. 합리적이고 근거중심적으로 접근할라치면 미제사건은 왜 남겠어요? 보통의 사고나 관념에서 벗어난 일들이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데 감지를 못 하고 있는 거죠. 고정된 관념 속에서만 해결하려고 드니 해결의 방도를 못 찾는 게 아닐까요?"

옆에 있던 젊은 경찰관이 눈을 껌뻑하며 무마하기 위해 나섰다.


이쯤 해서, 경력이 많다는 것에 대한 회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는 30년 동안 그 말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몇 년을 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 몇 년을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등...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합리적인지부터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고정된 관념으로 합리성을 운운하며 사안을 평가하고 대처하려 들다 보니 어떤 사안도 그렇게 접근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경력이 짧은 젊은 경찰은 덜 편중되고 의식이 덜 오염상태로 보였지만, 조만간 이 경찰과 동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 또한 한때는 경력이 많은 사람으로, 종종 으스대곤 했었다. 경력 없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며 쉬이 깔아 보는 성향이 있었다.

하지만, 경력이 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게 허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서 묵힌 왜곡된 신념부터 탐색하고 하나씩 망치로 깨트려야 한다.

그 개똥철학이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타인을 무너뜨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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