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스킨십, 자극과 반응)은 작은 네모로 하면 돼!
3층 카페에서 내려보는 사람들과 차들의 움직임은 엊그제보다 훨씬 가벼워 보인다.
엉덩이를 왼쪽으로 기울었다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하며 몇 시간을 그러고 있는데.
시야 1미터 바로 앞 테이블에 털썩 앉는 두 남자.
나와 굳이 정면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앉았는지 살짝 불편해지려고 하는데.
6~7살 즈음으로 보이는 아이와 아빠로 보이는 성인남자
입안에 뭔가 가득 찬 듯 다물수 없는 덧니의 해맑은 눈빛과는 엇나간 표정의 아이는 등장하면서 이미 손에 네모를 들고 있었다 아이와 닮은 형상은 찾아볼 길 없는 당나귀가 연상되는 머리통, 회색 똥 싼 운동복 바지의 남자도 작고 긴 네모를 들고 앉는다.
나의 시선과 신경은 두 남자에게 쏠리고 수시로 흘깃흘깃 훔친다. 얼마가 지났을까 성인남자의 한쪽 허벅지가 불안하다며 안정되고 싶다며 사시나무 뜨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눈살은 찌푸려지고 나와 상관없는 저들에게 아니 성인 남자에게 감정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요동을 친다.
퍼뜩 '나는 모른다'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쓴다. 내가 아는 알량한 그것이 해답이 아니다며 애써 외면을 한다. 꼰대로 가는 경계에서 잠시 내려놓으려고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게 뭔가
그래도 그렇지. 어린 나이에 밀어내는 거부터 연습해서야 되겠냐 말이다
여러 손가락을 사용해서 소근육을 단련하지 않고 하나의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고 밀어버리기만 하면? 소근육이 뇌의 발달과 밀접한데 말이다.
나완 다른 세상의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의자에 앉자마자 네모난 그것에 이미 몰입상태다.
그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둣 주어진 배역에만 열중한다.
서로 마주 보지도 소리로 무언가를 나누지도 접촉하지도 않는다.
참새처럼 조잘거릴 법한 나이의 아이는 묵언 중이다. 목소리가 궁금해진다.
얼마 지나자 엄마가 케이크와 음료를 갖다 주곤 어디론가 가버린다.
말을 하지 않는다. 눈빛을 교환하거나 터치할 낌새도 나누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족은 서로의 감정과 의도를 너무나 잘 알아차리고 배려한다.
카페에선 매번 들었던 가수의 멜로디가 아니라 오늘따라 알 수 없는 가수의 새로운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이메진이라는 단어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이 장면이야말로 이메진이 아닐까, 피식 웃는다
아이의 시선은 네모와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아! 하며 단말마를 발산한다 아빠는 반응이 없다 또 아이가 흥분한 듯한 짧은 괴성을 지르며 도파민을 뿜어낸다. 아빠는 자신의 네모에 몰입 중이라 반응해 줄 여력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괴성. 아, 아빠는 거의 명상의 절정에 도달한 듯 보인다. 그러기엔 저놈의 허벅지가 쉴 새 없다
내가 자주 흘깃거리며 째려보는 게 의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무언가를 의식한 듯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찍어 아이 입에 쿡 넣어준다. 아이는 짐짓 놀라더니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 스마트 폰도 케이크도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 주는 대로 흡수하고 반영한다.
뭘 하나 궁금해서 아이 옆을 지나가 보았다. 테트리스 같은 벽돌 깨기 게임 중이다
한 참 있다가 아이가 크게 빨강, 또 하나는 무슨 단어를 말한다. 느닷없이 혼자 읇조린다. 아빠는 반응이 없다.
근데, 아이의 말이 명료하지 않다.
1시간 넘게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가 등장하자 아이가 잠깐 쳐다본다 아빠도 그렇다 엄마는 의자에 앉는다. 그리곤 아빠와 잠깐 뭔가를 상의한다. 아이가 엄마 옆으로 옮겼다. 엄마도 네모를 쳐다보며 몰입 중이다.
그러다 아빠가 갑자기 화장실을 갔고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쓰윽 한번 쓰다듬는다.
1시간 넘도록 점잖은 아이를 향해 보상을 해주고 있다.
지금이야 1시간이겠지만, 앞으론 몇 시간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네모가 지닌 힘이다.
아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바꿨다. 알아서 처리한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자 아이는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엄마 손을 잡고 아이들이 흔히 쓰는 떼라는 것을 쓰려고 했나 보다. 엄마는 별말이 없다. 달래려 들지 않는다. 아빠가 뭐라고 한다. 아이는 몸을 비비 꼬며 계속 떼를 쓰는 거 같은 행위를 하다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퇴장을 한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1. 아이는 왜 키즈카페나 놀이터를 가지 않고 성인카페를 와야만 했을까?
2. 요즘 아이들은 어른처럼 이렇게 세련되게
노는구나! 이 정도면 아이 키우기 쉬워진 거 같기도 하다. 손에 흙을 묻히거나 물감을 묻히지도 않고 입체적인 조작을 하지도 않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분위기를 흩트리지도 않고 조용히 앉아서 이렇게 긴 시간 놀 수가 있구나.
이런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미래엔 어떤 양상으로 작동, 어떤 작용으로 나타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