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by 어느니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

흥얼거리며 글을 씁니다


얼마 전 과거 일련의 트라우마 건에 대해 토로를 했더니 듣고 있던 상대가 이렇게 반응을 하더군요.

“잊어버리는 건 안 돼?”

그러게요. 잊어버리면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상대는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압니다.

형체가 없는 일이고 몸에 상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잊어버리면 아무 일도 아닌 건데... 단지 기억일 뿐인데 말입니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은 종종 잊어버리는 데 대체, 잊어버려야 할 것들은 못 잊을까요?

우리가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에서 민감해지는 건 왜일까요?

자신이 모진 탄압과 굴종의 36년을 경험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선조들의 입과 귀를 통해 알고 있는 정보에 불과하고 내가 직접 경험한 자존의 문제도 아니건만 그에 따른 불편한 감정이 뒤따르는 겁니다

귀로 듣고 전달받은 마지막 기억(학습)은 불편한 감정과 함께 뇌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간접적 경험에 불과한데도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불쑥불쑥 감정이 올라와 격앙되기도 하니까요.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군사력이 약해서일까요?

20년 전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제가 느낀 국민적 정서는 요란하지 않고 느긋한 듯 권태로운 듯 침울한 듯 낭만적이다고 느꼈습니다.

미국 패배의 몇 가지 요인 중에서 손꼽히는 건 아마도 베트남 국민의 버티는, 물러서지 않는 의지와 자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기억을 바꿔야 합니다. 그것은 나쁜 감정을 바꾸는 것과 결이 같습니다. 사죄를 하고 용서를 하거나 화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한 눈으로 인식되는 부분이지요.

하물며, 개인이 집단으로부터 짓밟힌 자존이라면 어떨 거 같습니까?

쉽게 잊히겠습니까?

일단은 무의식에 넣어두겠죠.

일본 수상이 자신의 나라가 과거에 한 행위를 인정하고, 우리에게 사죄를 한다 안 한다가 이슈가 되는 건 왜일까요?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겁니다. 잊지 못했다는 겁니다.

우리의 자존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표면적으론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와 세련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종료된 지 80년이 지났음에도 그 밑마음엔 숨은 앙금을 품고 있지요.

결정적인 순간, 무의식에서 터져 나올 테니까요.

그들이 사죄하지 않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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